제주한달살기

39일 차 (사라오름)

여디디아 2026. 5. 10. 00:29

사라오름 전망대

사라오름 입구
전망대에서 퍼질러...

한라산

전망대에서 쉬다 내려오니 구름이 지나가고 없다.

사라오름 산정호수

제주시내가 한눈에..

속밭대피소

사라오름

 

제주한달살기 마지막 여행지 사라오름

탁월한 내 선택에 감탄했다. 역시...

 

어제 성판악 입구에 12시 36분에 도착함으로 돌아섰을 때,

울고만 싶었다.

내일 정상적으로 주차를 하려면 6시에 출발해야 하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몸이 무겁다. 몸이 무겁다기 보다 다리가 뻣뻣하고 허리가 물큰하다.

일찍 출발하려던 마음을 접고 여유를 가지고 8시에 성판악을 향하여 달렸다.

이제 제주시내에서 대리운전을 해도 될 듯하다. 운전실력이 늘었다. ㅎㅎ

 

성판악에 도착하니 만차 라는 푯말이 떡 버티고, 방송에서는 연신 제주국제대 환승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오라는 

안내가 이어진다. 어쩌랴.

제주국제대학에 주차를 하고 나오는데 앞에선 젊은 두 남자가 내 아들인 듯하다.

"성판악까지 합승해도 될까요?"라고 하니 그러시라고, 앞자리를 권한다.

물론 10700원이 나온 택시비는 멋진 남자들이 계산을 하고, 내 것은 내야하지 않겠냐는 말에 아니란다.

 

한라산으로 들어서니 마음이 새롭다.   

2주 전, "한라산은 역시 일반 산과는 다르다"는 세현이가 당연히 생각난다.

출발부터 하산하는 동안 아들과의 시간을 되씹은건 당연한 일이다.

어제 교래자연휴양림을 다녀와서 무리한 탓인지, 몸이 무거워 천천히, 노닥노닥 걸었다.

지난번엔 시간에 쫓겨 주변을 감상할 여유가 없었는데, 오늘은 사라오름이 목적지이니 천천히 오르기로 했다.

한라산의 정기와 신선한 공기, 파릇한 나무와 잎들이 눈부시다.

백록담을 오르느라 부지런히 걸음을 옮기는 이들의 몸놀림도 오늘따라 눈이 부시다.

 

사라오름은 성판악 입구에서 2시간 반이 걸린다.

쉬엄쉬엄 오르다보니 삼나무 숲이 시작된다. 곧 속밭대피소라는 뜻이다.

세현이와 왔을 때 작업중이던 데크공사가 깔끔하게 마무리되어 걷기에 편안하다.

속밭대피소에서 사진을 찍고 찍어 드리며 눈부신 하늘을 향해 서로가 칭송을 보낸다.

 

속밭대피소에 40분쯤 오르니 사라오름 입구가 나타난다. 

산정호수까지는 계속하여 계단이다.

그래서 사라오름은 사람들에게 외면 당하기 일쑤이다.

백록담을 오를 때는 시간에 쫓겨서 들리지 못하고, 하산할 때는 힘이 들어서 지나친다.

사라오름을 목적지로 두고 오지 않으면 흘깃 스치고 지나가는 아쉬운 곳이다.

 

사라오름이 어떻게 생겼는지,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를 잘 아는  나는 산정호수에 물이 얼마나 있을까,

오늘 날씨는 호수를 깨끗하게 보여줄까... 기대하며 오른다.

3번을 다녀갔지만 깨끗하고 맑은 호수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한라산의 날씨는 제주시내와는 달라서 갑자기 비가 내리기도 하고, 안개가 짙게 깔리기도 하고,

구름이 쉬어가려고 잠시 내려와 앉기도 한다. 

그래서 백록담을 보려면 3대가 복을 쌓아야 한다는 말까지 생겨난 듯하다.

 

수많은 계단을 올라 산정호수 입구에 다다른 순간, 얼마나 기다리고 그리워하고 기대했던 호수인가.

하늘이 가을하늘 보다 맑고 구름은 비행기가 지나간 자국같이 희고 길게 이어졌다.

바닥에 있는 돌 하나에서부터 올챙이 새끼까지, 불그스레한 화산섬의 모래까지 환하게 보인다.

산정호수를 찍으려고 카메라를 들이대니, 맙소사, 위 사진처럼 저런 모습이다.

말로 할 수 없는 아름답고 신기하고 신비한 광경이다.

언제 볼 수 있을지 모른다는 아쉬움으로 호수 안의 돌멩이까지 셀만치 오래도록 바라보고 또 바라보았다. 

 

전망대에 오르니 한라산이 조그맣게 보이고 제주시내가 환하게 보이고, 그림처럼 아름다운 대자연이 펼쳐지고

어디선가 고라니 소리가 쉬임없이 들린다.

기어히 전망대 위쪽에서 태양을 등진채로 반쯤 드러누웠다.

신발을 벗어제치고 가방을 풀어 등에 고이고 준비해온 빵과 커피와 오이와 비스켓을 먹고 먹고 또 먹으며 가장 호화로운 브런치를 먹었다.

 

사라오름의 아름다움을 어떻게 표현할까.

못한다.

특히 오늘의 사라오름은 평생 볼 수 없는 광경일지도 모른다.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을 주셔서,

성성한 두 다리로 여기까지 오를 수 있어서,

깊은 감사와 감동을 할 수 있는 마음을 주셔서.

 

진정 행복한 사라오름과 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