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한달살기

33일 차 (마흐니 숲길, 세미오름)

여디디아 2026. 5. 3. 22:10

 

 

 

마흐니 숲길

 

지난번 물영아리오름에 갔다가 옆에 있던 마흐니 숲길에 가려고 했는데 공사 중이라 갈 수가 없었다.

제주살이가 일주일 남았다고 생각하니 어쩐지 조급함이 느껴져 예배 후 마흐니 숲길로 달렸다. 여전히 공사 중이었지만 공사하는 구간에만 들어가지 말라고 하길래 숲길로 향했는데, 오늘이 아니라 요즘 제주날씨는 날마다 "비",

조금 걸어가니 계곡엔 물이 한바가지도 없고, 빗방울은 어쩌다 이슬비가 흩뿌리기만 하고, 예보는 비가 내린다는 것이고, 계곡 입구에는 "계곡이 넘칠 우려가 있으니 입산금지"라고 떡~~ 버티고 있어 나를 가로막는다.

작은 눈을 부릅뜨고 계곡을 내려보아도 물이 보이질 않는데, 무시하고 숲으로 들어가려니, 무슨 일이라도 있으면 뒷감당을 어이할 것이며, 미리 예고를 했으니 무시하지 못하는게 '내 성질'이다.

결국 장구못 앞에서 뒤돌아서서 나오고 말았다.

아무래도 마흐니 숲길은 나와는 맞지 않은가 보다.

 

세미 오름

 

시계를 보니 3시 30분,

오래만에 세미 오름에 가서 둘레길이라도 한바퀴 걸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민속오일장에서 준비한 장화를 신었다.

한달 사이에 세미오름이 새옷으로 갈아 입었다.

깨끗한 야자매트가 깔여 있어서 기껏 장화를 신었는데 보람이 없다 싶었다.

한참을 걷다보니 야자매트가 보이질 않는다.

정상으로 향하는 길엔 매트가 깔렸고 둘레길은 그대로이다.

차라리 매트가 없이 흙길 그대로가 좋다.

 

둘레길 한바퀴를 도는 시간이 30분이다.    

한달 사이에 잎은 더 자랐고 연둣빛은 더 짙어지고 나무는 키가 컸다.

세미오름으로 오는 길은 익숙해졌고 내 마음은 애틋하고 갈급해졌다.

내가 잊지 않듯이 세미 오름도 나를 기억해주길 바래본다.

 

나도 늙어가는구나.

미련이 쌓이는걸 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