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한달살기

32일 차 (방선문계곡, 큰노꼬메오름)

여디디아 2026. 5. 2. 22:44

방선문 계곡

600

 

 

큰노꼬메오름

저기 보이는 오름이 큰노꼬메오름

백록담

 

저기 한라산^^

정말 아름다운 뷰였는데... 아쉽다

 

지난번 동그라미애서 길을 잃었다.
6

 

방선문계곡

 

지나번 차를 타고 지나가다 방선문 계곡 축제라는 현수막을 보았는데,

나름 한글을 잘 읽는다고 자부심을 가지고 살았는데, 5월 2일에 축제를 한다길래 메모까지 해두고 기다렸다가 왔는데 조용해도 너무 조용하다.

인터넷을 검색하니 4월 26일,27일에 축제를 했다고...

방선문 계곡은 제주도에 유배되어 온 옛정치인들이 계곡에서 한시를 지어 바위에 새겼고, 후에 제주도에 임명된 관리들이 계곡에 들러 그들의 발자취를 되짚어보며 다시 한시를 지어 바위에 새겼다고 한다.

 

계곡은 위험해서 다니지 못하게 하고 탐방로로 다닐 수 있도록 안전조치를 해두었다.

탐방로에서 내려다 본 계곡은 정말 어마어마했다. 무언가 커다란 것이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것만 같았고 당장이라도 집어 삼킬것만 같았다. 성경에 나오는 무저갱을 생각했다.

지금까지 본 계곡 중 가장 크고 무서운 계곡이었다 적어도 내겐.

 

계곡에 물이 찼을 때 빠진다면 그 누구도 빠져나울 수 없을것 같은 두려움이 나를 옭아매었다.

주차장에서 탐방로까지는 거리가 너무 짧아 많이 아쉬웠다.

 

큰노꼬메오름

 

어찌 잊을 수가 있을까.

10년이 되었을까.

궷물오름에서 시작한 큰노꼬메오름으로 향하던 그날,

비가 부슬거리고 정상으로 향하던 그 길은, 오늘 내가 가던 길과는 달라도 너무나 다른 길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궷물오름에서 족은노꼬메오름을 지나 큰노꼬메로 가는 길은 전혀 다른 길이었던 것이다.

큰노꼬메 주차장에 주차를 했더라면 길을 잃고 헤매지는 않았을텐데..

정상에 가까이 가니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고사리밭에서 올라오는 길이 공사중이라고..

그때는 안내판이 아무것도 없었다.

생각조차 하기 싫은 그날의 악몽이 에스프레소 보다 더 쓰다. 

그후로 남편은 오름이란 말 조차 싫어한다. 

 

큰노꼬메오름으로 향하는 사람은 오랜만에 많다.

주차장 가득하게 차가 들어섰고 내려오는 사람과 주차장으로 들어오는 사람, 연이어 바통 터치를 하듯이 이어지는 사람들 사이로 방선문 계곡 입구에서 준비한 김밥 한줄과 식혜 한병을 들고 큰노꼬메오름으로 씩씩하게 향했다.

여전히 길은 예뻤고 나는 씩씩했다.

야자매트가 깔렸고 간간히 고사리가 보여서 나를 겸손히 엎드리게 했고, 오가는 사람들의 다정한 인사와 더 다정한 미소와 이미 예전부터 알았던 사람처럼 나누어보는 대화조차 오월의 바람처럼 따뜻하고 정겹다.

반쯤 올라갔을까, 이 정도면  입구에서 보았던 우뚝하게 솟았던 정상도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얼마나 큰 교만이었나를 회개할 시간은 오래지 않게 찾아들었다.

쉼터 1이라는 글씨와 평평한 평상에는 "신발을 신

고 올라가지 마세요"라는 글씨가 쓰여졌기에 걸터앉아 물을 마시고 카페인을 충전하기 위해 가져온 커피를 마시고 올라갈 길을 바라보니 층층으로 된 돌계단이 정겹게 이어져 있다.

내려오는 여자들이 하는 말,

"지금부터 정상까지 계단이예요"

"뭐 뭐라고?"  

얼마나 어이가 없었던지 핸드폰을 두고 출발했는데 아래에서 "이거 누구  폰이냐?"며 소리친다.

내 아들처럼 젊은 남자가 뛰어가서 가져다주니 얼마나 고마운지.

'아, 이런 배려가 오늘 나에게 기쁨과 감사를 알게 하는구나' 

 

그때부터 정상까지 가면서 오직 한가지만 생각했다.

"지난주에는 백록담을 갔는데... 이 정도야 뭐..."

나는 또 백록담을 가는줄 알았답니다, 정말입니다, 

오르고 또 오르다보니 정상을 눈 앞에 두고 천국을 미리 맛보았다.

 

한라산이 봉긋이 서 있었고 한라산을 가운데에 모시고 옆으로 오름들이 나붓하게 서 있었고, 앞으로는 초록의 들판이 끝도없이 펼쳐져 있고, 푸르고 푸른 나무들이 그린듯이 어엿하게 서 있었다.

완벽한 아름다움, 하나님이 지으신 세계가, 완벽한 세계이 그곳에 있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완벽함이 그곳에 있었다.

 

정상에 오르니 사람들은 모두가 한마음이었다.

환한 웃음으로 서로에게 인사를 건너고 서로를 축복했다.

선한 웃음으로, 선한 마음으로 필요를 채워주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들이 충만한 아름다움으로 다가왔다.

 

큰노꼬메오름

꼭 추천하고 싶은 오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