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자림을 나오면서 역시 혼자 온 학생과 둘이 찍어주기!!
\17일 차
남양주에서는 서방이 이리 뛰고 저리 뛰느라 정신없이 바쁜 모습이 보이고,
제주도에서 한가하게 신선놀음이나 하는 것처럼 보이는 나는 밤이 으슥하도록 일을 하고 새벽녘에 일어나 오전내내 허리가 뻐근하고 엉치뼈가 아프도록 꼼짝없이 일을 한다.
일을 하면서 놀자니 나름 당당하다.
오늘은 하루종일 비가 내렸다.
일주일에 하루를 빠지고 내내 비가 내린다. 대부분은 아침식사가 끝나는 시간에 맞추어 비가 그어지는데, 오늘은 하루종일 쉬지 않고 비가 내렸다. 바람도 불지 않은채 내리는 비는 나를 설레이게 하고 흥분하게 만든다. 그리하여, 새벽예배를 마치고 마당구석에 차려진 정자에 앉아 연거푸 커피 두잔을 마시고 3시간에 걸쳐 시편 150편까지 읽었다.
방에서 읽었으면 잠속으로 들어갔을텐데 내리는 비가 나를 이겼다.
오전에 일을 하고 오후엔 비자림으로 향했다.
'비가 내리는 날엔 비자림을 걸어야지'라는 생각을 했었기에 오늘이 딱 그날이다.
제주도에 온지 2일 차에 최영희 목사님과 비자림에 갔었는데 시간이 없어 달리기를 하다시피 돌았기 때문에 비자림을 훑었다고 해야 옳았다. 물론 예전에 다녀온 곳이라 낯설지는 않았지만 비자림의 아늑한 숲을 천천히 느끼고 싶었다.
비가 내리는 날의 맑고 청정한 공기와 조용한 숲의 소리를 들으며 나를 들여다 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보여지는 것이 아니라 지나온 날의 내가, 추억 속의 내가 보여질 뿐이었다.
함께 왔었던 언니와 오빠 그리고 동생들과 나누었던 이야기와 웃음들, 앉았던 자리와 찍었던 사진과 포즈,
어느새 그리움으로 남았으니 시간이 더 지나고나면 눈물로 새기게 되겠지?
언니와 오빠와 나와 동생들이 늙어간다는 사실이, 구원받지 못한 가족들의 삶이 안타깝기만 하다.
보름 전, 함께 왔었던 최영희 목사님이 벌써 그리워진다.
돌아오는 길에 성산봄죽에서 보말죽을 먹으려고 했는데 네비가 스벅으로 데려다 놓았다.
로컬에서 장을 보고 제주도에서 처음으로 주유를 하느라 늦게 숙소로 돌아왔다.
흔치 않은 주유소, 체크카드가 주유소에서 사용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고, 기름이 떨어지면 서방이 알아서 채워주던 습관이 오늘 나를 낯설게 만들었다.
주유구 뚜껑을 닫으면서 몇번을 확인했는지...
무슨 일이나 거침없이 할 줄 알았는데 꼴랑 주유 하나 제대로 못하다니..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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