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한달살기

15일 차 (보롬왓)

여디디아 2026. 4. 15. 23:35

내가 준비한 세 여자의 아침식사

튤립축제 중인 보롬왓

안녕 전복
도두봉이 보인다

 

 

2박 3일 동안 하루는 종일 비가 내렸고, 하루는 바람이 불고 날씨가 흐렸고, 또 하루는 화창하고 화려하여 끝내 아쉬운 마음을 제주에 남긴 채 두 여자는 떠났다.

오전, 어제를 이은 일을 마무리하기 위해, 둘을 세미오름에 보내고 오늘을 서두르는데 계속 이어진 전화와 카톡에 성급한 봄바람처럼 마음이 섣부르다.

백약이와 아부오름에 들러 멋진 오름을 보여주고 싶은데 튤립축제를 보고싶다는 희망사항에 따라 보롬왓으로 향했다. 튤립이 만개하여 양귀비처럼 활짝 넘어가고 보롬왓의 넓은 밭은 이미 다른 꽃이 준비 중이다.

오랜만에 보는 메밀꽃이 반갑고 늦은 튤립을 구경하러 온 할머니와 아줌마의 경계에 머문 여자들의 어설픈 멋부림이 오히려 멋지다. 우리 또한 그들 무리 중 일부이다.

 

메밀을 판매하느라 광고가 한창인데 카페에서 흔한 메밀차 한잔이라도 서비스로 주면 좋을텐데 어림없는 말이렷다.

카페에 앉아 오랜만에  시간이 어디로 지나는지를 모르고 오랜만에 카페인 듬뿍 들어갔을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제주의 봄날을 즐겼다.

입장료에 포함된 깡통열차도 타보지 못한채, 늙은 튤립을 구경하고 몇 장의 사진을 찍고 시계를 들여다보며 무거운 엉덩이를 세워야 했다.

 

오랜만에 들른 '안녕 전복',

몇년 전 민경이가 여기에서 음식을 먹은 후 심한 알레르기로 인해 얼굴이 퉁퉁 부어서 놀랐는데, 오늘은 익힌 전복죽을 먹었으니 괜찮으리라 여겼지만 집에 도착한 후 역시 알레르기로 인해 얼굴이 퉁퉁 부었으며 재채기가 끊이지 않는다는 연락이 왔으니 해산물에 대한 알레르기가 확실하다.

괜찮아야 할 텐데...

 

공항에  내려주고 숙소로 돌아오니 쌓인 일이 무거운 엉덩이를 꼼짝없이 짓누른다.

바다 건너에서 동분서주하는 영감이 좀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이제서야. 

어쩌겠는가.

사는게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을.

ㅋㅋㅋ

 

이렇게 생각이 넓어지고 마음이 움직여지고 

그렇게 조금 더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 혼자서의 삶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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