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한달살기

16일 차 (우진제비오름)

여디디아 2026. 4. 16. 22:16

들머리

우진샘

정상 전망대

선글라스와 바꾼 고사리

 

세현이 생일이다.

결혼을 한 아들의 생일은 축하 문자 하나이면 책임을 다하니 간단하고 부담 없어서 좋다.

간절한 마음으로 문자 한 통에 기도하는 마음을 담아서 이른 아침에 축하한다는 말을 건넘으로 어미로서의 의무와 권리와 책임을 다한다는 것은, 한편 서운한 것일까.... 그렇더라도 할 일만 한다. 그것이 아들을 둔 엄마의 할 일임을 나는 안다.

 

며칠 전부터, 아니 4월이란 말이 들릴 때부터, 봄이 시작될 때부터 이미 아들의 생일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사실이다. 시어머니란 자리는 마음 깊이 감추어 두고 혼자 은밀히 들여다 보며 그리움으로 다독일 줄 아는 자리이다. 

다음 주말에 남벽분기점에 함께 가자던 세현이가 비행기표를 예매했다며 사진을 보내더니 우진제비오름 정상에 서 있는데 전화를 걸어왔다. 반갑게 축하한다는 말을 건넸다.

 

어젯밤부터 밀린 일을 하느라 오전 내내 꼼짝없이 일을 하다가 오후에 높은 오름엘 가려고 했더니, 계속 일이 이어졌다. 쉽게 끝나지 않은 일이 결국 오가며 보아온 조천 우진제비오름으로 목적지를 바꾸고 채비를 했다. 

숙소에서 10여분을 달리니 우진제비오름에 데려다 놓는다. 오전에 유튜브를 보고 갔으니 안심이 되었다.

 

입구에서부터 둘레길이 시작되어 오름으로 이어지는 길까지 2km나 되었다. 가는 길에 통통한 고사리가 발목을 잡는 줄 알았더니 결국 선글라스를 잡았다. 어느 순간 허전한 마음에 눈을 더듬고 머리 위를 더듬어도 선글라스가 없다.

정상으로 가는 중 우진샘으로 향하는 길에 샘이 세 개가 있다길래 들어섰더니 신기하게도 샘이 있었다. 

신기한 걸까? 신비한 것일까? 

셋 중 가장 안쪽에 있는 샘은 얼마 전까지 마신 물이었던 것 같다. 바가지 여러 개가 걸쳐져 있다. 샘에서 흘러내리는 물 역시 맑은 물이어서 나도 모르게 바가지를 들고 마시고 싶은 마음이다.

샘 곁에 앉아 커피 한잔을 마시고 정상을 향해 더듬거리며 걷다 보니 어느새 정상 전망대에 올라 있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반대편으로 내려오는 길은 경사가 심해서 조심스럽다.

어찌저찌 내려와서 보니 샘이 있는 곳이다.

올라간 길과 반대로 내려오면 처음 올라간 곳이려니.. 싶어서 내려와서 보니 전혀 엉뚱한 곳이다.

아무리 걸어도 아무리 찾아도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나는 길을 잃었다.

 

한참을 내려가니 고사리를 꺾는 분이 계셔서 길을 물었다.

길을 따라 내려가면 내가 찾는 길이 나올 거란 말씀에 걷고 걷고 또 걸었다.

나중에 보니 '선녀와 나뭇꾼'" 마을이었다.

고사리를 꺾어 오시는 아줌마를 만나 길을 잃은 사정을 말씀드리니 자기 차로 데려다주겠단다.

 

우진제비오름은 오름 두 개가 이어져 있기 때문에 동네 주민들도 잘 모르고 계신다는 사실이다.

친절하게도 여러 곳을 찾아 헤매어 내가 주차해 둔 곳으로 데려다주셨다.

감사한 마음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 알 수가 없다.

 

결국 평내로 내려와야 하는 것을 금곡으로 내려왔다는 것이다.

나를 위해 기도하는 분들의  '기도가 이렇게 응답되어지는구나'

기도의 힘이 느껴진다.

 

"여호와이레입니다"라고 말씀드렸더니 "할렐루야!라고 하신다.

"교회 나가세요?" 했더니 "전도사입니다"..

이 외로운 산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어야 하는 상황에서 가장 선하게 인도하시는 내 아버지,

나의 상황을 미리 아시고 준비하시는 아버지,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요?

전도사님 역시 이 상황에 자신의 상황까지 뒤틀린 이유 역시 하나님의 일하심임을 깨닫는다고 고백하신다.

 

역시

날 사랑하신 주님이시다.

아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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