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문

제주여행 송당스벅

여디디아 2024. 7. 12. 18:04

 

 

 

새벽에 출발한 남양주엔 비가 내린다는데 제주도는 무덥지도 않고 더구나 햇볕이 내리쬐어 얼굴을 태우지도 않고 무채색의 날씨가 아무것도 염려하지 않게 하다니...  감사할 이유이다.

제주도에 왔으니 제주도의 바다를 먼저 보는게 예의일거 같아 함덕해수욕장엘 들러 짠내와 함께 옥빛의 제주바다를 구경하려고 했는데 며칠간 내린 비로 바닷물이 많아졌고 물빛도 다른 때보다 곱질 않아 서운하다.

수니권사가 바닷속으로 들어가고 싶다는 말에 바닷물이 넘친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말릴 수밖에 없었다.

함덕해수욕장을 내려다보고 있는 서우봉의 유채꽃과 청보리밤과 유유하게 풀을 뜯던 제주의 말은 아는척하며 설명으로 대신했다.

 

함덕을 나와 에코랜드에서 기차를 타고 수상공원을 지나며 한창 자태를 뽐내는 자귀나무꽃에 찬사를 보내고 한국사람보다 중국사람이 많은 사실에 다시금 놀라움을 표한다. 지금은 휴가철이 아니며 주말도 아니고 평일임을 생각하면 당연한 사실이고 한가하게 여행을 즐기는 우리가 선택받은 사람임이 분명하며 행복한 사람임에 어깨가 하늘로 치솟는다.

 

에코랜드에서 기차여행을 하고 선흘곶에서 점심을 먹기 위해 찾아갔는데 아뿔싸!!  장날이다.

초라하게 닫힌 문앞에서 문전박대를 당한 기분이라니!!!

대책없이 검색한 그리미에서의 점심은 그럭저럭이지만 후회하지 않기 위해, 즐겁기 위해 일본식이니 그릇이 이쁘니, 온갖 미사어구를 가져다 붙이고, 억지 맛을 갖다 붙이고, 역시 억지 맛있음을 느끼며 솔직히 실패한 첫끼를 '권사들'이란 이유로 감사하며 떼웠다.. 

 

스벅의 지점장인 아들 병현이가 송당R점이 10위안에 들어간다며 추천한 스벅송당점은 비밀의숲에 가는 길이다.

송당점에 들른 우리는 오후의 모든 일정은 '저리가라'인 것은 물론이고 이후의 일정까지 '나몰라라'이고 말았으니...

카페 2층에서 누구는 커피를 마시고 누구는 이름도 알 수 없는 이상한 쥬스를 마시고, 누구는 처음보는 무엇을 마시고, 빵을 나누어 먹으며 눈앞에 펼쳐진 세상 모든 수국이 내는 소리를 듣고 있었으니 말이다.

수국수국 소리가 눈앞에서 눈으로 귀로 들려오는 소리와 빛과 향기와 모양이라니...

생각지도 못한 수국의 수국거리는 소리를 이렇게 바라보다니....

아시아 최고의 스벅이며 4만평이라고 하니 얼마나 대단한가 말이다.

넓은 땅의 대부분에 수국이 아이보리로, 파란색과 하늘색으로, 보라색으로, 각양각색의 수국으로 가득가득하게 메워졌다.

혼인지의 수국을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왔는데 이제 혼인지는 안중에도 없다.

정말이지 장관도 이런 장관이 없다.

말로 할 수 없는 아름다운 모습이다. 

여기에서 보는 수국으로 이번 여행의 모든 것을 해결한 듯하다.   

 

송당까지 왔으니  아쉬운 마음에 비밀의 숲에 들렀으나 시시할 수 밖에 없다.

수국을 보아도 그저 그렇고,  무엇을 보아도 우리 마음은 이미 교만해질대로 교만해지고 말았으니...      

4천원을 주고 들어온 입장료가 은근히 아깝기도 하고, 그나마 우두둑 솟은 삼나무를 바라보며 언제 심어진 나무일까, 

저렇게 키가 자랄기까지 몇십년? 몇백년의 세월이 지났을까를 가늠해보며 4천원에 대한 미련을 달래느라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ㅎㅎ

 

제주새마을금고연수원에 도착하니 8시가 되었다.

방 두개의 키를 가지고 뽑기를 하고나니 수니권사와 내가 같은 방을,

님이권사와 수기권사가 같은 방에 배정되었다.

 

하나님은 참 공평하기도 하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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