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 남계리
봄이 짙어지고, 연둣빛의 새싹이 초록의 잎으로 변해가는 계절,
여기저기서 봄꽃들이 각각의 모습을 드러내느라 바쁜 날이 지나고 때에 따라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에 이어 부처님이 오시고 있다고 하니 정신이 없다.
선물을 해야 하고 여행을 해야 하고, 빨간 숫자는 군데군데 들어 있어 어딘가 모르게 불편하고 부담이 되고......
그래서 계절의 여왕인가...
동생이 화순으로 한달살기를 하고 있어 연휴를 맞은 우리도 화순으로 떠났다.
지난해 부안여행으로 가는 중 ,길이 밀려 고생을 한 기억이 떠올라 새벽 3시 40분에 출발을 하고보니 다섯시간 걸리는 화순까지의 길이 정확하게 다섯시간이 지나니 동생이 반갑게 우리를 맞이했다.
너무 일찍 출발을 하고보니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서방이 좋아하는 우동을 먹고싶어 세 곳을 들러도 판매를 하지 않아 결국 좋아하는 우동을 먹지 못하고 말았다는 슬픈 소식이다.
화순은 정말 아늑하고 평화로웠다.
동네도 깨끗하고 평화롭고 어딘가 폭 안겨진 기분이다.
흔하디흔한 자동차도 찾아볼 수 없고 마침 하얀 아카시아와 이팝꽃이 만발하고 진한 작약꽃이 어울리게 피어 조화를 이루는가 하면 편백나무가 줄지어 서서 산책하며 걷기에도 가득한 충만함이 차오른다.
제부 부모님께서 사시던 집을 리모델링하여 깨끗하게 지어지고 자그마한 텃밭엔 머위와 부추가 자라고 며칠전에 내려온 제부가 손을 본 텃밭엔 잿빛의 흙이 속을 드러내고 때늦은 감자를 심어 놓았단다.
옆집을 보니 이미 감자가 싹을 피워올려 무럭무럭 자라나 땅속에선 감자가 굵어가고 있는 듯하다.
화순 남계리의 부드럽고 키가 큰 상추는 검증된 맛임을 알고 있다.
동생네 밭에서도 상추가 자라고 있는데, 어르신이 심으신 상추와는 어째 달라서 무거운 내 머리가 갸우뚱해진다.
미리 와있던 준경이와 곽서방이 모후산을 다녀오고 우리는 모후산 둘레길을 다녀와 준비해간 삼겹살을 구웠다.
상추, 미나리, 오가피, 부추, 제피, 남방잎을 비롯해 봄에 먹을 수 있는 쌈, 낮에 우리 눈에 띄었던 모든 쌈을 모아서 삼겹살과 맥주 한잔을 곁들여 먹으니 꿀맛이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아름다운 자연, 아름다운 고장 화순,
오랫동안 머물고 싶도록 마음에 드는 곳이다.
어제와 내일,
모든걸 잊은채로 오로지 지금만 느끼는 그런 시간이다.
이것이 힐링인가?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