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지유

커피 머신

여디디아 2024. 1. 15. 14:39

 

아들만 둘 키우다 인아를 만났을 때,

가끔 그럴 때가 있었다.

 

"이것이 사람인가? 요물인가?"

정말 헷갈려서 말이 나오지 않을 때가 있었다.

보고도 못 믿을 때, 듣고도 못 믿을 때가 있었다.

그래서 아들과 딸의 차이를 알았었다.

 

지유를 만나고는 그러려니 했다.

이미 경험을 했으니까..

그런데 세월은 광속도로 지나고 있었다는 걸 몰랐다.

인아 보다는 좀 더 빠르다.

 

지난토요일, 갑작스럽게 큰형부가 몸이 좋지 않아서 급히 귀국하셨다는 소식에 언니네를 다녀

지유네로 향했다.

동생네와 함께 작은아들이 그동안 아빠의 자리를 대신해 수고해 주신 막내이모부부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점심을 대접한다고해서 가양동 홈플러스 샤브가에서 점심을 먹고 지유네서 차를 마시고 집으로 돌아왔다.

할머니와의 시간이 아쉬웠던 지유에게 마침 할머니는 안경을 벗어둔채로 출발했고,

안경을 맞춘지 이미 몇년이 지난터라 이 기회에 다시 안경을 해야겠다는 마음에 안경점에서 시력검사를 하고 안경테를 고르는데 지유가 전화를 했다.

"할머니 나 어디게?"라는데 익숙한 곳, 이미 우리집이다.

 

집에 도착한 선이가 

"어머니, 회사에서 이번에 커피머신이 좋은게 생겨서 쓰던거 어머님 사무실에서 쓰시라고 가져왔어요"라며

사용방법을 동영상으로 촬영하고 있는데 지유가 나에게 와서 속삭인다.

"할머니, 우리집에 좋은거 사고 안쓰는거 가져왔어" 란다. ㅋㅋ  

커피를 좋아하는 나에게 선이가 일년에 한두번씩 커피를 주문해서 보내주고 집에 있는 커피머신은 몇 해전 큰아들이 주문해서 보내준 것이다.

사무실에서는 1회용 커피를 구매해서 마시고 있는데 많이 마시다보니 요즘 어떤 커피를 마셔도 맛이 시들하다.

그래서 친구들을 불러내기도 하고, 친구들이 나를 불러내기도 해서 카페에서 마시는 일이 잦아졌는데 용케도 선이가 마춤하게 커피머신을 가져온 것이다.

 

잠시 후 선이가 커피 맛을 느껴보시라며 남편과 나에게 커피 한잔씩 내려준다.

그러자 지유가 귀에다 소곤거린다.

"할머니 우리집에 엄청 좋은거 사서 안쓰는거 가져왔어" 라며 두세번 강조한다.

몇번을 강조하는데 옆에 있는 선이에게 미안해 기어히 내가 변명을 한다.

"지유야 엄마가 엄마할머니 드리지 않고 아빠할머니한테 가져왔으니 할머닌 너무 고맙다"

그러자 선이가 빵~ 터지고 만다.

(지유는 외할머니는 엄마할머니, 친할머니는 아빠할머니라고 한다) 

 

2024년에 지유가 새나이로 6세가 되었다.

똑부러지게 제대로 말을 전하니 정말이지 기가 찬다.

선이는 무역회사에서 근무한다. 직원이 몇명 되지 않고 회사의 전반적인 일을 알아서 처리하고  선친 사장님부터 시작하여 아들인 지금의 사장까지 근무하기 때문에 사장이 선이를 많이 믿고 있음을 안다.

회사에서 많은 편의를 봐주고 있음으로 선이도 최선을 다하여 회사일을 하고 있다.   

특히 사장님이 커피를 좋아하셔서 예전부터 좋은 커피만 마신다는 사실도 알고 있으니 아무래도 커피머신도 새로 구입하고 선이에게도 선물하신것 같다.

그러다보니 집에서 쓰던 것을 평소 커피를 좋아하는 시어머님께 드리고 싶었음은 고마운 마음이다.

그런데 6살인 지유가 하는 말이

"우리집에 엄청 좋은거 샀는데 안쓰는거 할머니 드린거다"고 하다니,.. 

생각할수록 귀엽고 우습다.

 

할머니가 보고싶어서 뒤따라온 손녀도 예쁘고 커피를 좋아하는 시어머니를 기억하며 챙겨온 며느리가 참 고맙고 예쁘다.

커피;를 마실 때마다 지유가 생각나서 한바탕씩 웃을 것이다.

 

난 복 받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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