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행사

작은형부 칠순

여디디아 2023. 2. 1. 10:06

 

 

칠남매가 되다 보니 집안 행사도 많다.

젊었을 적엔 각자 자식을 양육하느라 허둥거리며 살다보니 어느새 쉰이 되고 예순이 되고..

어느 날 큰형부가 환갑을 맞고 다음해엔 큰오빠가 환갑을 맞이하고..

해마다 환갑과 결혼이 이어지더니 바야흐로 칠순이 시작되었다.

큰형부와 큰언니의 칠순은 가족끼리 해외여행으로 보내고 지난해 작은오빠의 칠순을 시작으로 청안 이씨들이 다시 으싸~~으싸~ 하기 시작했다.

 

부안이 고향인 작은 형부는 평소에도 조용한 성격이라 거의 침묵 상태이다.

그러나 나훈아의 '영영'은 나훈아 못지 않게 부르신다.

지금도 누군가 '영영'을 부를 때면, 미스터트롯이니 불타는 트롯맨에서 '영영'을 불러도 서방은

"영영은 송 형님을 따라갈 사람 없다"고 한다.

그런 작은형부가 정말이지 어느새 칠순이다.

오빠 칠순때 조카들이 돈이 줄줄이 이어지는 박스로 사람을 놀래키고, 꽃다발과 선물다발로 딸 없는 나를 초라하게 만들고,

딸 하나만 있는 작은언니를 부럽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작은언니 외동딸인 민아와 장서방이 눈치를 챘나보다.

 

운정지구로 새집을 마련한 송서방과 민아가 갈빗집에 예약을 하고 집집마다 아이들에게 송 형부의 칠순날짜를 공지하느라 바빴다.

형부는 음력 1월 4일이 생신이라 시어머니 입장에선 난처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는...

머리를 쓰고 잔머리를 굴리고, 지혜를 짜내고 명철을 구하고,

결국 솔로몬의 재판을 찾았는데, 설날 모이는 대신 설 다음날 모여서 이모부 생신에 참석하자는 판단이다.   

아이들에게 방을 붙이기 전에 작은언니가 형부가 기어히 사양한다며 취소한다는 연락을 해왔다.

조카들에게 부담을 주기 싫은 이유이다.

형부의 결심을 듣고 서방이 우리가 가서 식사 대접하자고 해서 남매들만 오붓하게 모여 한우소갈비를 씹고 뜯고 벗겼다.

한우갈비는 씹기도 전에 입안에서 녹아진다는 사실을 처음알았다. ㅎㅎㅎ

 

식사 후 운정지구에 입주한 민아네로 가서 커피를 마시고 케잌 컷팅을 했다. 

결혼 8년째 되는 민아가 처음으로 내 집을 마련한 새집, 얼마나 행복하고 좋을지, 그 마음이 내게로 전해진다.

깔끔하고 세련되게 정리된 집이 마치 모델하우스인 듯하다.

이곳에서 장서방과 함께 아준이를 양육하며 사랑하고 건강하며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한 것은 조카 또한 내 자식이나 다름아니기 때문이리라. 

새가정이 새롭게 시작한다는 사실은 말할 수 없는 기쁨이며 기대이다.

민아가 아빠를 위해 골드바를 준비하고 장서방은 현금을 계좌로 보내고 언니는 구찌지갑을 선물하는 모습을 보며

아파트 아래의 허공을 보다가 하늘을 쳐다보며 한숨을 지어본다.

'내년에 서방이 칠순이 되면 골드바며 지갑이며 현금이며 아무것도 없을텐데...' 라며 쓸데없는 설움을 맛본다.

50이 된 나에게

"야야~~  딸은 꼭 있어야 한다. 지금이라도 하나 낳아라"던 엄마의 간곡한 얼굴만 유리창에 선명하게 비친다.

(물론 우리집 두 아들과 며느리로 충분하다만 딸의 몫은 딸이 한다).

 

부안에 계시던 형부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형제들이 논과 밭을 모두 둘째아들에게 남겼다.

어릴적부터 착한아들이었고 들어온 며느리 또한 효부이며 착한 형수, 올케임을 감사하며 누구도 군말없었다는 말이 얼마나 아름답고 부러운 일인지.

지난해부터 형부가 틈틈이 부안에 내려가 벼농사를 지어 가을이면 집집마다 쌀 포대가 배달된다.

결혼 후 한됫박의 쌀도 공짜로 얻어 먹지 못한 나에겐 너무나 특별하고 감사한 쌀이다.

 

형부의 칠순이 참 감사하다.

앞으로도 건강하셔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시길 기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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