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모습이대로..

화담숲

여디디아 2020. 11. 30. 11:52

 

시골에 계신 큰오빠를 제외한 청안 이씨 6남매가 적금을 붓기 시작한 지도 꽤 여러 해가 지났다.

덕분에 제주도를 두번이나 다녀오고 올해쯤 해외로 한번 날자는 거창한 계획을 가졌는데 코로나 19는 해외는커녕 국내여행도 제대로 할 수 없도록 우리의 발을 묶고 다리를 꺾어 놓았다.

 

코로나가 잠시 주춤해  '이때다' 싶어 손 없는 날(농담임)을 이리저리 고르다보니, 고르는 손 틈새로 다시 코로나가 극성을 부렸다.

더 늦추다가는 올해를 겅중 보내버릴 것만 같아서 가까운 곳이라도 뭉쳐야겠다는 생각에 세현이에게 말을 했더니 곤지암리조트를 턱~ 예약해 주었다.

"회비가 넉넉하니 방값을 보내주겠다"라고 하니

"이모들과 맛있는거 드세요"라며 카드까지 보내준 아들이 얼마나 든든하고 대견하고 흐뭇하고 자랑스러운지. ㅋㅋ 

 

김장하는 날이라 불참을 통보한 동생을 제외하고 다섯 명이 즐겁게 보낼 생각에 웃음을 준비하고 건강을 놓지 않으려고 발악을 했는데 날마다 확진자가 늘어나는 소식에 가장 먼저 몸을 사린 것은 오빠이다.

"아이들이  꼼짝 못하게 한다"는 문자에 이어 막내의 문자..

"아이들과 선서방이 말리는 통에 이번에는 불참하겠다"는 문자에 기운도 빠지고 가득하게 준비한 웃음도 빠진다.

 

그러거나 말거나 무조건 가겠다는 두 언니와 함께 28일 아침에 화담숲 주차장에서 만나기로 하고 혼자 달렸다.

지난 추석을 생각하고 주차장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화담숲에서는 하늘이 아닌 땅에서 눈이 오르느라 분주하다.

주차장이 스키장이 되고 눈썰매장이 되기 위해 여기저기서 흰 가루가 날리는가 하더니 쌓이기 시작한다.

덕분에 언니들과 장소가 어긋나 한바탕 소란 후에 만날 수 있었다.

 

곤돌라를 타고 화담숲에 내린 언니들이 조카에게 고마운 마음을 오버로 감탄하고 감동한다.

고운 단풍도 없고 아름다운 꽃도 없고 파란 이파리도 이미 없어 텅 빈 겨울 낮을 걸으며 마른 나뭇가지에도 감사를 보내고 사철 푸른 소나무에는 경외심을 보내고 데크로 이어진 길 위에선 인증샷을 찍으며 소녀처럼 좋아한다.

 

추워진 날씨라고 하지만 겨울햇살이 밝게 비추어 추위를 녹여주고 마음을 녹여준다.

하나하나 정성들여 심어진 나무와 가지가 힘들지 않도록 받쳐주는 나무들,

몸을 이리저리 꼬며 어우러져 가는 소나무들이 멋지고 이쁘다.

 

곳곳에 흐르는 물줄기는 추워보이고 고드름으로 하얗게 언 물줄기는 투명한 결정체의 신비함을 가르친다.

마주하는 사람마다 마스크가 필수품이 되어 방역에 동참하고, 많은 사람이 몰리지 않아 사회적 거리두기는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

카페나 음식점도 철저하게 구분하여 고객을 받으며 앞자리와의 사이에는 투명한 플라스틱 벽도 세워둠으로 안전함을 느끼게 하고 더불어 스스로를 조심하도록 하는 힘을 가진다.

 

화담숲을 내려와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리조트에 입실을 하고 짐을 풀다보니 어이가 없다.

언니가 준비한 간식은 커피, 홍삼, 치즈, 육포, 과자, 고구마 말린 것, 문어 말린 것과 손녀 도담이의 간식에까지 손을 대어 말랑카우와 빼빼로에 새칫솔과 치약까지 3인분을 몽땅 준비했다.

작은언니가 떡과 음료수와 목욕제품과 농사지은 배추까지 준비했고, 과일과 떡을 준비한 내 간식까지 풀어놓으니 함께오지 못한 오빠와 동생이 아쉬워진다. 결국 돌아가는 길에 셋이서 나누어 다시 집으로 들고갔다는 소식이다.

 

입장료부터 곤도라와 식대까지 모두 큰언니가 몰빵을 했다.

미안한 마음에 이튿난 점심은 작은언니가 커피는 내가 긁었다.

 

숙소를 제공해준 세현이도 고맙고 모든 것을 담당한 언니도 고맙고 고양시에서 운전하며 달려온 작은언니도 고맙다.

속히 코로나19가 소멸되어 6남매가 떠들썩하게 만날 그 날을 기다린다.

 

여행은 언제나 즐겁고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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