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올리버 색스 / 조석현 옮김 / 이정호 그림 / (주)알마
올리버 색스
인간과 영혼을 보는 새롭고 따뜻한 눈을 제시한 올리버 색스의 최대의 역작!
영국에서 태어나(1933.7.9 ~ 2015.8.30) 옥스퍼드 대학교 퀸스칼리지에서 의학 학위를 받음.
신경과 전문의로 활동하면서 문학적인 글쓰기로 대중과 소통하는 올리버 색스를
'의학계의 계관시인'이라 불렀다.
얼마 전 TV프로그램에서 '책을 읽어드립니다'라는 프로를 보았다.
역사에 대해서 재밌게 이야기하는 설민석이 여전히 감칠 맛 나는 입담을 자랑하면서 소개한 책이다.
신경정신과 의사가 체험한 내용을 의사의 입장에서 담담하게 써내려 갔으며
환자를 대하는 올리버 색스의 인간적인 모습과 그를 신뢰하며 치유해가는 환자들의 모습이 따뜻하다.
1부 상실
2부 과잉
3부 이행
4부 단순함의 세계
4부로 나뉘어진 내용은 신경정신과 의사로서 환자들을 진단하는 과정과 치료해가는 과정,
환자들의 특이사항과 정형화된 의사들의 치료방법과 달리 인간대 인간으로 만나는, 의사이기에 앞서 사람으로서의
만남이 그려졌다.
의사가 환자를 대하는 자세,
일반병원에서 너무나 흔한 모습이 아니라 환자이기 전에, 나의 형제자매로, 부모로, 친구로, 자녀로 대하는 모습에 환자들이 마음을 열고 자신을 되찾아가는 과정은 독자로서도 안심이 된다.
신경정신과 혹은 정신과는 정신분열증을 가진 환자가 대부분이며, 자폐증이나 치매, 다운증후군 같은 특이한 환자가 대부분이다.
'병과 씨름하고 의사와 마주하는 살아 있는 인간, 현실적인 환자 개인을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p.011)
정신적인 병을 가진 환자를 마주하는 것이 참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을 열지 않고 안으로 들어가는 환자, 과잉으로 인해 자신을 주체할 수 없어 뛰쳐나오려는 환자,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뇌는 사람의 생각과 마음을 앞지른다.
그럼으로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서 외톨이가 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흔한 발작은 '밖'에서 '안'으로 들어가게 만들고, '숨기'에 급급하게 만든다
가족들마저 지칠 수 밖에 없음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런 환자들을 '환자'로서 보기 전에 '개인'으로 보는 올리버 색스,
대화를 나눌 수 없어서 혼자만의 세상을 만들어가는 환자들에게도 놀라운 능력이 있음을 발견한 올리버 색스,
수(數)에 대해서 탁월한 능력을 가진 환자,
음악에 대해서 뛰어난 환자는 한번 들은 음악을 절대 잊지 않고 기억하기도 한다.
그리기에 남다른 유전자를 지닌 환자는 그림을 그릴 때 자신을 되찾으며 행복해한다.
생각보다 훨씬 많은 예술적인 능력을 갖추었다는 사실을, 정신적인 환자라는 이유로 우리는 간과하고 있다.
사람들은 편견에 갇혀 살아간다.
자폐증이라고 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백치'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참을성 있게 바라만 봐주어도 어느 순간 자신의 능력을 나타내게 되며
능력을 인정하고 펼칠 수 있도록 조금만 도와준다면 그들이 지닌 '천재성'을 발견하게 된다.
올리버 색스는 자신이 치료한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을 논문으로 발표하기도 하고, '깨어남'이란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그의 책으로 인해 신경정신과에 유익한 영향력을 끼쳤음은 물론이다.
과학이 발달함에 따라 病 역시 발달한다는 것을 지금도 우리는 본다.
백신이 개발되기 전에 전염병이 우리를 암울하게 하고 세상을 어둡게 하는 것을 본다.
어쩌면 자연을 잃어가고 과학의 발달이 결국 자멸을 자초하는 일이 아닐까 싶어진다.
'환자'에게서 무한한 '능력'을 바라보며, 따뜻한 마음으로 치유하려는 의사의 모습은 무한한 신뢰를 느끼게 함은 당연한 일이다.
400 페이지에 달하는 책이지만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독서감상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었다 (0) | 2020.04.10 |
---|---|
사후대책 (0) | 2020.03.20 |
사도의 8일 (0) | 2020.02.27 |
너는 평야의 양귀비꽃 같구나 (0) | 2020.02.24 |
읽고 쓴다는 것, 그 거룩함과 통쾌함에 대하여 (0) | 2020.02.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