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감상문

사도의 8일

여디디아 2020. 2. 27. 17:52

 

 

사도의 8일

 

조성기 / 한길사

 

 

사도세자(思悼世子) 이선(李愃), 자는 윤관(允寬), 호는 의재(毅齋)다.

 1735년 1월 21일 영조의 둘째 아들이자 영빈 이씨의 소생으로 창경국 집복헌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영조는 82세까지 살았고 왕위에 52년 동안 머물렀던 조선 왕실의 기록적인 인물이다.

 그에게는 정비 정성황후와 계비 정순왕후가 있고, 정빈 이씨, 영빈 이씨, 귀인 조씨, 후궁 문씨 등 4명의 후궁이 있었다.

 그는 후궁에게만 2남 12녀를 얻었는데, 그 중 5녀는 요절했다.

 

 사도세자

 생각할 사(思), 슬퍼할 도(悼), 슬퍼하며 생각한다, 슬퍼하며 사모한다로 풀이할 수 있지만 나는

 '생각할수록 슬퍼한다'는 뜻으로 여겨지기만 했다.(p.284)

 

사도 세자라고 하면 뒤주에 갇힌 채 죽어간 비운의 남자를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사도 세자가 정확히 어느 왕의 아들이며, 어느 왕의 아버지인지를 바로 떠올리지 못하는건 역사에 대한 나의 

무능함이 이유이다.

사도세자라는 영화가 나왔을 때에도 어쩌다 기회를 놓쳤다.

이 책을 읽으면서 꼭 찾아서 봐야겠다는 생각이다.

 

사도 세자,

영조의 아들 이 선,

영아기 부터 남다른 명철함과 총명함을 드러내던 그는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한 채, 아버지에 대한 두려움과,  아버지의 불신, 아버지의 질투 때문에 일찌기 정신 세계가 망가져 버리고 만다.

자신보다 뛰어난 아들을 감당하지 못했기 때문일까?

아버지 영조는 아들 이 선 보다는 딸들을 더 사랑하므로 아들로 하여금 결핍을 느끼게 하고

결국 인생을 완전히 망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 작품은 사도 세자가 뒤주에 갇힌 채 하루하루를 버티어가는 8일간의 삶을 조명했다.

뒤주에 갇힌 사도세자가 자신의 삶을 뒤돌아 보고 후회하며 안타까워 하며, 또한 포기하며 죽음을 예견하고

아내 혜경궁 홍씨가 간택되어지던 날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왕궁에서의 생활과 남편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드러낸다.

 

뒤주 속에 갇힌지 8일 동안 느낀 배고픔과 갈증, 날마다 죽음을 확인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버려진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그동안 자기가 죽인 수 많은 사람들을 생각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병으로 인하여 사람을 쉽게 죽이고, 정인을 죽이고, 문란한 삶을 살았던 과거,

의대증(옷을 제대로 입고 벗지 못하는 병)으로 인해 아버지 앞에서 당했던 모욕,

더 잘하기 위하여 노력하지만 결국 모든 것이 자신에게로 와 닿는 아버지의 원망,

비가 내리는 것도 가뭄이 드는 것도 아들의 죄 때문이라 결론지으며 아들을 나무라는 아버지.

글을 읽으니 정말 누구이든 그런 아버지 앞에서는 숨도 쉬지 못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사도 세자는 독서를 즐겼고 책을 집필하기를 즐겼다.

사도 세자가 살아있을 때, 조선에 야소교가 들어왔나 보다.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에 대한 호기심은 사랑을 느끼지 못한 그였기에 더욱 그리웠던 것 같다.

세월이 지나면 야소교로 인하여 조선이 변화할 것이라는 것을 그는 알았다.

누군가 나를 위하여 죽었다는 사실을 어디에서도 들어보지 못한 그는 예수라는 분에 대해 궁금해 했으며 깊은 호기심을 나타내었다.  좀 더 일찍 복음이 전파되었다면 정신적인 연약함에서 힘을 얻었을 것이며, 자신을 위하여 십자가에 달린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자유를 얻었을 것인데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뒤주에 갇힌 지 8일째,

천둥번개가 치던 날 그는 엎드려 절하는 모습으로 숨을 거둔다.

뒤주가 흔들리자 '흔들지 마라. 어지럽다'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흔들지 마라, 어지럽다.

마지막 이 한마디가 그의 온 인생을 대변하는 듯하다.

그를 뒤흔든 아버지의 말들, 어지러워 망칠 수 밖에 없었던 불행한 일생,

 

생각할수록 슬퍼한다

(思悼) 

이 두 마디가 이 글의 모든 것을 말해준다.

 

천둥 번개를 무서워하는 남편이 죽는 순간에도 두려움에 떨었겠다 싶어 간장이 무너져 내렸다.

흔들지 마라.

남편도 누가 자꾸 흔드는 바람에 정신이 망가지고 삶도 망가졌다.(p.280)

 

생전에 그의 행실은 결코 용서 받지 못할 삶이지만, 이 모든 것은 또한 아버지로부터 시작된 것임을 알게 된다.

하루하루를 버티며 죽어가는 사도 세자의 삶이 '생각할수록 슬퍼한다'는 뜻이,

책을 읽는 내게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책장을 덮는 순간, 마음이 너무나 아프고 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