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문

가평잣향기푸른숲

여디디아 2020. 2. 20. 10:52

 

 

 

 

치장하지 않아도 이쁜 준경

 

 

실물보다 사진이 안이쁜 동생

 

 

실물 보다 사진이 12.5배 이쁜 나

 

 

'딸이 있는 사람'은 '딸이 없는 사람'을 모를 것이다.

딸이 없는 내가 딸이 있는 동생과 친구들을 잘 모르듯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딸은 '친구'로서 역할을 다하며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며 기대어가는 모습을 보면 참 부럽다.

 

지난 겨울 쯤인가,

동생이 준경이와 둘이서 대구를 다녀왔다고 했다.

사진을 보니 둘이서 김광석 거리를 활보하고 교복을 입고 사진을 찍고, 폼나는 음식점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찍은 사진을 보니 부럽기도 하고 은근 서운하기도 했다.

'빈 말이라도 같이 가자고 하지'....

동생과 준경이에게 다음엔 꼭 데려가 달라고 애걸복걸을 했다. ㅠㅠ

 

그런가 했더니 둘이서 독일에 있는 준후에게 간다고 떡~~하니 예약을 했단다.

'나도 갈까?'라고 했는데 동생이 빈 말이라 여겼는지 코도 싱끗 않는 바람에 또 서운..

코로나19 때문에 한국인인지, 일본놈인지, 중국사람인지 구별 못하는 유럽인들께서 동양인들을 싸잡아 쳐다본다는 소식이고 병원에서도 해외여행은 당분간 자제하는 것이 좋다는 분부에 결국 모녀는 약간의 손실을 감내하면서 독일행을 포기했다.  

 

독일행 비행기를 타려던 아침에 가평잣나무숲길을 같이 가자는 말에 꼴딱 넘어간 나는 일주일을 손꼽아 기다렸다는 것을 알랑가 모를랑가...

토요일 아침, 한가하던 사무실이 마침 일이 있었지만 서방에게 미룬채 셋이서 잣나무숲길을 택했다.

평소 딸이 없는 내가 보기에 좀 그랬던지, 준경이와 함께 간다는 말에 서방이 신사임당 두장을 식탁에 놓으며

'모자라는건 카드로 긁어. 준경이 맛 있는거 많이 사줘'란다.

준경이 말이라면 뭐든 듣고보는 이모부, TV에서도 이쁜 탈렌트가 나오면 준경이 닮았단다. ㅎㅎ  

하긴 우리 아들들도 그러고 있으니...  남들이 들으면 욕할지 모르지만 우리가족 눈엔 그렇다는 것이다.

 

집에서 가평잣나무숲까지는 30분이면 충분하다.

초행길이라 가끔 더듬거리긴 했지만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착한 우리는 봄이 오는 아침과 겨울이 물러나는 햇살 사이에서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은, 봄을 맞이하기에 가장 예의바른 날씨 앞에서 행복했으니...

 

입구부터 잣 향기가 차고 넘치며 하늘을 향하여 울울창창하게 뻗어있는 잣나무가 싱그럽고

잣나무 아래에 뒹구는 지난 가을에 떨어진 잣 송이들은 동물들에게 좋은 먹잇감이 되었을 것을 생각하니 고마운 마음이다.

잣나무숲길은 몇군데의 코스가 있어서 자신에게 맞는 코스를 택하면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오랜만에 트레킹을 나온 우리는 가장 긴 코스인 5km인 한바퀴 전체를 돌아오는 곳으로 정한다.

 

깊고 아늑한 곳에 조용하게 자리한 곳이라 사람들이 모를것 같은데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트레킹을 한다.

산길이 아니고 임도로 이어진 길을 걸으며 그동안 게을리하던 산행을 이야기하고, 불어난 몸무게를 애석해하고,

줄지 않은 저울의 숫자에 민감해 하며 새봄엔 어떤 방법이든지 숫자를 줄여보기로 다짐해보기도 한다.

 

직장생활 5년차, 임상영양사로서 입지를 굳힌 준경인 많은 여유가 생겼음을 본다.

아둥바둥거리며 공부하던 10년의 세월을 잘 견디고 노력한만치 자신의 자리를 꿰찬 모습을 보니 단단해 보여서 좋다.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노력했기에 지금의 위치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든든한지. 

지금까지 지낸 날보다 앞으로의 날들이 기대되는, 마음도 이쁘고 생각도 이쁘고 얼굴도 이쁜 사랑스러운 조카..

언제 어디에 내놓아도 기분이 좋고 자랑스러운 조카여서 내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정상인 사방댐을 둘러보고 내려오는 길은 금방이다.

2시간을 걸으며 웃고 웃고 또 웃다보니 모녀와 자매는 어느새 입구에 서서 허기진 배를 쓰다듬고 있다.

 

잣나무숲에서 나와 10분을 달리니 동하불백이란 돼지불백 전문식당이 있다.

미리 답사한 동생 덕분에 불맛이 나는 돼지고기와 봄 속에서 고소함을 더하는 봄동을 몇 접시나 먹으며,

버섯이 듬뿍 들어간 순두부찌개의 시원한 맛을 느끼며, 두어시간 전에 다짐한 숫자 줄이기는 잊은채 배가 불러 행복한 마음으로 일어선다.

서방이 준 신사임당은 아직도 여유가 있어 금남리 일피노로 달려가 커피를 마시며 다시 수다를 풀다보니 

어느새 저녁 시간이다.

 

이모에게 뭔가를 해주고 싶어하는 준경이가 네일아트를 예약해 줌으로, 오늘 들어간 밥과 커피 값을 한번에 보상받는다.

행복하고 즐거운 날이었으니...

 

모녀님..

땡큐요!!

 

다음에도 제발 끼어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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