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 노래방에서 탈진한 채 돌아온 우리는 경자-형임, 정심-현숙, 영숙-진옥이가 같은 방을 쓰기로 하고 파자마로 다시 모이기로 했다.
오랜만에 함께 모인 탓에 할 이야기가 끊이질 않는다.
밤이 으슥할 때 까지 이야기를 나누다 각자 방으로 돌아갔는데, 누구는 3시까지 도란거리며 이야기를 나누었단다.
어제 일정표에 있었지만 가지 못한 언양읍성엘 갔는데 뭐... 버스에서 내릴 필요조차 못 느끼고 돌아서서 울산으로 달렸다.
울산십리대숲길은 평소에 가고 싶었던 곳이라 기대가 된 만치 대나무가 쭉쭉 뻗었고, 바람이 불면 솨솨~~ 소리를 낼 것 같다.
대나무숲에만 오면 '혼불'의 최명희 작가가 그리워진다. 소설 혼불의 내용을 친구들에게 잠시 들려준다.
울산에 왔으니 울산에 있는 친구들에게 전화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전화를 하고나니 너무 이른아침의 주책이다.
4학년때 짝꿍이었던 원수에게 전화를 했더니 차라도 한잔하자며 나오겠다는 것을 만류하고, 지혜는 서울의 딸네집에 있다고하니 나와는 반대 방향에 있다.
그리고 ....
십리대숲길에는 가을을 상징하는 국화가 노랗게 빨갛게, 각가지의 색으로 빛을 내며 늙어가는 소녀들의 옷자락을 잡고 발걸음을 붙잡는다.
대나무숲을 나와서 장승포 고래박물관으로 향했다.
박물관을 훑고 울산에 살던 전도사님이 생각이 나서 경자와 함께 전화를 하니 서울에서 받으신다는..
마지막 코스인 대왕암으로 가는 길엔 가을여행을 온 인파가 넘쳐난다.
파란 바닷물이 너무 깊지 않아서 다행이긴 하지만 여전히 높은 곳에서 바라보면 휘청거린다.
대왕암의 바위들과 바닷물과 차고 넘치는 사람들, 한껏 들떠 있는 친구들과의 시간은 그냥 좋다.
바위위에 핀 해국을 보며 꽃이름을 아는 척 해 보는 것은 밝은권사님 덕분이다.
해국이라고 가르쳐 주고나니 우쭐해지는 마음은 또 뭔가. ㅋㅋㅋ
점심식사는 해물찜이다.
아귀찜 위에 커다란 문어 한마리가 정신을 혼미하게 만든다.
쫄깃한 문어와 역시 쫄깃하며 매콤한 아귀찜을 먹고나니 집으로 갈 시간이다.
문어와 아귀와 매콤한 콩나물은 잠을 불러오고, 울산에서 서울까지의 먼먼 길은 몇시간쯤 자는 것이 유익함을 알기에 울산을 벗어나기도 전에 잠 속으로 빠졌다.
두 시간을 자고나니 여전히 친구들은 수다삼매경이다.
서울근처에서 길이 밀렸지만 정확히 7시에 잠실역에 우리를 데려다주는 버스에서 내려 정심이는 성남으로, 나는 마석으로, 나머지 친구들은 평내로 가는 버스에 올라탐으로 1박 2일의 환갑여행은 막을 내렸다.
사랑하는 친구들,
환갑을 축하하며 영육이 더욱 강건하길 기도하는 우리가 되길 바래며...
사랑하고 축뵥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