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종대 유람선
용궁사
불새노래방
환갑여행 - 피날레
평내교회 등록한지 32년이 지났으니 내 인생의 추억이 평내교회를 통해 차지하는 비중이 큰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30대에서 50대 초반까지는 그저 먹고 살기에 바빠서 친구니 여행이니... 그런것 조차 사치로 여겨졌다.
아이들이 대학을 졸업하고나서야 들여다 본 내 인생은 누구를 위하여, 무엇을 위하여 달려왔는지, 나라는 인간은 어디에서 인정받으며 존재하는지를 알 수 조차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열심히 살아온 날이 헛되거나 후회된 것은 아니지만 이제부터는 나를 위한 시간도 가져야겠다는 정신적인 여유가 생겼다.
그리고 환갑을 맞이한 올해, 철저히 나의 것으로 만들어 '지금까지 수고한 나를 위로하자' 고 여겼다.
5년 전인가?
평내교회 표어가 '섬김으로 사귀자'로 정해졌고, 찬양대에서 성경공부반에서 나와 동갑인 친구들이 눈에 띄었지만 인사조차 제대로 나누질 않은채 지나는 날들이었다. 시간이 지나고 만나는 순간이 많아짐에 따라 눈인사를 나누고 고개를 까딱이면서도 말을 건네기는 또한 어렵기만 하던 때, 그나마 평내교회에 몸 담은지 오래된 내가, 오지랖을 떨며 아는 척을 하는 내가 나섰다.
"동갑들이 모여서 식사라도 같이하자"는 문자에 답을 하고 첫 모임을 가진 후, 오랫동안 가디린듯이 모이고, 한두번의 모임에서 서로 말을 트고 이름을 불러가며 친해지기 시작한 경자, 진옥, 영숙, 현숙, 형임, 정심
3년전 정심이가 남편을 따라 순천으로 이사를 했지만 늦게만난 친구라서인지, 뜻이 같은 친구여서인지, "우정이란 가꾸어 가는 것"이란 정심이의 말처럼 서로를 위하여 기도하며 연락을 함으로 아직도 평내동에서 함께 살고 있는 것처럼 마음이 항상 함께함이 고맙다.
'환갑여행 가자'는 누군가의 입에서 나온 말로 매월 5만원씩 저금을 하며 환갑을 기다렸고, 해외여행을 하자던 마음을 접고 국내여행을 하자는 마음에 동의했다.
'동백여행사'를 통해 경자가 예약을 하고 금요일 새벽에 잠실에서 만나니 평내에서 만나던 친구들이지만 더욱 반갑게 여겨진다.
친구들의 여행을 위하여 빵과 귤, 물과 쥬스를 준비해 온 경자,
친구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2인 1조로 과일과 파프리카와 비스켓과 귤과 계란을 정성껏 준비해 온 영숙이,
1인 1개의 봉지에 초코렛과 사탕을 준비해 온 나...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시간이 지루하거나 길지 않음은 먹거리들과 친구들의 마음이 한 몫 했음은 말할 것도 없다.
부산에 도착하여 정해진 식당에 도착하니 하얗고 예쁜 소녀같은 정심이가 우리를 기다린다.
얼마전 사위를 보았는데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참석하지 못한 미안함과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 반갑고 기쁘고 즐겁기만 하다.
식사 후 유명한 국제제장과 자갈치시장을 구경하고 다음 코스인 태종대로 향했다.
태종대 유람선을 타고 부산의 바다를 달리는데 부산갈매기들이 우리곁에 기웃거리며 새우깡을 달라고 재촉하고, 선장실의 방송에선 선장실에서 새우깡을 판매한다는 광고가 요란하지만 환갑여행을 온 우리는 그저 웃고 떠들고 찍기에 바쁘다.
태종대를 돌아 용궁사라는 사찰로 갔다.
우리가 짐작하던 사찰이 아니었지만 크고 웅장한 사찰앞에 놓여진 복돼지가 우리와 아주 잘 어울려서 한참을 웃었다.
바다를 앞에 두고 우뚝 선 용궁사,
특별한 흥미가 없어서 감로수 한잔을 마시고 사진을 찍고 노점에서 다시마를 팔고 계신 할머니를 지나칠 수 없어서 다시마를 샀는데 할머니가 어찌나 고마워하시는지 오히려 송구하다.
노점의 할머니를 만나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것은 엄마 생각 때문이다.
용궁사에서 언양을 향하는 길에서 형임남편이, "내 고향에서 자기들이 신이 났다"는 문자를 보며 정말 우리가 평내를 떠나 여행을 왔으며, 이 여행이 우리들의 환갑여행임을 실감한다.
언양에 도착하여 유명한 언양식불고기로 저녁식사를 하는데 반찬이 정갈하고 깔끔하며 불고기 양도 넉넉하다.
여행에서 맛잇는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여행의 즐거움을 배가시키고 모든 것을 포용할 수 있는 너그러움까지 곁들게 한다.
서울 어느 곳에서도 이렇게 노래방이 많이 있는 곳은 없을 것이다.
한 집 건너 노래방 간판이 걸린 것을 보며 신기해하며 노래방엘 들어갔는데,
"여기는 노래만 하는 곳이 아닙니다. 다른데 가보셔요"라는 주인의 말에 우리는 멘붕이다.
서너 곳엘 들러도 한결같은 대답이 돌아오고 뻘쭘한채로 돌아서서 나올 수 밖에 없었으니...
우리가 모르는 세상, 뉴스로만 보던 희귀한 일들이 눈만 돌리면 있는 것을 우리는 철저하게 몰랐었다.
교회와 집과 직장만 알던 우리에게 이 현상은 참으로 신기하고 문제있고 타락의 길로 걸어가는 곳이 아닐 수 없다.
마지막으로 들러본 숙소 앞 불새노래방이 우리를 외면치 않음으로 오랜만에 친구들과 3시간 동안 지치도록 노래를 불러 보았다.
1시간을 주문했는데 간식을 준비하지 않은 현숙이가 미안한 마음에 1시간을 추가했고, 마음 좋은 주인이 서비스에 서비스를 더함으로 3시간이나 노래를 불렀다는 것이다.
애창곡, 18번, 아는 곡, 친구의 애창곡이나 18번까지...
모든걸 풀어제치고 마음껏 노래를 부르며 팔짝거린 시간, 3시간이 되니 모두가 지쳐서 제 풀에 넘어가더라는 이야기다.
언양의 밤은 불고기의 달콤한 맛과 노래방의 흥겨운 공기와 친구들의 정다운 웃음 소리와 함께 깊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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