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문

청안이씨의 왁자지껄한 제주여행기

여디디아 2019. 10. 8. 14:35

 

 

 

 

 

 

 

 

 

 

 

 

 

 

비자림

 

용눈이오름 레일바이크

 

 

 

 

아끈다랑쉬오름

 

 

 

 

 

 

애월 바다하우스

다희연 동굴카페

하가리 연화지

 

화연네 갈치국(작은언니)

교래칼국수와 보말메밀전(현숙)

동굴카페 녹차라떼(진옥)

광어와 우럭회(오빠)

 

 

장담컨대, 청안이씨들은 부지런하다.

여행 전 날 밤엔 모두가 잠을 이루지 못했지만 지난 밤엔 애월의 파도소리와 함께 푹 잤다.

4시 30분에 일어나 성경을 읽는데 오빠와 큰언니가 일어난다.

셋이서 커피 한잔을 마신 후 고내해안절경을 산책했다.

작년추석에 인아네와 함께 왔던 빌레리조트를 바라보며, 두고 온 가족을 잠시 생각했다.  

 

한바퀴를 돌고오니 함께 가지 못했다고 아우성이지만 이미 버스는 목적지를 향해 돌아왔다.

이번 여행도 아침은 숙소에서 해결하려고 했는데 큰언니가 아무 것도 하지 말고 밖에서 먹자고 하는 바람에 손끝에 물을 묻히지 않아도 좋은 아침이다.

화연이네 갈치국을 검색해서 왔는데 숙소 옆집이다.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3시까지 영업을 하는 만치 음식도 정갈하고 맛도 일품이다.

오랫만에 갈칫국을 먹으며 맛있다는 말이 여섯명의 입에서 도돌이를 한다.

얼가리배추와 단호박, 푸짐한 갈치토막이 어우러진 맛은 달큰하고 시원하다.

 

인생사란 것이 계획표에 짜인 것처럼 살아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3일간의 계획표 역시 때론 어긋나고 때론 미끄러진다.

'봄날'카페에 가서 커피 한잔 마시는 것도 썩~~ 좋은 일이란 생각에 도착한 봄날카페

어린왕자가 어딘가에서 나타날 것만 같은 분위기에서 커피를 마시며 애월바다를 구경하는데 커피 값을 진숙이가 쏜단다.

커피 값은 어디서나 마찬가지이지만, 커피를 마시지 않고는 들어올 수가 없다는 현실과 잠시 구경만 하겠다는 아저씨가 종업원과 아침부터 삿대질을 하면서 싸우는 모습을 보니 언짢다.

삿대질을 양념으로 어른으로서 갑질을 하는 아저씨보다 안된다고 단호하게 대처하는 종업원이 안쓰러워 나오는 길에 한마디 했다.

"그러려니 하고 마음 풀어요" 그러게, 이 말이 위로가 되었을지 모르겠다.

아침부터 남의 집 귀한 아들에게 소리지르는 것을 보니 내 아들 같아서 속이 상한다.

 

봄날에서 시간이 예정보다 늦어져 비자림에 도착을 하니 오전이 조금 남았다.

비자림엔 화장실도 없고 음식물도 반입이 안된다는 설명을 하고 입구에 들어서니 감탄사가 이어진다.

깨끗하게 정리정돈된 숲과 울창한 비자나무, 질서정연한 관람객이 상쾌한 바람과 맑은 공기와 향긋한 비자향기에 취해

육지의 일들을 잠시 잊어버린다.

특별히 임산부가 많이 보이고 아가들이 눈에 띄는 것은 걷기에 편안하고 무리가 없기 때문이다.

아가들을 보자니 인아와 지유가 보고싶고 이곳에 데려오고 싶은 마음이 굴뚝에서 피어나는 연기처럼 모락 거린다.

 

비자림을 돌아나오니 점심시간이다.

교래칼국수에 도착을 하니 넓은 식당은 사람들로 가득하고 식당 밖에선 대기하는 사람들의 얼굴이 지루하다.

보말칼국수와 보말메밀전을 주문하고 기다리자니 피로에 젖은 종업원들의 얼굴이 손님으로 인한 반가움 보다는 짜증난다는 표정이어서 안타깝다.

점심식사비를 현숙이가 계산하는데 어쩌자고 비싸다.  쩝~~

 

오후일정으로 아끈다랑쉬오름을 향하여 달리는데 날씨가 꾸릿하고 공기가 서늘해지며 바람이 세차진다.

아끈다랑쉬오름의 억세는 아직 피는 중이고 바람은 깊어가는 가을을 건너 뛰려는 모양새다.

늦가을의 아끈다랑쉬오름을 기대했던 것은 나의 성급함이었지만 언니와 동생이 '좋다'라고 감동을 하니 조금 덜 미안하다.

 바람이 우리를 분화구로 쓸어가기 전에 오름에서 내려와 용눈이오름에 있는 레일바이크를 타러 갔다.

무서워서 못타겠다는 언니를 설득하여 3인용 바이크에 두 팀이 나누어 타고 한바퀴를 도는 시간은 30분이다.

영숙이랑 왔을 때는 말이 뛰어 놀았는데 지금은 한우가 풀을 듣고 있다. 

아이들처럼 즐겁고 재미나게 레일바이크를 탔으니 우리네 마음에 또하나의 추억이 바퀴를 달았으리라.

 

마지막 일정으로 다희연 동굴카페로 갔다.

동굴을 들어서서 카페로 들어가자니 언니가 "너는 이런 곳을 어떻게 알고 있느냐?"며 놀란다.

아무렴이요, 우리아들 세현이랑 왔던 곳이니까..

선이와 지유와 즐겁게 놀고 있을 세현이가 보고싶고, 둘이서 이곳에서 차를 마시던 순간과 짚라인을 타고 엄마를 부르던 모습이 쟁쟁하기만 하다.

다희연에서 재배하고 만든 녹차라떼는 내 카드가 담당할 일이다.

일반 녹차보다는 달지 않고 쌉사레한 맛이 나서 좋다.

 

차를 마시고 일어나려니 오빠 왈..

"지금부터 운전 살살해야지. 소화가 안되도록... 그래야 회를 적게 먹는다"는 말로 우리의 배꿉을 틀어막게 한다.

언제나 적절한 유머로 우리를 즐겁게 하는 오빠와 언니와 동생들,

우리가족은 독서를 좋아하는데, 그런 연유에서일까.

수시로 유머로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긴장을 풀어주게 만든다.

오빠의 염려를 제주도가 알아차렸는지,  오는 내내 길이 밀려서 소화가 되질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변횟집에서 먹는 회의 맛은 고소하고 달콤하고 쫀득하고 감칠 맛이 난다.

함께나온 매운탕도 특별한 맛이 더해졌는지, 유독 맛나다. 

 

내일아침이면 집으로 향해야 할 엄청난 사실은 우리의 밤 잠을 최대한 멀리하게 만든다.

어린시절의 이야기, 부모님의 이야기,  자식들의 이야기, 손주들의 이야기...

끝이 없는 이야기로 여행의 마지막 밤을 붙든다.

우리의 이야기가 이 밤을 영원히 새지 않도록 만들기라도 하듯이 말이다.

 

사랑하는 언니들과 오빠와 동생들..

이 자리의 내가 있음은 당신들이 그 자리에 함께하기 때문입니다.

건강하셔서 다음 여행에도 변함없는 모습으로 만나길 기대합니다.

 

사랑하고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