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문

청안이씨의 왁지지껄한 제주여행기!!

여디디아 2019. 10. 8. 13:39

 

기내식(내가 준비한 아침도시락)

 

마라도가는 여객기(왕복 19,000원) 

 

 

 

대한민국 최남단 마라도

톳으로 만든 짜장면과 짬뽕

 

 

 

 

 

 

 

 

 

 

 

 

마노르블랑 핑크뮬리  큰언니

 

 

 

 

마노르블랑의 카페라떼(진숙이가 쏨)

애월 해변횟집 갈치조림(큰언니가 쏘다)

바다하우스 숙소

 

 

 

 

 

 

 

 

 

 

 

 

 

 

 

 

 

 

 

 

 

 

 

 

나이가 들면서 자석처럼 끌어당겨지는 것은 핏줄이다.

내가 배 아파서 낳은 내 새끼들은 자기들의 삶이 재밌고 즐거워 부모는 뒷전으로 밀리는 것이 당연한 일인만큼,

섭섭할 이유도 없고, 섭섭함으로 시어머니 노릇할 이유도 없다.

내 부모가 낳아주신 내 형제자매들이 이젠 자식 보다 모이는 것도, 떠드는 것도, 먹는 것도, 노는 것도 편안하다는 것은 늙어가면서 배우는 또 하나의 연민이다.

 

몇년 전, 남매들이 월 2만원의 회비를 내다보니, 티끌모아 태산이라고 꽤 두둑히 쌓였다.

2년 전 제주도 여행에는 작은오빠가 급하게 불참하여 아쉬웠는데, 이번엔 큰오빠의 불참이 뭐 특별할 것도 없다.

우리와는 세대 차이도 있고, 어릴적부터 동생들을 쥐 잡듯이 잡돌이 하였기에 애틋한 정이 없는 것도 한 몫 하나보다.

 

단풍이 곱게 믈든 것 같은 10월의 달력이 기어히 우리를 떠밀었다.

3일에 오빠의 근무로 4일부터 계획을 했는데, 과연 탁월한 선택이 아니었나 말이다.

'미탁'인가 뭔가하는 요란한 태풍이 비켜간 자리는 고요와 평화와 화창한 가을날씨가 우리를 기다려 줌으로

몇번이나 실패한 마라도까지 무사히 갔음은 물론이고, 이름이 짜드르한 마라도의 짜장면과 짬뽕까지 아낌없이 먹을 수 있었으니 감사할 따름이다.

 

7시에 출발하는 김포공항의 제주항공은 한치의 오차도 없이 우리를 제주공항에 내려 주었고, 롯데렌트카에서는 5분도 기다리지 않은 채 예약한 카니발이 굴러 왔다.

첫 계획이 마라도였기에 운진항으로 가는 차 안에서 맑은 가을하늘과, 삼다도의 제주를 구경하며 바람과 돌과 여자를 떠올려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운진항에서 11시 10분의 마라도행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는 시간은 촬영 시간일 뿐이다.

예쁘게 꾸며진 배 안팎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먼바다를 바라보며 폼을 잡고, 손에 묻힐 듯이 달려드는 하얀파도의 포말을 핥듯이 사진을 찍기에 바쁜 것은 우리도 낡은 배처럼 늙었다는 의미가 아니겠는가!

 

마라도에 도착을 하니 생각보다 작은 섬이지만 정겨움이 넘친다.

바다위에 떠 있는 외로운 섬일 수도 있지만 교회, 성당, 절이 있고, 해산물로 된 음식과 면으로 된 식사가 요란하다.

대한민국최남단이라는 표지 앞에 서서 포즈를 취하자니 뜬금없는 애국심이 가슴을 싸아하게 만든다.

그 어느 때 보다 어지러운 지금의 대한민국이 얼마나 소중한 내 조국인지를 잊지 않음으로 지금 내게 주어진 자유와 평등과 원칙이 오래오래 변하지 않앗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어쩌자고 밥 그릇 챙기기에 바쁜 나랏님들도 나 정도의 애국심만 가졌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마라도를 돌아서 마노르블랑이란 카페로 갔다.

요즘 제주도만이 아니라 남양주에도 카페를 꾸며 놓고 차를 판매하는 곳이 많다.

핑크 뮬리라는 외래종 식물이 우리나라에 들어오고, 번식력이 최고인 핑크빛의 식물이름이 뮬리이며,

핑크뮬리가 여러 사람들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다.

봄이면 유채꽃이, 여름이면 수국이, 가을엔 핑크뮬리가, 겨울이면 동백꽃이 마노르블랑의 경제를 윤택하게 한다.

좁은 공간에 미어터지는 사람들, 우리도 군중의 일원이 되어 차를 마시고 헤픈 웃음을 퍼나르며, 같은 동작을 되풀이하며

다만 주어진 순간에 행복해 하기에 바쁘다.

6남매가 같은 공간에서 함께 즐긴다는 사실이 얼마나 귀한 시간이며 행복한 시간인지를 알 만치 우리는 어른이다.

가을과 함께 피어나는 핑크뮬리, 꽃 보다 이쁜 언니들과 오빠와 동생들,           

함께 함으로 충분히 기쁘고 행복한 시간이다.

 

애월에 있는 바다하우스를 생각하며 명리동식당을 계획했는데 고기 보다는 갈치조림을 먹자는 의견에 일치하며 해변횟집으로 향했다.

갈치조림은 다른 음식 보다 비싼 편이지만 맛이 좋아서 아깝지 않다.

큰언니가 며느리가 보내준 용돈으로 동생들에게 갈치조림을 대접했다. 그래서인지 더욱 맛나다.

 

식사 후. 한라봉 막걸리와 맥주, 한라산 소주 한병으로 다시 뭉쳤다.

막걸리를 보니 엄마생각이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일 더미에 쌓여 밥 맛이 없어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질 않는다던 엄마는 술술 넘어가는 곡주 막걸리로 배를 채우셨다.

아가들을 돌보다 보니 엄마의 마음을 알 것만 같다는 큰언니,

순주들을 돌보다 보면 배는 고픈데 밥이 넘어가질 않아 커피를 마시며 엄마마음을 이해한다는 언니의 말을 들으니 엄마생각이 간절하다.

한라봉 막걸리 한 병으로 6명이 반잔씩 나누어 마시는데, 가장 빨리 마신 나는 어느새 취한다.

술주정인가,

엄마생각에 눈물이 질금질금 흐른다.

지금 이 자리에서 운다는 것은 엄마생각도 아니요, 단지 술주정일 뿐이란 생각에 흐르는 눈물을 쓱쓱 닦으며  애써 웃어본다.

엄마가 안계셨다면 이 자리가 있었을까 말이다.

 

바다하우스 앞에서는 파도가 왔다가 밀려가고 다시 밀려드는데,

한번 떠나가신 엄마와 아버진 영영 우리곁으로 오시질 않는다는 사실이 아프다.

 

여행의 첫날이 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