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작
욘 포세 / 홍제웅 옮김
노르웨이 작가 욘 포세, 3부작
잠 못 드는 사람들
올라브의 꿈
해질 무렵
글쎄, 참 독특한 소설이다.
규정에 짜인대로 쓴 소설이 아니기도 하고, 글의 마침표나 따옴표나 특별한 설명이 들어 있지도 않다.
혼자 독백을 하는 것인지, 과거를 회상하며 중얼거리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아슬레와 알리다는 17살의 소년소녀이다.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이들은 부모가 없고(아슬레), 아버지가 안계시고 엄마와 언니가 함께 살고 있지만 엄마와의 관계는 원수지간처럼 냉랭하여 엄마와 딸이라고 볼 수도 없는 가정에서 성장한 알리다가 서로를 이해하며 위로하다 사랑을 알게되고, 사랑을 나누게 되고, 아기를 가지게 된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배에서 생활하던 아슬레에게 배 주인이 당장 배를 내놓으라고 함으로 아슬레는 알리다와 함께 뒬리야라는 고향마을을 떠나 벼리빈의 거리를 헤매게 되는 것이 소설의 도입부이다.
늦가을의 밤이 깊어가는 시간, 배가 고프고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고 추워지기 시작한 밤은 가난한 연인들을 더욱
움추리게 만든다.
마치 동정녀 마리와와 요셉이 머물 곳이 없어서 길을 해메이는 모습과 같은 모양새다.
하룻밤 묵을 곳을 위하여 대문을 두드리지만 누구도 그들을 받아주지 않고 외면한다.
17살의 남자와 해산할 날이 임박한 소녀를 쉽게 품어주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벼리빈의 거리를 헤매이던 그들은 노파의 집을 찾게 되고 거절하는 노파를 밀어내고 집안에 들어가 묵게 된다.
잠 못 드는 사람들에서는 아슬레와 알리다의 불우했던 시절과 여전히 가난하여 묵을 곳이 없어서 벼리빈의 골목을 누비는 모습, 엄마의 찬장에서 지폐를 꺼내다가 엄마를 밀친 알리다와 배의 주인을 밀어낸 아슬레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올라브의 꿈은 2부에 속한다.
벼리빈의 노파 집에서 묵던 그들은 비카라는 곳으로 옮겨 오스타와 올라브 비카라는 새로운 이름을 가지고 살며, 그들에게서 난 아가 시그발이 여전히 가난한채로 살아간다.
오스타는 할아버지가 아버지에게, 아버지가 아슬레에게 물려준 바이올린을 팔고 남은 돈으로 올라브의 반지를 사기 위하여 벼리빈 시내를 배회한다. 올라브에게 반지를 선물하려던 오스타는 맥주를 마시게 되고 그곳에서 늙은 노인을 만나게 된다. 노인이 오스타로 개명한 아슬레의 옛일을 기억하며 협박을 한다.
맥주를 사주고 용돈을 쥐어주면 모든 일에 대해서 눈을 감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배의 주인을 죽인 일과 알리다의 어머니를 죽인 것, 벼리빈의 노파를 죽인 것 까지 경찰에 알려 살인자로서의 죄의 댓가를 치루게 하겠다고 협박하지만 아슬레는 노인을 외면하며 자신이 아슬레가 아니라고 부인한다.
올라브에게 반지를 선물하려던 오스타는 아름답고 멋진 팔찌를 보고 반지를 사려던 마음을 돌이켜 팔찌를 선물하기로 한다.
팔찌를 구입한 오스타는 결국 노인의 고발로 인하여 살인자로 찍히게 되어 사형을 당하고만다.
3부 해질 무렵은 다시 세월을 건너뛴다.
알라다의 딸 알레스가 어머니를 바라보는 것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나이가 많은 오스가우트라는 고향아저씨를 만난 알라다는 그의 집 가정부로 들어앉게 되지만 결국 오스가우트의 아기를 낳고 그의 아내가 된다.
알라다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으며 오스가우트로 인하여 가난을 벗어나고 아들 시그발과 알레스라는 딸을 낳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을 짐작할 수 있게 된다.
아슬레와의 사랑을 잊지 못한 알라다는 모든 순간을 아슬레와 함께한다.
오스가우트와의 관계에서도 아슬레를 기억하고 아슬레와 묻고 답한다.
아슬레가 알라다 엄마를 죽인 일, 배를 돌려달라는 남자를 살인한 일, 벼리빈의 노파를 죽인 범인으로서의 표현은 어디에도 없다. 살인자라는 범죄자라고 인정을 하고나서야 아슬레의 행동이 이해가 된다.
또한 사형장에서 한마디 변명도 없이 죽어가는 모습에서 이미 자신의 죄를 인정한다는 생각이 든다.
알라다는 오스가우트와의 편안한 생활에서도 아슬레를 기억하고 아슬레와 함께 살아간다.
그런 생활 속에서 오스가우트의 입장은 한마디도 표현하지 않음은 기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린 연인의 사랑은 깊고도 뜨겁다.
사랑하는 연인을 지키기 위하여 살인도 마다 않는 소년은 아직 미숙한 탓이리라.
아기를 낳고 가정을 꾸려가기 위해서는 더 많이 성숙해야하고 더 많이 배워야함을 모르고,
부모의 사랑을 받아보지 못함으로 생명에 대한 존엄성도 알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싶어진다.
처음과 끝, 중간단계의 모든 이야기를 건너 뛴 욘 포세의 소설은 독자들에게 숙제를 남긴건 아닐까..
특별하지 않은 특이한 소설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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