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감상문

글의 품격

여디디아 2019. 11. 19. 14:29

 

 

글의  품격

 

이 기 주  / 황소북스

 

 

삶이 곧 하나의 문장이다.

'삶'이 무엇이냐고 묻는 이들이 수없이 많았는데, 이렇게 명쾌한 답을 내놓을 수 있다니.. 

내 인생 육십의 삶을 돌아봐도 결국 하나의 문장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어떠한 삶을 살아왔던지, 앞으로 어떤 삶이 펼쳐질지 모르지만, 결국 삶은 하나의 문장일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이기주,

전직 신문기자였던 그는 오롯이 글 쓰기에 열중한다.

글을 쓰는 이유와 글을 쓰는 방법과 자신의 글을 세상으로 드러내는 방법을 들려주는 내용이다.

 

말을 아껴 글을 쓴다.

쓸모를 다해 버려졌거나 사라져가는 것에 대해 쓴다.

엿듣고 엿본 것을 기록하기 좋아한다.

책과 사람을 평가하기 보다 음미한다.

타인의 세계를 존중할수록 내 세계도 깊어진다고 믿기에,

가끔은 어머니 화장대에 담담히 꽃을 올려 놓는다.

 

작가는 말이나 글에 대해 큰 의미를 두고 있으며, 말과 글이 인간과 인간을 이어주는 띠라고 생각하며

말 한마디, 글 한 문장이 개인의 인격을 드러내고 성품을 드러내고 있다고 생각하며, 이로 인해서 무심코 던지는 한 마디의 말이나 생각없이 휘갈겨 쓴 한 줄의 문장이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갈 수 있음을 생각하게 한다.

 

1강 - 좌우봉원(左右逢源) - 일상의 모든 것이 배움의 원천이다.

       "삶은 내 곁을 맴도는 대상들과 오해와 인연을 맺거나 풀어가는 일이다"

2강 - 본립도생(本立道生) - 기본이 서면 나아갈 길이 생긴다.

        "당연한 것을 잘 해내는 일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인지 모른다"

3강 - 두문정수(杜門精守)  - 밖으로 쏠리지 않고 나를 지킨다.

         "스스로 일으킨 물결에 올라타야 삶의 해답에 다가갈 수 있다"         

 

글의 품격을 나타내기 위하여 글을 쓰는 사람이 갖추어야 할 소양을 위하여 강의한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는 글을 쓰기 위해 어려워 하는 이들에게 특별하거나 정해진 답을 내놓지는 않는다.

다만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구석구석, 순간순간에 충실하며 인간관계를 위하여 스스로의 옷깃을 여미라고 한다.

 

자신의 수준이 남보다 뛰어나다는 착각에 사로잡혀 글쓰기를 우습게 여기는 순간,

오랜 세월 쌓은 문격(文格) 은 허무하게 무너지고 어렵게 다진 내공은 오만의 물살에 깎여 떨어져 나간다.(p.130)

 

글을 쓰는 일도 스스로를 돌아보는 일이며 그러기 위해서 갖추어야 할 능력과 여유와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잘 말해주고 있다.  

글을 쓰는 과정이나 원고를 탈고하는 순간까지 치열한 자기반성과 연민을 가지지 않고는 좋은 글을 쓸 수 없음을 나타내준다.

쉽게 쓴 글은 타인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며 공감을 얻을 수가 없다.

쉬운 표현이지만 깊은 울림이 있어야 하고 생각할 수 있는 깊이가 내포된 내밀한 글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글을 쓰지 못한다는 사람이 넘쳐나지만 우리는 글을 쓰는데 너무나 익숙하고 가까운 곳에 있다.   

인터넷 댓글을 읽어보면 차마 눈 뜨고 읽을 수 없는 악플이 홍수를 이루어 범람한다.

네덜란드는 댓글 중에서 선플이 악플보다 9배가 많다고 한다.

그만치 우리는 마음을 닫고 있으며 남에 대한 경쟁과 분노 속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이 아닌가.

그러다보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또한 메마르고 삭막한 사막외 되어가는 것을 잊은채 살아간다.

 

기자 출신이지만 작가의 글은 늘 따뜻하다.

비난이나 힐난, 불평이나 비양거림이 아닌 따뜻한 마음이 책의 곳곳에 담겨 있어서 참 좋다.

특별히 어머니에 대한 작가의 마음이 진솔하고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 애잔하여 마음이 머문다.

 

말 한마디에 나의 품격이, 글 한 문장에 나의 품격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남을 세우는 말과 고운 마음이 녹아내리는 글을 쓸 수 있는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다.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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