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오빠 이관희
오은주, 이호경 / 국민일보
어릴적 부터 책 읽기를 좋아하는 나는 나름 참 좋은 습관이라고 자부한다.
서방 말을 빌리자면 군대에서도 이런 산골은 구경하지 못했다는, 지금은 천문대가 자리하고 있는 보현산 아래의 작은 동네.
문화생활이니 그런건 세상에 존재하는 줄도 몰랐고, 하얀 쌀밥과 고기반찬을 매일 먹고 산다는 것도 상상할 수 없었음은 물론이고, 3학년이 되었을 때 동생이 1학년이 되고 1학년이 2반까지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을 정도이다.
어릴 때 부터 동네 아이들은 학교에서 돌아오면 집안 일을 거들었지만 가난한 환경으로 농사가 적었던 우리집엔 어린 나에게까지 손을 빌릴 필요가 없었기에 최초로 내가 한 노동은 청소이다.
학교에서 돌아와 다시 학교에 가서 남아있던 작은언니와 함께 도서실에 있는 책을 언니와 둘이서 남김없이(?) 읽었었다.
중학생이 되어서는 옆 동네에 있는 육촌오빠의 세계문학전집을 곶감을 빼먹는 기분으로 섭렵을 했다.
책에 대한 관심이 유별났던 오빠는 다른 사람은 책에 손을 댈 수도 없었지만 생일이 같은 날인 나에게는 모든게 허락되었었다.
그때 읽은 책 내용은 기억에도 없고 제목만 남았지만 내 영혼을 살찌우고 꿈을 꾸게 한 영양가 높은 영양식이었음을 인정한다.
그 중에도 종교서적을 기피한 이유는 너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나면 피할 수 없는 일들이 내 앞에 쌓이고, 그것을 실천하려면 많은 걸 참고 견디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피할 수 없는 이유는 그것이 나를 주님안에서 성장시키기 때문이다.
신앙서적, 특히 체험적인 책을 읽고나면 외면할 수가 없기도 하고 그것이 옳은 길임을 알기 때문이다.
교회오빠 이관희,
난 이 이야기를 왜 이제서야 알게 되었을까.
KBS TV에서도 방송되고 영화로도 나왔다는데 이제서야 교보문고에서 만나게 되었다니... 좀 어이없다.
엄친아로 자란 이관희, 부잣집에서 걱정없이 자란 오은주,
엄마들이 친구이며 엄마들이 우리들교회에서 함께 신앙생활을 하면서 두 가정은 가까울 수 밖에 없었다.
오은주의 오빠가 이관희로 부터 과외를 하면서 이관희가 오은주네 집으로 방문하게 되면서, 고1 이었던 오은주는 그에게 마음을 빼앗기게 된다.
군대에 다녀온 이관희와 재회한 오은주는 두 집안의 도움으로 결혼에 이르게 되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게 된다.
세상물질과 세상적인 삶에 마음을 빼앗기며 소망을 둔 오은주와는 달리 이관희는 '오로지 하나님 중심'이다.
초반 그들부부의 생활은 어느 신혼집과 마찬가지로 다툼도 있고 신경전도 있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부부사이에 딸 소연이가 태어나고 한 달 후에 이관희가 대장암4기 판정을 받게 되고, 사실을 알게 된 엄마는 아들의 투병을 견디기 어려워하며 고통속에서 목을 매게 된다.
이관희가 대장암 치료를 받는 중에 아내 오은주에게 혈액암 4기라는 충격적인 일이 일어난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게 되고 이들 부부는 양평에 있는 요양원에서 요양을 하면서 치료를 하고 있는 중에 KBS 스페셜 이호경PD가 '앎, 엄마의 자리'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암 환자 5명을 섭외하여 인터뷰를 했다.
이 중에서 이관희부부가 눈에 띄게 되었고 이호경피디는 이들 부부에게 특별한 관심을 가지게 된다.
이호경의 누나 역시 암으로 투병 중이었기에 이호경피디는 그들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알며, 치료과정을 지켜봄으로 누나에게 도움이 될 방법을 찾기도 했다.
네이버 카페 '아름다운 동행'에 가입한 이들부부와 암 환우들은 서로에게 좋은 방법을 나누며 서로를 위로하기도 한다.
이 카페의 회원들은 끝까지 함께 나누며 위로하며 권면하며 아파하며 슬퍼하는 사람들이다.
서로의 아픔과 마음을 잘 알기에 그들의 마음은 누구보다 서로에게 위로가 되고 힘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혈액암 4기이던 오은주와 대장암 4기의 이관희 부부,
함께 투병을 하며 지내는 동안 그들은 더 많이 사랑하게 되고 더 많이 서로를 알게 된다.
또한 이전에 자신이 모르던 하나님을 남편을 통해 더 깊이 알게 된 오은주와 이관희의 투병생활은 고통속에서도 빛이 난다.
자신의 모든 것을 빼앗기고 오직 병든 몸만 남았던 '욥'과 같이 그들은 입술로 하나님 앞에 범죄하지 않는다.
고통속에서도 하나님을 바라보는 기쁨과 감사로 하나님 앞으로 나아가길 소망하던 이관희,
마지막에는 모르핀을 사용하면 정신이 혼미하여 하나님의 말씀을 온전히 듣지 못한다며, 아픔 중에서도 말씀 듣기를 사모하며 하나님의 음성 듣기를 사모한 이관희,
이 책은 그가 남긴 명언들이 가득하다.
방송국 피디와 촬영기사와 녹음기사, 모두가 비크리스찬이었지만 그들은 이관희를 보며 많은 감정을 느끼게 되고
그들이 모르는 생소한 세계를 경험하는 이관희를 보게 된다.
누구도 알 수 없고 이해하지 못하는 길을 택하는 이관희 부부를 바라보며 그들 역시 함께 아파하고 괴로워하고 고통스러워 한다.
이관희를 통해서 많은 성도들이 힘을 얻게 되고 또한 신앙의 모습을 되짚어보며 자신을 다잡는 일이 방송국과 이들부부에게 보여지고 김양재 목사님과 이찬수 목사님이 눈물과 기도로 위로를 하는 모습을 보며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눈물바람 뿐이다.
방송을 보고 직접 전화 메세지를 남긴 이찬수목사님은 그들을 위해 기도해 주며 위로금까지 보내주심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몸소 실천하신다. 평소 이관희집사가 존경하던 이찬수목사님은 그의 임종이 다가왔을 때도 기도해 주심으로 이관희집사는 진심으로 행복해했다고 한다.
방송을 촬영하는 것이 자신들의 자랑이나 욕심이 아닐까 고민하며, 촬영 중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이 많을 것을 알았지만
"하나님은 눈부신 삶을 사는 사람을 증거로 삼기도 하지만
고통 속에서 주님을 놓지 않으려는 사람도 증거로 삼으신다"
는 이관희집사의 말을 통하여 그가 나타내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마지막 말, 아내 오은주를 향하여 "미안해"라는 말을 남기고 하나님 품으로 돌아간 이관희집사님,
2018년 9월 16일, 40번째 생일 날 이 땅에서 하나님 품으로 돌아간 이관희집사님,
지금은 아픔이 없는 천국에서 예수님과 함께 진정 자유하며 영원히 살아갈 것이다.
책장을 덮고나니 앞에 휴지가 수북하다.
하나님 앞에서 나는 어떤 존재이며, 내게 하나님은 또한 어느 분량이었을까.
바닷가의 모래알처럼 수 많은 사람중에 모래 한 알 만한 이진옥일까?
내게 필요한 것들을 구하며 오직 구하기에 열심인 나에게 하나님은 요술지팡이가 아니었을까?
하나님 앞에서 다시 '나'를 찾게 되는 이 마음을 이관희 집사님이 찾던 것은 아니었을까?
혼자 남은 오은주를 위하여 인세를 포기한 이호경피디님, 멋집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나는 선한 싸움을 싸우고 나의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으니 이제 후로는 나를 위하여 의의 면류관이 예비되었으므로
주 곧 의로우신 재판장이 그 날에 내게 주실 것이며 내게만 아니라 주의 나타나심을 사모하는 모든 자에게도니라"
(디모데후서 47장 8절)
이들 부부가 하나님 앞에 고백한 말씀이다.
이호경피디는 KBS 스페셜 '앎, 교회오빠'라는 제목으로 이들 부부의 이야기를 촬영하고 방송했으며
'교회오빠'라는 남기웅 대표를 통하여 영화를 만들어 2019년 5월에 개봉했다.
촬영팀은 소연이가 자라서 '교회오빠 딸'로 불려지길 바라며 제목을 이렇게 만들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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