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질문
조 정 래 / 해냄
오늘, 당신에게 대한민국이란 무엇입니까?
국민에게 국가란 무엇인가.
국가가 있은 이후 수천 년에 걸쳐서 되풀이 되어온 질문,
그 탐험의 길을 나서야 하는 게 너무 늦은 것은 아닐까. - 조정래 -
그동안 대한민국의 역사를 소설로 써오신 조정래 작가가 이번에도 대한민국을 통렬하고 냉정하게 비판하며
해답을 제시하는 명쾌한 소설이다.
'태백산맥','아리랑','한강'이 지나간 역사의 이야기라고 한다면
'정글만리'나 '풀꽃도 꽃이다'라는 소설은 대한민국의 현재 모습을 그대로 그려냈었다.
'정글만리'는 중국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애환을 그려냈고, '풀꽃도 꽃이다'는 대한민국의 지나친 교육열을 나타냈었다.
조정래님의 모든 책에는 언제나 그러하듯이 질문과 함께 해답을 제시한다.
그 해답을 보고도 우리는 여전히 글로만 읽어갈 뿐이지 '실천'하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책을 읽고 실천하기만 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좋은 대한민국이란 국가를 세울 수 있을텐데... 안타깝다.
물론 책을 읽은 후 나름 자신을 향하여 채찍질도 하고 담금질도 한다.
천년의 질문은 그야말로 국가를 이룬 후 지금까지 계속되어온 질문이 아닐까.
누군가는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하여 끊임없이 해답을 구하고, 정답이 아닌 것에서 정답으로 돌아오기 위하여 애를 쓰는데 많은 사람들은 해답을 구하지 않은 채로, 그저 침묵하며 묵묵히 살아간다.
'정치에 무관심한 것은 자기 인생에 무책임한 것이다'라는 한 마디가 그런 우리를 돌아보게 만든다.
정치는 정치인이, 법은 법관들이, 교육은 선생님들이, 범죄는 경찰과 검찰들이 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생각으로 우리는 방심하며 감시하지도 감독하지도 않은채 방임하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대한민국이 지금 이 모습이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시사포인트> 심층추적팀 기자 장우진이 이 책의 주인공이다.
심층추적팀 기자라는 직업으로 사회의 곳곳을 파헤치는 정의에서 흔들리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참기자이다.
기자에게는 많은 제보가 들어온다.
직장에서, 기관에서, 사회에서, 언제 어디서나 불의가 성행하고 불법이 판을 치는 사회에서 가난하고 힘 없는 사람들은 피해를 당하고도 하소연할 수 없는 그런 입장에선 사람들이 기자에게 제보를 하고, 기자는 사건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며 세상에 폭로한다.
장우진 기자에게도 많은 뇌물공세와 평생 먹을 돈과 직장을 제공하는 사람들이 있고, 아들과 아내를 죽이겠다며 협박하는 사람도 있고, 자신을 노리는 많은 사람도 있지만 오직 바른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하여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그나마의 독자를 위로한다.
윤현기 국회의원의 말을 빌리자면
국회의원들이 품고 있는 두 가지 공통적인 꿈이 있었다.
첫번째는 청와대를 향한 것이었고, 두 번째는 죽을 때까지 국회의원자리를 지키며 그 달고, 고소하고, 차지고, 황홀한 권력을 누리는 것이었다. 그래서 국회의원은 당선되는 그날부터 차기를 향해 뛴다는 말이 생겨났는지도 몰랐다. 그건 과장이 아니고 사실이었다. 일거수일투족이 차기를 향해서 빈틈없이 치밀하게 엮어지고 짜여져 나가는 것이었다.(p.108-109)
이것이 오늘 날 우리위에서 군림하는 국회의원이란 분들이다.
선거운동을 할 때는 국민이 주인이라고 하지만 선거가 끝나면 국민이 노예가 되는 세상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 국회의원이 지금 여의도에 얼마나 많이 있을까.
기업에서는 비자금을 모으기에 바쁘고, 그러기 위해서 불법을 쉬지 않아야 하고, 거기에 쓰임받기 위하여 수많은 이들의 희생을 강요하고 서민들은 알 수 없는 오만가지의 일들이 이 순간에도 쉬임없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돈을 위해서는 모든 걸 내던지는 수 많은 사람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법관이나 경찰이나 검사들까지...
글을 읽으면 나와는 상관없는 먼 나라의 이야기이다.
그리다 정신을 차리고보면 내가 살고 있는, 내가 사랑하는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소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버젓한 매순간이 현실이란 사실에 절망한다.
장우진기자가 스웨덴국회를 방문하고 상담을 했다.
비가 오지 않는 날에는 자전거를 타고 도시락을 사고 출근하며, 국회의원 2명에 보좌관이 1명이란 사실은 국회의원 1명에 보좌관 8명인 대한민국의 안일함과 국회의원의 달고 차진 자리가 어떤 것인지 짐작하게 한다.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법칙은 시대가 바뀌고 정권이 바뀌어도 흔들림없이 여전하다.
돈으로 전관예우를 갖추고, 정보를 통하여 돈은 돈을 벌고, 거기에 기생충처럼 기어다니는 사람은 또 다른 '갑'이 되는 현실이다.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법칙은 여전히 공고하고 단단하다.
이런 중에도 장우진과 뜻이 같은 이들이 찾아보기 어려울 만치 있다는 것 때문에 이 나라가 지탱하는 건 아닐까.
나나'사모(너나 나라를 사랑하는 모임)를 만듦으로 국민들이 스스로 참여하여 국가의 감시자가 되고 감독자가 되어 바르고 깨끗한 나라를 세우자는 뜻을 가진 사람들이 있음으로 나 처럼 무책임한 사람들까지 더부살이 하듯이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다행히 말미에 가서 우리가 나가야 할 길을 제시한다.
스웨덴국회를 모델로 삼아 대한민국 국회도 나아간다면 지금 같은 모욕을 당하지도 않을 것이며,
수치스러운 말을 듣지 않아도 될 것이며, 어줍잖은 정치인들의 변명을 듣지 않아도 될 것이다.
조정래님이 글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맑게 하며, 흐릿한 정신을 반듯하게 세운다.
'정치에 무관심한 것은 나의 인생에 무책임한 것이다'라는 말 처럼 국민들이 스스로 나서야 할 때이다.
그래서 안락의자에 앉은 정치인들을 꾸짖어야 하고, 비자금을 챙기려는 기업가들을 채찍질해야 하며, 전관예우로 가난한 사람들 괴롭히는 법률가들을 담금질해야 한다.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당신은 어떻게 대답하실 것인가?
오늘, 당신에게 대한민국이란 무엇입니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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