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감상문

인어가 잠든 집

여디디아 2019. 6. 1. 14:31

 

 

 

 

인어가 잠든 집

 

히가시노 게이고 / 김난주 옮김 / 재인

 

 

추리작가로 알려진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중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과 몽환화"를 읽었었다.

추리작가라고 하지만 내용이 주는 울림이 분명했고,  작가가 나타내고자 했던 것들이 내게도 전달되었음을 기억하며

'인어가 잠든 집'을 펼쳤다.

 

가즈마사와 가오루코가 결혼한지 8년,

이들에게는 이쁜 미즈호라는 딸과 듬직한 이쿠토라는 개구장이 아들이 있지만 가즈마사의 외도로 인하여 부부는 별거 중이다.

딸 미즈호가 초등학생이 될 때쯤 이혼을 하기로 합의하고 엄마인 가오루코가 두 아이를 양육한다.

이미 이혼하기로 확인한 둘은 각자의 삶을 살아간다.

가즈마사는 아버지가 물려준 회사 인공지능 로봇으로 뇌에 대한 연구를 거듭하고 있고, 로봇으로 하여금 장애인들이 과학의 힘을 빌려 몸을 움직이게 하고 표정을 짓는 단계에까지 이르게 하며 승승장구함으로 회사는 어려움이 없다.

가오루코는 두통과 우울증으로 병원진료를 받게되고 의사인 에노키다와 데이트를 시작함으로 별거 후의 허무한 삶에서 다시금 생기를 찾아간다.

 

에노키다와 시간을 보내는 가오루코에게 동생에게서 문자가 온다.

미즈호가 병원에 실려갔으며 집중치료실에 있다는 것이다.

엄마에게 미즈호를 맡긴 가오루코가 데이트를 즐기는 동안 미즈호가 수영을 하다가 사촌 와카바가 빠트린 반지를 줍기 위해  배수구 철망에 손을 넣었고, 손가락이 철망에 끼어서 빠져 나오지 못했던 것이다.

엄마와 아빠가 병원에 달려갔을 때는 미즈호는 이미 뇌사상태에 빠져 있었고 의사는 장기기증에 대하여 부모에게 의사를 묻는다.

장기를 기증하겠다고 결심한 부부는 마지막으로 미즈호의 손을 잡고 인사를 건네고, 동생 이쿠토가 "누나"라고 부르는 순간 미즈호의 손이 미세하게 움직임을 느끼고는 미즈호를 살아있다고 인정하며 집중적으로 치료에 매달린다.

집중치료실에서의 치료방법과 케어를 배운 엄마 가오루코는 미즈호를 집으로 데려와 간호한다.

 

의사와 주변의 가족들조차 이미 죽은 아이로 인정하지만 가오루코는 미즈호가 살아 있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남편의 회사에서 진행 중인 로봇의 힘을 빌리고 연구자인 호시야를 집으로 불러들여 미즈호의 팔다리를 움직이게 하며

초등학교 입학할 때가 되어 가정교사를 불러 책을 읽어주고 이야기를 해주기도 한다.

 

 병원에서 뇌사로 판단한 아이는 키가 자라고 몸이 자라고 몸에는 여전히 피가 흐른다는 것을 증명하듯이 따뜻한 몸을 유지하며 잠만 자고 있다.

엄마인 가오루코가 미즈호에게 모든 것을 쏟아부으며 간호하는 사이 주변사람들은 죽은 아이를 껴안고 있다며 동생 이쿠토를 멀리하기도 하고 괴롭히기도 한다.

3년 이상을 미즈호를 간호하는 엄마는 살아서 곁에 있는 미즈호만으로 기뻐하며 감사하며 나날이 옷을 갈아 입히고 머리를 새롭게 빗기며 살아 있는 아이를 대하듯이 한다.    

 

가정교사의 이름을 빌려 유키노의 심장이식수술을 위한 모금운동에 동참하고, 많은 금액의 돈을 내놓기도 하며

유키노 부모에게 장기기증에 대한 의견도 내놓는다.

유키노 부모의 "내 아이를 위하여 누군가의 장기가 필요하지만 누군가의 자녀가 뇌사 판정 받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말에 가오루코가 충격을 받게 되고 미즈호에 대하여 다시 생각을 하기도 한다.

병원의 결정처럼 뇌사 판정을 인정하며 장기기증을 하는 것이 옳다고 인정을 하지만 자신의 아이가 뇌사 판정을 받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부모의 마음이 절실하게 느껴진다.

 

이쿠토의 생일을 맞이하여 친구들을 초대했지만 이쿠토가 죽은 누나를 보여주려는 엄마의 마음을 알고 생일파티를 취소함으로 가오루코는 현실을 직시하게 되고 뇌사 판정이 내린 날이 미즈호가 죽은 날인지, 자신의 손으로 미즈호를 죽인다면 오늘이 사망하는 날인지를 경찰에게 따져 묻는다.

 

깊은 밤, 가오루코는 이상한 느낌에 잠에서 깨어나고 곁에 미즈호가 서 있음을 보게된다.

엄마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행복했다고 인사하는 미즈호를 향하여 안녕이라는 인사를 하고서야 가오루코는 딸의 뇌사 판정을 인정한다.

3년 동안 죽은 듯이 잠을 자는 딸을 향한 엄마의 헌신, 딸의 죽음을 인정하기 싫은 엄마의 간절한 마음을 그 누구도 탓할 수가 없다.

 

"세상에는 미쳐서라도 지키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있어.   그리고 아이를 위해 미칠 수 있는 사람은 엄마뿐이야"(p.493)

 당연한 말이다.

미쳐서라도, 죽어서라도 자식을 지키고 싶은 건 엄마 뿐임을 엄마로서 안다.

  

  뇌사와 장기이식, 그리고 국내에서는 너무나 어렵고 힘든 장기기증자를 찾아서 미국에서 비싼 치료비를 내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를 심장이식수술을 앞둔 유키노라는 소녀를 통해 신랄하게 설명하는 가오루코,   

이성과 감정 사이에서 부모는 이성 보다는 감정이 우선일 수 밖에 없다.

부모가 어떤 결정을 내리는 타인이 개입할 수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소설로서만이 아니라 부모와 자식, 죽음과 삶, 현실적인 문제가 나를 흡입했다. 

  

   

    

'독서감상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같이 걷기  (0) 2019.08.02
천년의 질문  (0) 2019.07.10
그 찬란한 빛들 모두 사라진다 해도  (0) 2019.05.30
걷는 사람, 하정우  (0) 2019.05.22
그래, 그럴 수도 있지  (0) 2019.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