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문

수국수국 제주

여디디아 2019. 6. 17. 09:57

 

유월열두마루 아침식사 (빵 아래 스프가 감추어져 있다)

 

 

 

 

 

 

 

 

 

 

 

 

 

 

 

종달리 수국길

 

 

 

 

 

 

 

 

혼인지

 

 

 

 

 

카페에 이어진 정원

누구 손??

 

 

남벽분기점을 다녀와 구좌읍 숙소앞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유월열두마루에 들어서니 대기 중이던 사모님이 반가이 맞이하신다.

3년 전에 왔던 유월열두마루, 그 모습 그대로, 사장님 부부는 좀 더 건강한 모습이어서 감사하다.

방 하나에 두명씩 잠을 자야하는데 룸메이트를 정하지 못했다.

같은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한다고 하지만 누구는 얼굴만 스치고 지나갔으며, 누구는 고개만 까딱하며 흔한 미소를 짓고 스치기도 했고, 더러는 같은 찬양대에서 함께 찬양을 하기도 하고, 여전도회에서 함께 모이기도 했고, 주방에서 일주일에 한번씩 음식을 만들기도 했지만, 이렇게 여행을 오는 것은 처음이며 뜻밖이다.

 

방을 정하기 위하여 정은집사가 가져온 색색의 과자를 사용하기로 했다.

제비뽑기가 하나님의 방법임을 믿어 의심치 않기에 잠을 함께 자므로 서로가 더욱 친밀해질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여 

하나씩 고르기로 했는데, 민경, 영이권사가 초록의 색을 뽑고 영숙이와 환임이 빨간색을 뽑고 남은 하나는 오렌지 색이다.

정은집사가 미리 오렌지색을 뽑았기에 나의 룸메는 정은집사이다.

물론 룸메를 위해서도 기도했다는..

 

열두마루에는 방이 네 개가 있고 독채가 하나 있다.

독채는 한 가족 4명이 묵을 수 있는 복층으로 되어 있는데 얼마나 이쁘게 꾸며놓았는지...

네 방 중에 두개는 이부자리가 각각 따로 되어 있고, 두개는 이부자리가 2인용 하나이다.

잠을 잘 못자는 영숙이와 환임집사가 따로 된 방을 양해를 구하고, 감기가 심한 정은집사를 위하여 따로 된 방을 사용하자고 환임집사가 깔끔하게 정리한다.

정은집사와 짐을 펼치는데 이변 중의 가장 큰 이변이 일어났다.

2인용 이부자리를 사용하게 된 영이권사가 옆에 남편이 아닌 다른 사람이 있으면 잠을 잘 수가 없단다. 

"이게 사실인가?" 싶어서 다섯명이  50을 넘은 영이권사의 부부애를 놀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내가 민경권사와 함께 자기로 하고, 이후로 영이권사와 박집사님을 놀려댈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즐거워진다.

 

열두마루에서 따뜻한 녹차와 쿠키를 대접하여 마음과 몸을 녹지근하게 만들어 방으로 들어왔다. 

사장님이 오셔서 맥주가 필요하냐고.. 준비되어 있다고 하는데 감사한 마음만 받고 우리에겐 전혀 필요치 않다고 하니 사장님이 의아해하신다. ㅎㅎ                

이 밤이 언제 또 올 수 있으려나...

거실에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영숙이네 방으로 들어가 앉아서 이야기를 시작하다가 기대는가 싶더니 드러누워 이야기를 나눈다.

신앙의 문제와 교회에서 받은 상처와 우리가 신앙생활을 해야 할 방향과 예배의 참된 대상인 하나님만 바라보아야 한다는 뻔한 결론을 내리지만, 교회 안에서 지향해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을 함께 나눈다.

얼굴만 이쁜줄 알았던 성서원의 책임자인 민경권사가 신앙에 대하여 똑부러지게 말을 하는데 강의가 따로 없다.

특별히 영이권사와 나는 같은 아픔과 상처를 가졌으므로 나누려나 했더니 영이권사는 혼자 속으로 삭히는게 가장 편하다고 한다. 이쁜 얼굴 속으로 쌓여진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져 더욱 짠하게 한다.

밤이 깊도록 이야기를 나누다가 민경권사와 이불 속에서 또 한자락을 펼쳤다는 사실인데, 다른 방에서도  은밀하게 소곤거리는 소리를 제주도의 밤 쥐들이 들었겠지??      

 

열두마루에는 잠자리도 좋지만 식사가 5성급 호텔 수준이다.

커다란 빵과 싱싱한 과일과 야채가 가득한 샐러드와 사장님이 직접 따서 만든 산딸기잼, 향이 좋아서 입에서 떼기 싫은 커피와 어젯밤 우리를 위해 준비했다는 수박과 직접 구운 쿠키까지... 

다물어지지 않은 입과 아까워서 먹을 수 없다던 거짓말은 5분이 지나지 않아서 빵을 뜯고 빵 속에 담긴 스프 속에 담긴 버섯을 건져올리는데 여념이 없다.  

 

제주도의 수국을 보고싶다던 영숙이의 말에 영기씨에게 부탁을 했더니 그러잖아도 종달리 수국길을 계획했다고 한다.

어제 찍은 사진을 보니 영이권사가 실물보다 덜 이쁘게 나와서 속 상하다.

실물이 이쁜데 사진이 잘 나오지 않는 이현숙씨를 늘상 보아왔기에 충분히 이해가 간다.

여기까지 왔으니 모두가 이쁘게 나왔으면 하는 마음에 신경이 쓰여 가져간 빨간 스카프를 목에 두르게 하고 필요치 않는 옷은 메밀 꽃밭에 던지는가 하면 기어히 누군가의 가방 속에 꽁꽁 숨기기도 했다.

그러고보니 영이권사와 나만 딸이 없다.

딸이 있는 사람들은 굳이 아니라고 하지만 딸들의 잔소리와 성화를 곁에서 보고 들은바가 있으니...

이걸 입어라, 저걸 입어라, 이렇게 앉아라 저렇게 서라, 45도 각도와 90도 각도와 어느 폼이 이쁜지를 딸들이 이미 예전부터 가르쳐 주었으리라. 그래서인지 모두가 모자며 옷이며 신발이며 흠 잡을 곳이 없다.

 

아들 둘인 영이권사와 나,

평소에 교회에 가면 환임집사와 영숙이가 한껏 멋을 낸 스카프를 거침없이 풀어제껴 다시 매어주기도 하고,

깨끗한 바지를 자랑스럽게 입고간 내게 다림질을 하지 않았다고 눈을 흘기며 잔소리를 하기도 한다.    

내게는 이런 세밀한 친구들이 있어서 그나마 나은데 영이권사는 아직 그런 친구들이 없는 듯하다.

과부 심정 과부가 안다고 어설픈 내가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는 사실이다.

사진을 보면 몇년째 같은 옷을 입은 나와 이쁜 얼굴에 엉성하게 웃는 영이권사를 찾을 수가 있을 것이다.

아들만 있는 엄마들의 서글픈 모습임을 이해하고 다음부터는 우리를 위하여 너무 이쁘게 하지 마시길 바래본다.

하기사 어젯밤 영숙이네 방에는 옷걸이에 두 사람의 옷이 백화점에 걸린 옷처럼 얌전히 옷걸이에 걸려 있었고 내 머리맡엔 내일 입을 티셔츠가 엉성하게 개켜져 나뒹굴더라마는...

 

이번여행은 동생들을 빌미로 수학여행을 온 여고생이다.

종달리 수국길에서 다리를 들고 발뒤꿈치를 들고, 팔을 끼고, 이런저런 폼으로 사진을 찍으며 웃어도 본다.

영기씨가 찍은 역광사진은 주름도 보이지 않고 몇년째 같은 옷도 보이지 않고, 하물며 날씬한 사람을 가리켜 나라고 우기기도 해 볼 수 있어서 좋다.

집집마다 봉긋하게 피어 있는 수국,  길 모퉁이마다 수국수국거리며 피어 있는 수국이 얼마나 화려하고 이쁜지.

열두마루에서 소개한 혼인지의 수국은 순결한 신부를 닮은 듯하다.

푸른빛의 수국이 탐스럽고 가득하게 혼인지를 감싸고 있고,  웨딩사진을 찍는 예비부부의 모습과 손주들을 데리고 3대가 함께 여행온 가족들도 행복해 보인다.

 

잔디밭에 누워 꽃받침도 만들어보고, 담벼락에 올라가 무거운 엉덩이를 제주도의 화산석에 올려도 보고, 무리하게도 공중부양까지 해보는 재미란... 함께하지 않으면 말씀을 삼가시라!! 아무렴!!

 

갈치조림으로 점심식사를 하고 민경권사가 이쁘다는 이유로 언니들에게 대접하는 커피를 마시며 느긋하게 카페를 돌아보는 여유를 누리니 느림의 미학까지 함께 즐기는 여행이 되었다.

여유롭게 제주민속오일장까지 돌고나니 제주도에 대해 좀 더 알게된 기분은 나만 그런가?

 

특별히 행복하고 즐거운 여행이었음은 함께 한 이들 때문이다.

모두 건강하게 지내다가 이 다음에 또 한번 날아갑시다.

아름답고 멋진 제주도로~~

 

모두에게 감사하고 고맙고 사랑하는 마음을 전합니다.

사랑하고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