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5시 김포공항에서 출발
영실 입구
첫 쉼터에서... 날씨가 부옇다.
2번째 쉼터.. 지난번 그 까마귀??
윗세오름 광장... 컵 라면으로 점심.. 꿀맛!!
윗세오름
한라산 남벽.. 구름이 잔뜩~
윗세오름을 지나 남벽으로 가는 길.. 철쭉이 한창이다.
모든 사람에게 보여주고픈 선작지왓의 넓은 초원.. 의 길이 남벽까지 이어진다.
살아 100년 죽어 1000년의 구상나무
등산 초입
지나가는 아저씨가 찍어주신 사진.. 걸작이다!!
명리동식당에서 제주산 돼지고기와 김치전골 그리고 한잔!!
민낯의 시간.. 유월열두마루에서..
춘천 장례식장을 다녀오면서 봉고차에 함께 탔던 것이 사건의 발단이다. ㅎㅎ
선집사님의 시아버님이 별세하셨다는 소식에 춘천을 다녀오면서 산티아고를 다녀온 보영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년에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어보자는 허황된 이야기에 50을 넘은 아줌마들의 가슴이 부풀었다.
가자고.. 꼭 가자고... 그러자고, 꼭 그러자고..
그렇게 겨울을 마무리하고 진달래가 피어나는 새봄이 오고.. 여기저기에서 꽃 소식이 들리니 한라산의 철쭉이 보고 싶어진다는 이유로 봄바람을 불어 넣었다.
초봄에 예약한 비행기표는 유월을 기다리기가 지친다는 이유로 잊어버린채 지냈는데, 어느새 봄이 물러간 자리에 여름이 들어 앉았고 유월이 코 앞이고, 마음이 다시 두둥실해진다.
새벽 4시에 평내동에 나란히 살고 있는 네명은 문정은집사님의 자동차를 이용하고, 화도에 있는 나는 서방과 함께 도농에 있는 민경권사를 태우고 김포공항으로 향했다.
각자 준비한 간식을 꺼내어 배분하고 아침식사로 준비한 김밥을 나누어 먹으니 비행기에 오를 시간이다.
정확한 시간에 이륙한 비행기가 역시 정해진 시간에 제주공항에 우리를 내려놓고, 제주공항의 대합실에서 영기씨를 기다리는 데, 영기씨가 전화를 받지 않아 잠시 나를 당황하게 한다.
몇 분의 시간에 생각은 왜이렇게 복잡하기만 한지, 무엇에 대한 불안함인지 모르겠다.
몇 년이나 겪은 영기씨건만 통화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미리 걱정을 하는 오지랖이라니...
영기씨가 몰고 온 하얀 봉고차에 올라 영실로 향하는 길은 제주가 주는 특유의 특별함이 여인네들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영실 입구,
한달 전에 왔던 영실이건만 여전히 반갑고 여전히 설레인다.
보름 전에 수술을 했던 선집사와 그동안 운동에 소홀했던 영숙이가 마음에 걸린다.
출발하기 전부터 힘이 들면 둘이서 포기를 하고 제주시내를 구경하며 한가하게 지내겠다고 선언을 했으며,
한 사람의 낙오자도 생기질 않기를 나는 기도했었다.
정확하게 좋은 날씨는 누군가 맞추고 짜놓은 듯 하여 하나님께 기도한 응답을 눈으로 보게 한다.
땡볕도 아니고 비가 내리지도 않고 자욱한 구름은 우리가 걷는 곳마다 말갛게 벗어나 어려움이 없게 한다.
구름이 가득하여 병풍바위와 오백나한과 기암괴석을 볼 수 없어서 안타까웠지만 내려오는 길은 말갛게 구름이 벗겨나 오롯하게 볼 수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지.
한라산 철쭉제가 5월말부터 시작하는데 낮은 곳에는 이미 철쭉이 지고 없고 올라갈수록 철쭉이 모습을 드러낸다.
철죽이 지고난 자리에 병꽃과 이를 모를 꽃들이 빨갛고 하얗게 피어 있어 오랜만에 바람이 들어간 여인들의 마음과 눈길을 붙잡다 못해 행복하고 즐겁다는 고백을 누가먼저랄 것도 없이 쏟아낸다.
한라산의 멋진 모습과 이를모를 들꽃과 풀과 나무와 곳곳에 솟은 기암괴석을 보며, 때론 조곤조곤하게 때론 떠나갈 듯이 웃으며 오르는 길은 힘든 줄도 모르고, 걱정했던 영숙이는 앞에서 씩씩하게 걸으며, 수술했던 선집사는 여전히 조용조용 모습도 잘 드러내지 않고 목소리도 숨기며 우둑우둑 걷는다.
특별히 이번 산행은 동생들이 함께 했는데 여덟살이 적은 민경권사와 정은집사, 다섯살이 적은 영이권사, 세살이 적은 환임집사와 친구 영숙이다.
정은집사가 개도 걸리지 않는다는 여름감기를 달고 마스크까지 쓰며, 목소리는 감기고 감겨 엉킨 전선줄에서 억지로 새어나오는 희미한 전깃불 같아서 우리마음까지 안타깝게 한다.
영이권사는 망설임끝에 합류했는데 워낙 산행을 많이해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지만 조용하고 얌전한 성향은 한라산이라고 특별히 다르지 않다.
민경권사는 머리를 두 갈래로 내려 땋아서 빨강머리앤을 연상케 한다.
워낙 동안인데다 빨간 옷에 명랑한 웃음과 솔 이상의 목소리는 노래하는 듯하여 우리를 즐겁게 하고 사진을 찍으니 또한 얼마나 이쁜지, 질투의 대상이 되어버렸다는 이야기다. (이쁘다는 큰 죄로 커피를 사겠다는 말로 언니들의 마음을 풀었다)
그러고보니 이번 산행은 평내교회에서 미모를 담당하는 분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평소 교회에서 앉아서 보아도, 서서 보아도, 걸으면서 보아도, 시침을 뚝떼고 있어도, 옆에서 보아도, 앞에서 보아도, 뒤에서 보아도, 예배 중에 보아도, 기도 중에 한쪽 눈을 찡끗 떠서 보아도, 찬양을 하면서 보아도, 식사를 할 때도, 더구나 웃으면 더욱 이쁜 이들인데 하물며 우는 모습조차도 이쁜 못말리는 이들이다.
아무리 생각을 해도 모두가 이뻐서 이번엔 작정하고 오징어로서 만족하기로 다짐했다는....
병풍바위를 지나고 잠시의 돌 길을 지나니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선작지왓이다.
모두를 불러모아 아름답고 멋진 길을 자랑하며, 모든 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나의 마음을 전한다.
저 푸른 초원위에 그림같은 집을 짓고...노래가 저절로 흥얼거려지는데 눈 앞에서 노루가 뛰어다닌다.
푸른 초원과 화려한 철쭉, 거기서 뛰어다니는 노루라니..
여기가 천국이 아닐까 싶어서 자세히 들여다본다.
노루샘에서 오리지널 삼다수를 한바가지씩 들이키고 윗세오름에 도착을 하여 영이권사가 준비한 컵라면과 정은집사가 들고 온 묵은지로 꿀맛 같은 점심을 나누는데 너무나 행복하여 울 뻔 했다는 이진옥이다.
윗세오름의 너른 광장에 누워 잠시 하늘을 바라보기도 하고, 무거운 신발을 벗어 수고한 발에게 한라산의 고급진 바람과 때묻지 않은 햇볕도 선사한다.
윗세오름에서 다시 남벽분기점을 향하여 가는 길은 여전히 데크로 이어져 있어 걷기에 무리가 없다.
한라산의 남쪽을 담당하고 있는 남벽을 보니 구름이 지나는 사이로 장엄하고 웅장한 벽이 보인다.
조금씩 닳아지는 산기둥을 바라보니 안타깝기만 하다.
윗세오름을 지나고나니 아래에서 볼 수 없었던 철쭉이 이제서야 피어나기 시작한다.
온 산이 울긋불긋하여 등산객들의 발길을 붙잡아 기어히 인증샷을 남기게 하고 이런저런 포즈를 취하게 한다.
남벽분기점에 도착을 하니 입에서는 감탄이고 눈에서는 하트가 뿅뿅이다.
모두가 좋아하니 더 없는 기쁨이다.
미세먼지가 뭐드라...
이렇게 아름답고 멋진 자연을 허락하신 창조주 하나님을 어찌 찬양하지 않으랴.
내려오는 길에는 누구는 종아리가 아프고, 누군가는 무릎이 아프고, 누구누구는 허리가 아프고, 누구는 발목이 아프다.
올라갈 때 보지 못했던 작은 꽃들에 감동하며 눈맞춤을 하고, 우리가 가야할 길이 고르게 펼쳐져 있음에 또 감동한다.
함께한 이들이 좋아서일까,
어느 때 보다 멋지고 즐거운 남벽분기점을 다녀왔음이 감사하다.
저녁에 먹은 자투리 돼지고기와 삼겹살과 목살은 육신의 배를 불렸고, 남벽분기점을 다녀온 우리는 영혼이 배불러서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르고 지지배배 종알종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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