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녁부터 10시간을 내쳐 자고 일어나니 좀 개운하다.
호텔에서 조식을 먹고 타이페이 역으로 가서 화련으로 가는 일정이다.
'가난은 나랏님도 어쩔 수 없다' 는 말은 세계 어디서나 적용되는가 보다.
타이페이역에 도착을 하니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이 노숙자들이다.
서울역에도 노숙자들이 많겠지만 구석구석 노숙자들이 웅크리고 앉아 있기도 하고 게으르게 드러누워 잠을 자는 사람도 있다.
타이페이에서 화련으로 2시간 40분간 기차를 타고 이동을 했다.
오랫만에 기차여행이기도 하고 대만 사람들이 사는 곳도 궁금하여 구경을 하는데 겨울에도 단풍을 볼 수 있고 각색의 아름다운 꽃들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할 뿐이다.
화련에서 처음으로 도착한 바닷가, (어쩔끄나 이름을 잊어버림)
특별한 것은 돌들이 너무나 특이하고 이쁘며, 돌을 가지고 갈 수 없다는 사실이다.
뒤로보고 옆을 보아도 한국사람들이어서 여기가 속초인지 안면도인지 분간조차 가질 않는다.
파크호텔에서 이른 점심을 먹고 태로각협곡으로 향했다.
대만여행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태로각협곡이며 연결되는 연자각과 장춘사이다.
좁은 길을 커다란 버스가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것도 위험해 보이고, 산과 강이 대리석으로 되어 있어서 가끔 산 위에서 바윗덩이가 굴러 떨어진다고 하니 위험부담을 안고 여행을 해야 한다.
태로각협곡의 맑지 않은 물줄기를 내려다보니 아찔하다.
산이라고 하지만 나무와 꽃 대신 삭막한 바위만 덩그라니 놓여있어서 절대로 등산을 할 수 없다는 사실에 실망하고
석회석의 부연 물줄기는 보는 것으로만 만족하며 결코 손을 넣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몸을 움추리게 한다.
태로각협곡에서 보이는 연자구와 이어지는 장춘사, 그리고 자모정과 자모교를 바라보지만 현실감이 없고 마음이 닿지 않는 것은 아직 내 마음이 자리를 찾지 못한 이유와 내 나라의 것이 아닌 관광객이기 이유일 것이다.
태로각협곡을 마치고 화리엔에서 다시 타이페이로 오는 기차는 2시간 20분만에 도착을 한다.
늦은 저녁을 먹고 호텔에 도착을 하니 하룻동안 걸은 발바닥이 아직 성하지 않다는 것을 알리고,
몸과 마음이 아직도 슬픔 중에 있음을 일깨운다.
여전히 죽음같은 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