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엄마.. 100점짜리 엄마이다.
도두해녀의 집 양념고등어구이
제주의 일출
섯알오름, 송악산 둘렛길, 산방연대, 수월봉까지 여유롭게 돌았음에도 해는 중천이다.
7시 반까지 렌트카를 반납하고 내일아침 첫비행기를 타야하는데, 렌트카를 반납하기엔 시간이 이르다.
이럴 때 필요한건 박영기씨,
"시간이 많은데 어디를 가야하죠?"라는 물음에 대정곶자왈이나 방림원으로 가라고 한다.
망설일 필요도 없이 대정곶자왈을 향한다.
곶자왈 입구에 도착하니 앞다리가 땡기고, 뒷다리가 저리는 서방은 주차장에서 눈을 붙일테니 혼자 얼른 다녀오란다.
안내도를 보니 네 코스의 길이 있다.
빌레길에서 오찬이길로 돌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들어섰는데, 어느순간 빌레길이 아닌 한수기길에서 흥얼거리는 나를 봤다.
처음 제주에 왔을 때는 올레길에 미치다시피하여 올레길을 걸었는데, 박영기씨가 다랑쉬오름을 소개한 후로는 오름에 미쳐간다. 제주도에 있는 366개의 오름이 늘 사모의 대상인데, 곶자왈로 들어서니 오름 다음으로 곶자왈이 좋다는 기쁨을 느낀다.
곶자왈은 숲이라는 뜻이어서 들어서기만 하면 각양각색의 나무들이 우두둑 자라고 있으며, 꽃들은 화장을 하지 않아도 눈이 부시게 이쁘게 피어나고, 새들은 또 화음을 맞추듯이 노래를 하여 천국을 걷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대정곶자왈은 자잘한 돌들이 많아서 빠르게 걷지는 못하지만 생각을 하며 걷는데는 딱이다.
서방과 함께하지 않고 혼자서의 시간이라 더욱 좋다.
혼자서 자신을 정리하고 다듬을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사람은 안다.
한수기길을 지나고 오찬이길을 돌며 찬찬히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귀하다.
억지를 부리지 않아도 자연으로 인하여 마음이 스스로 자리를 찾아가는 것,
몇해 동안 가시처럼 나를 쑤시던 아픔, 바늘처럼 찔렀던 아픔, 내 마음을 진흙탕이 뻘처럼 수렁으로 빠트리기도 하고
차돌처럼 단단하게 여미게 했던 마음, 밤잠을 빼앗고, 낮시간의 자유를 빼앗아 지옥을 느끼게 했던 미움과 분노와 억울했던 일이 바닷물에 풀어놓은 물감처럼 풀려나가는 것을 느끼며, 오랫만에 마음이 자유함을 느끼는 기쁨을 누린다.
곶자왈의 나무들을 바라보며 여행은 나무와 같다는 생각을 한다.
밤이슬을 맞으며, 찬비를 맞으며, 태풍을 견디며, 강렬한 햇살을 품어내며 자라는 나무,
여행을 통하여 내가 점점 자랄 수 있으며, 마음이 치유됨을 깨달으니 그만치 내가 성장한다는 것이 아닌가.
묵묵히 자라가는 나무처럼, 아픔 또한 성장통처럼 나를 자라게 함이 감사하다.
절대로 용서치 않으리라던 견고한 다짐이 한 순간에 무너지며 용납할 수 있는 내 마음이 참 고맙다.
혼자이기에 깨달을 수 있는 마음이기에, 어둑한 곶자왈의 길이 더없이 고맙기만 하다.
데크가 놓여지기도 하고, 자잘한 돌들이 깔리기도 하고, 오붓한 오솔길의 끝이 보이지 않을 때도 있지만
결국엔 내 자리로 데려다주는 대정곶자왈 처럼,
여행이란 내 자리를 떠나 낯선 곳에서 나를 발견하며 일상을 잊어버리지만
결국엔 내 자리로 돌아오게 하는 것이기에 여행은 내 삶의 또 하나의 기쁨이다.
4월의 제주,
한라산 둘렛길을 걷지 못했지만 좋은 길을 걸을 수 있었음이 감사하며
아픔이 치유될 수 있었음이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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