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정에 있는 매운탕
내가 준비한 열무김치
막내가 준비한 후라이팬
큰언니가 준비한 미숫가루
오빠가 쏜 낙타고개 커피와 빙수
언니가 준비한 후식들
오빠도 이젠 가려야 할 나이라는 한마디에 집안에서도 벗지 않은 선그라스
즐겁고...
마시고.. 복분자 엑기스
작은언니가 쏜 족발
DNA가 의심스러운 두 여자..
이런 것도 해보고...
90인 엄마를 지난주 중에 요양원으로 모셨다며 울먹이는 큰오빠의 전화는 우리 모두를 울먹이게 한다.
치매증상이 있어도 특별히 일을 저지르지는 않으시고 하루종일 집에만 계시는 엄마가 넘어지셔서 거동이 불편해지셨다.
오빠가 감당하기에는 힘이 들어서 요양원으로 모시자는 우리 모두의 의견이 일치를 보기도 했다.
가깝지 않은 거리라 당장 달려갈 수가 없어 일단 서울팀이 모여서 의논을 하기로 하여 주일 낮에 큰언니네서 모이기로 했다.
1부 예배를 마치고 동생과 둘이서 고양시로 달렸다.
오랫만에 큰언니네 가기도 하지만, 언니가 여기 올 때마다 이런저런 것들을 챙겨서 한보따리 가지고 오는 바람에 나도 무언가를 준비하고 싶었다.
언니가 특별히 내가 담은 오이지를 좋아하기도 하고, 열무김치를 좋아하기도 한다.
아직 열무김치를 제대로 담지 않았지만 옆에 있는 동생도 나의 열무김치를 좋아하고, 마흔이 되어서 결혼을 한 조카들이 차례로 배가 불러온다는 사실이 감사하고 고맙기도 하여 서아와 정해에게도 열무김치를 맛보이게 하고 싶었다.
마흔이 된 조카들이 임신한 몸으로 직장생활을 하고 있으니 건강이 염려되고 한끼라도 맛있게 먹어 주었으면 하는 마음에 토요일에 열무 세박스를 사다가 다듬었다.
특별한 마음이기에 양념을 아끼지 않고 정성껏 담았더니 색깔도 이쁘고 만족스럽다. 우리집에는 오이지는 하나도 남기지 않고 열무김치만 조금 남기고 언니와 오빠와 동생과 조카들을 위하여 조금씩 담으니 기분이 좋다.
동생 역시 그런 마음인가 보다.
신제품인 후라이팬을 준비하여 언니 오빠들에게 하나씩 선물을 준비했다.
언니네 도착하니 우리가 일등이다.
김치와 오이지, 후라이팬을 꺼내니 언니가 감격해하며 고마워한다.
언니 또한 같은 마음인지 떡을 맞추고 미숫가루까지 준비하여 동생들 손에 가득하게 들려준다.
오래전부터 고양시에 매운탕이 끝내준다며 오라고 했지만 각자 직장이니 가정이니 해서 쉽게 발걸음을 하지 못했는데 언니가 혹시 휴일일까봐 답사까지 마치고 매운탕을 예약해 놓았는데 작은언니 역시 오는 길에 답사를 했다고 하니...
메기매운탕은 역시 자랑할만 했다.
밑반찬도 우리 입맛에 맞춤으로 감자, 호박, 무우생채가 정갈하여 두번씩 추가했다는 사실이다.
바닥이 드러난 매운탕냄비는 우리를 배불뚝이로 만들고 이어서 나오는 어탕국수는 별미 중의 별미라는 언니와 동생이지만
오빠와 나는 수제비가 더 맛있다며...
같은 남매이지만 현저하게 입맛이 다를 수도 있음을 깨닫게 한다.
옛날에 아버진 집에서 엄마가 홍두깨로 민 칼국수를 좋아하셨고 엄마는 가게에서 판매하는 외국수를 좋아하셨다.
아버지와 엄마 이야기가 나오니 언니 둘과 동생은 엄마처럼 외국수가 좋았다고 하고 오빠와 나는 칼국수가 좋았노라고 했다.
우리집 7남매 중 작은오빠와 나만 빼고 모두가 새끼손가락이 곱사등이처럼 생겼다.
아버지 손가락이 그렇기 때문에 유전자의 힘을 어쩔 수 없는데 작은오빠와 나만 정상적인 손가락이다.
7남매가 모이면 작은오빠와 나를 두고 우리는 엄한 엄마의 외도를 이야기하며 배꼽이 빠지도록 웃는다.
몇년 전 언니들과 동생과 함께 강릉으로 놀러가서 발을 찍었었다.
갑자기 언니가 그 사진을 자세히 보니 발 하나만 다르더란다.
모두가 힘차게 생겼는데 유독 내 발만 약하게 생겼다고 한다. 그래서 또 엄마의 외도에 확신을 심어본다. ㅋㅋ
유명한 청안 이씨들이 언제나 이렇다.
오늘 모인 목적 따위는 잊어버린채 서로 웃고 떠들며 지난날을 코앞으로 들어나르기에 바쁘다.
어느 순간 우리가 모인 목적을 깨닫고 우린 다시 우리의 가벼움을 생각하며 통곡하듯이 웃어제낀다.
매월 20일에 큰언니에게 10만원씩 보내면 언니가 영천 오빠에게로 보내는 것과
이번 토요일 오후에 언니 둘과 오빠가 영천에 다녀오기로 하고 나와 동생은 빠른 시일내에 다녀오기로 합의했다.
(오늘 동생이 토요일에 같이 합류한다고 해서 나만 남는다. 당일치기가 아니라 하룻밤 자고온다고 해서.. 주일이라..)
점심식사 후 작은언니가 이끄는대로 낙타고개란 카페에 들려 빙수와 커피를 오빠가 쏜다.
아름다운 꽃들과 작은 연못과 잔디밭까지 정말 이쁘게 꾸며졌는데 커피 맛과 빙수 맛은 별로인데 가격은 별로이지 않게 비싸다.
아무래도 구경하는 값이 포함된 듯하다.
언니네로 와서 언니가 준비한 디저트를 먹으며 핏줄이 당김을 확인하는데 작은형부가 오셨다.
저녁식사를 대접한다며 냉면이니 칼국수니 족발이니 치킨이니를 출석 부르듯이 부르는데 아직도 뱃속은 꽉 차 있어 어느 것에도 구미가 당기지 않는다.
결국 족발을 주문해 부른 뱃 속에 다시 밀어넣으며 역시 다이어트는 내일부터를 외친다.
언제 만나도 좋은 가족들,
밤늦도록 카톡소리가 들리더니 오늘도 하루종일 후유증인듯이 카톡소리가 요란하다.
동생들이 있어서 행복하다는 언니의 말에 한 표를 꾹 누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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