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그대와...

晩秋

여디디아 2015. 11. 10. 17:09

 

 

 

 

 

 

 

 

 

 

 

 

 

 

 

새싹이 파릇하게 돋아날 때,

봄이라 선뜻 내뱉을 수 없었던 까닭은, 이 아름답고 찬란한 봄이 어느 순간 바람처럼 휙~~, 봄날의 꿈처럼 휘리릭 지나가 버릴것만 같아서였다.

분홍의 진달래와 노란 개나리와 하얀 벚꽃이 한순간에 지고난 후에, 인아의 앙다문 손처럼 앙다물었던 새싹들이 인아가 손을 펼치듯이 잎을 피우고 꽃을 피우고 여름내내 무성하더니 어느 아침에 소식도 없이 빛을 잃어가고 윤기를 잃어가더니 그 사이로 고운 색의  단풍이 들더니 어느새 길 위에 자신을 툭툭 내려놓는다.

얼마전 된봉을 20여미터 앞두고 허리가 삐끗하는 바람에 근 한달을 된봉을 피하여 남양주시청에서 평내로 다녔었다.

이러다가 가을을 완전히 잊어버릴 것만 같았고, 어쩐지 된봉 가는 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오랫만에 덜봉(된봉 아래)을 가기로 했다.

 

입구부터 늦가을의 정취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황토흙을 뒤덮은 낙엽들이 가을비를 맞아서 축축하고, 비를 맞은 나뭇잎들은 고운 빛을 고스란히 드러내기에 충분하다.

봄부터 가을까지, 아니 다가올 겨울까지 걷고 또 걸을 이 길을 새로운 마음으로 걸었다.    

마치 처음으로 가을을 느끼듯이, 아주 오랜 세월이 흘러야 다시 가을을 맞이할 것처럼 그렇게.

앞을 보니 남은  단풍이 곱고 뒤를 돌아보니 걸어온 길들이 눈이 부시게 곱다.

넉넉하고 호젓한 마음으로 걸으니 참으로 오랫만에 가슴 가득히 행복함이 몰려온다.

행복하다는 기분을 느낄 때가 언제였더라?

가물가물한 기억을 애써 찾으려 하지 않고 오직 이 순간만 즐기기로 한다.

 

지난 봄 진달래가 환하게 피어났던 곳,

지난여름 급하게 쏟아지는  소낙비를 피하기 위해 숨어들었던 나무아래,

반질거리는 알밤이 떨어져 있던 자리,  또록 거리는 도토리가 입을 내밀던 자리,

원치 않은 뱀이 스르륵 지나던 자리까지,

무심하게 지나간 줄 알았던 순간들이 새삼 어제의 일처럼 선연하게 다가든다.

 

가을,

서쪽하늘에 걸린 해가 밤새 동쪽으로 달려가기 위하여 채비를 하듯이 아슬아슬한 시간들,

깊은 가을은 이제 겨울을 위해 자신의 자리를 내주기 위해 채비를 하고,

그 찰나의 순간이 안타까운 나는 가을이 비껴 지나는 길 위에 나를 머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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