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그대와...

2015 송년회

여디디아 2015. 12. 14. 10:37

 

 

 

 

 

 

 

 

 

 

 

 

 

 

 

세월이 흘러가는 속도는 나이와 비례한다고 했던가?

50대에는 시속 50km로, 60대에는 60km로...

그런데 요즘은 나이에 상관없이 세월이 비행기가 창공을 날으는 듯한 속도로 마구마구 흘러간다.

그러다보니 금새 새해이고 계획을 세우니 어쩌니하다보면 1분기가 지나고...눈 꿈뻑하면 연말이라 해도 특별히 뻥은 아닌듯 싶어진다.

 

연말이면 여기저기 송년회가 줄을 잇지만 직장송년회도 없고, 동창회 송년회도 올해는 결혼식에 포함하기로 하고, 그러다보니 송년회는 특별히 갈 곳이 없다.

물론 이번 연말엔 정해결혼식으로 인해 모든 것이 하찮게 여겨지기도 하지만 말이다.

 

평내교회에서 숙희와 경숙이와 현숙이가 사방으로 흩어지고, 세월이 흘러 어느덧 사십대를 지나고 오십대로 들어서니 특별히 가깝게 지낼 친구가 없기도 하지만, 평내동이 개발되어지면서 아파트가 쏙쏙 들어차고, 그와 걸맞게 교회도 새로운 성도들이 늘어나고 규모도 커지기 시작했다.

성경공부를 하다보니 동갑의 친구가 있고, 찬양대를 하다보니 또 다른 동갑들이 눈에 띈다.

예배를 마치고 성경공부가 끝나면 모두가 낯선 얼굴을 하고 각자의 길을 가기가 바쁘고, 교회에서 특별히 오래 머물고 싶어하지도 않은 것 같은 모습이다.

2013년 교회의 표어가 마침  '섬김으로 사귐' 이란 것으로 정해졌다.

기도하며 신앙안에서 서로 섬기며 사귐으로 서로를 알아가고 함께 신앙의 동역자가 되라는 담임목사님의 뜻이다.

 

수요일 밤 예배를 위한  호산나찬양대에서 보니 나와 나이가 같은 정심이와 형임, 그리고 두 명의 김경숙집사가 있고      

기독교세계관 공부를 하다보니 역시 나와 동갑내기인 최경자집사가 있다.

서로 마주보며 얼굴만 까딱하고 눈 인사만 나누고 마치 이방인처럼 서로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들처럼  돌아서는 모습이 어쩐지 겨울나무의 빈가지처럼 허전하게 여겨진다.

 

그래도 평내교회에서 20년이 넘은 내가 나서야 할 것 같아서 어느날 문자를 보냈다.

"00년생끼리 모여서 식사나 같이해요"라는 문자에 모두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서 나를 민망하지 않게 했다. 

그렇게 모인 친구들이 8명, 그중에서 장기결석자인 차 집사는 자연스럽게 빠지게 되었고, 천안으로 이사한 경숙집사는 모임에 적극적이지 않고 소극적인 태도라 마음이 불편한 것 같아서 제외되고, 순천으로 이사한 정심이는 '우정이란 서로가 가꾸고 다듬어가는 것'이라는 깔끔한 정리로 스스로 다듬고 가꿈으로 멀리 있지만 늘 가까이 있는 듯한, 예쁘게 생긴 모습 그대로 사근사근하고 정답게 우리와 카톡을 나누고 평내에 올 때는 우리를 들썩거리게 만들어 달려오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지닌다.

추운겨울날에 따뜻한 봄날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정심이가 평내에 나타나기를 문득문득 기다리기도 한다.

 

어린이집 원장인 형임이가 얼마전 카톡에 방을 써붙였다.

"북촌아트홀에서 하는 '날개잃은 천사'를 보러가자"는...

누구는 평일에 되고 누구는 주말이 좋고, 누구는 아무때나 좋다는 그 어려운 시간들,

12월 12일에 이용규장로님댁 수현이의 결혼식이 서초동 법원예식장에서 있다는 소식에 마음을 뭉쳤다.

 

이제 내가 방을 써 붙일 때인듯하여 광고를 냈다.

" 12시까지 때 빼고 광내고.. 멋부려서 평내광고로 집합하시길.

 자가용으로 모시겠으니 이쁘게 화장하고"

결혼식에 참여하여 점심을 먹고 바로 북촌으로 달려가 뮤지컬을 보고 우아한 곳에서 식사를 하며 송년회를 겸하기로 한 날,

 

때 빼고 광 내고, 화장하고 분장하고, 이 옷에서 저  옷으로, 다시 아까 입었던 옷으로 바꾸어 입느라,  10분이 지나서야

모두가 집합이다. 한복을 입을 뻔 했다는 영숙이의 말에 빠질 뻔한 배꼽을 억지로 붙들었다는..

서울시내 길이지만 겁 없이 핸들을 잡고 서초동 법원으로 달리니 우리가 일등 손님이라는...

장로님과 권사님을 뵙고 축하인사를 드리고 식당으로 가서 차려주는 식탁에 앉아서 식사를 하고나니 예식시간이다.

혼주들도 만났고 새신랑 얼굴을 보고 이름까지 불러서 축하한다고 했겠다, 점심까지 먹었겠다,

거기다 영숙이 하는 말, "일찍 먹고 자리를 피해주는 것이 예의" 라는 알듯 모를 듯한 소리에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종로를 향하여 달리는 길,

서울시내는 여전히 복잡하고 잠시의 틈만 있어도 비집고 들어오는 사람들, 파란불로 바뀌고 2초가 지나지 않은데 빵빵거리는 사람들, 네비양의 말을 듣느라  때로 엉뚱한 길에 들어서서 허둥거리고 차선을 잘못 들어 염치없이 끼어들기를 하는 김여사 대신 이여사.. ㅋㅋ

친구들의 감탄과(?) 수다속에서 기어히 북촌을 지나서 다시 빙~ 돌아서 간 아트홀,    

골목마다 아귀차게 들어찬 자동차들을 보니 주차할 공간이 없다.

역시 이럴땐 미소작전이다.

식당주차장에 1시간에 3000원을 계산하여 주차를 하고 아트홀로 향했다. 물론 나올 때는 30분을 자르는 아줌마의 힘도 발휘했다.      

 

톨스토이 원작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편집하여 '날개잃은 천사'라는 제목으로 공연을 한다.

네 명의 배우가 나와서 연극을 하는데 처음엔 몰랐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메세지가 강해지고, 메세지의 내용은 하나님의 사랑이다.

하나님으로부터의 명령을 순종하지 않고 자기의 의를 나타낸 천사 미가엘이 하나님으로부터 쫓겨나 세상에서 세가지의 비밀을 알아오라는 명령을 받게된다.

첫째는 사람이 살아가는데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둘째는 사람이 살아가면서 결코 알 수 없는 것은 무엇인가?

셋째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이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랑이며, 인간이 알 수 없는 것은 미래에 대한 지혜이며, 사람은 사랑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깨달은 천사 미가엘은 다시 하나님에게로 돌아간다는 내용이다.

지금 어렵고 힘든 삶일지라도 하나님은 여전히 우리를 사랑하시며 그 사랑으로 또한 우리가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과 그런 우리를 하나님은 결코 그냥 버려두시지 않으시고 끝까지 사랑하신다는 느끼는 순간, 옆에 앉은 형임이와 나는 기어코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으니....

 

저녁은 덕소에 있는 오리원으로 가자는 현숙이의 의견에 밤이 시작되어 어스름한 길을 어설픈 운전솜씨로 달렸다.

서울을 벗어나 익숙한 남양주에 도착하니 길은 고속도로이고 마음은 홈그라운드에 대한 자만심으로 녹록해진다.

식당을 소개했다는 이유 하나로 현숙이가 서빙까지 해주는 바람에 편안하게 식사를 하고나니 9시가 가깝다.

 

진옥이가 아니었으면 결코 뭉칠 수 없었다던 여자들, 

다시 20년이 지나도 절대로 먼저 나서서 다가가지 못했을거라는 아직도 소녀같은 감성을 그대로 간직한 친구들.

마음을 열고나니 서로의 형편을 나누고 기도하고 위로하니 날마다의 짐이 가벼워진다.

바라건대 신앙안에서 서로를 위한 기도를 쉬지 않으며 위로하며 권면하여 하나님앞에서 서로를 세워 나가는 좋은 친구들이 되어 나이가 들어도 참된 우정을 나눌 수 있는 귀한 친구되기를 기도한다.

 

사랑하는 친구들,

모두모두 사랑하고 축복해.

정심이가 오면 다시한번 멋지게 송년회 하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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