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음식

된장담그기

여디디아 2015. 3. 4. 14:39

 

 

 

 

 

 

 

결혼 32년차... (정말이지 길게도 살았구나~)

처음 결혼을 하고 정릉 시댁에서 시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을 때였다.

48세의 시어머니는 당신의 부엌살림을 새며느리에게 맡기질 못했고 26살의 새댁은 날마다 설겆이를 차지했었다.

동생들과 자취하느라 난 국도 잘 끓이고 밥도 잘 하고, 반찬도 곧잘 했었는데.. 

그런 어느 날, 시부모님이 1박2일로 여행을 떠나셨다.

경상도 사람인 나는 서울사람의 반찬에 익숙하지 못해 고역이었는데 때를 놓치지 않고 경상도식 된장찌게를 끓이기 위하여 

옥상에 있는 된장항아리로 달렸다.

된장항아리 뚜껑을 여는 순간, 난 내 두 눈을 의심했다.

시골집에서의 된장독을 열면 누런 된장이 항아리 가득가득 담겨 있었기에, 세상의 모든 된장 항아리에는 한숟갈만 퍼내면 누런 된장이 가득하게 고여 있는줄 알았는데, 맙소사~~(친정에 가서 엄마한테 시어머니의 된장항아리 흉을 봤었다).

항아리 밑바닥에 내 표현으로는 염소똥 같은 시커먼 덩어리 몇개가 구르고 있었으니 내게는 충격이었고

완고하던 시어머니의 살림살이가 얼마나 하찮고 엉망인가를 생각하게 만들었던 기억이 지금도 마치 그날처럼, 그날 비추던 햇살까지, 항아리위에 쌓였던 먼지까지, 흰 앞치마를 두르고 노란 수뜨개질의 머릿수건까지, 허망하여 손을 탁 놓았던 그 순간까지 감동깊은 영화의 한 장면처럼 생생하게 떠오른다.

 

이후 분가를 하고는 시골에서 엄마로부터 된장을 얻어와서 먹었는데 몇년전부터 엄마의 기력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이제는 눈꺼풀 들어올리기까지 귀찮으시다는 엄마의 손 내려놓음으로 그마져 끝이나고 말았다.

몇년전 충주에서 직접 담은 된장을 사서 먹었는데 그것도 끝이나고, 마트에서 사온 된장은 아무리 맛을 내어도 들큰하고, 어쩌다 설탕을 떨어뜨린 것처럼 실수한 맛이나고 개운하지가 않아서 음식점에서 팔고있는 함초된장까지 구해서 먹고 있는 형편이다.

내가 시어머니의 살림살이를 업수히 여김같이 며느리 또한 나를 업수히 여길까봐 진작에 이실직고를 했지만, 간간이 된장국을 끓일 아들내외가 생각이 날때마다 된장은 끝내지 못한 숙제같은 미진함으로 남는다.

 

며칠전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여 결국 2시에서 새벽 4시까지 김하늘이 나오는 영화 <낙원 파라다이스>를 보고난 후, 채널을 돌리다가 순창메주를 판매하는 곳에서 눈이 딱 멈췄다.

메주와 함께 건고추와 숯, 그리고 천일염 소금과 물을 담아붓는 비커까지 포함되었는데, 비커로 물을 12번 부으면 된다는 소리에 신청을 했다. 주문을 하고 사흘 후에 집으로 메주와 함께 재료가 배달되었다.

홈쇼핑에서 봤던 그대로, 다시한번 설명서를 읽고난 후 된장을 담았다.

손쉽고 수월하게 담아 하루종일 햇볕혼자 놀고있는 베란다에 두었다.

잘 익어서 된장과 간장을 행복하고 넉넉한 마음으로 먹을 날을 기다린다.

 

*된장 담그는 방법*

1. 맑은 물에 포장되어 온 소금을 풀어 골고루 저어준다.

2. 비커에 물 12번을 담아서 붓는다.

3. 소금물에 메주를 넣고 건고추와 숯을 담는다.

4. 뚜껑을 닫아서 햇볕이 잘 드는 베란다에 둔다.

끝이다.

 

참고로 고춧가루도 이렇게 재료와 함께 판매한다면 대박이 날 것 같다.

누구보다 내가 먼저 찜할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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