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그대와...

하늘공원

여디디아 2014. 11. 3. 11:22

 

10월 특새기간중 백봉산에서 본 우리동네

백봉산  노루목

 

 

일주일에 한번씩 가는 된봉가는 길

 

 

 

 

 

 

 

 

 

 

 

 

 

 

 

 

 

 

 

 

 

 

주현이가 결혼하기 전,

대학을 졸업하고 작은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있을 적에,

성희와는 대학졸업반 그것도 2학기쯤 사귄 것 같으니, 성희는 아직 대학생이었을 때,

둘이서 하늘공원으로 데이트를 했었나보다.

그날 집으로 온 주현이가 하던 말,

"엄마 상암동 하늘공원엘 갔는데 정말 좋더라.

 엄마가 딱 좋아할 것 같은 곳이니 꼭한번 가봐"라고 했었다.

 

어제 일도 잊어버리고, 한시간 전의 일들도 까무룩해서 했던 일을 다시 해주는 일도 잦고, 해야 할 일도 잊어버리는 내가

어쩌자고 아들의 그 말은 또렷하게 머리에 새겨지는지,

세현이가 하남에서 광주로 가는 길이 예쁘다고 역시 " 딱 엄마 스타일이야, 엄마 그 길로 드라이브 꼭해요"라던 말에

용인으로 가는 길은 늘 세현이의 말하던 모습까지 변함없이 떠오르니..

그래서 자식인가 보다.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식임에 틀림없나 보다.

이미 결혼을 해서 한 여자의 남편으로, 한 아이의 아빠로 부모는 뒷전인 아들이지만 그래도 내게는 목숨을 내놓을 수 있는 유일한 존재들임에 틀림없으니...

 

여름내내 바쁘고, 경자집사가 자전거 타다가 다쳐셔 병원신세를 지고, 그러다 산행을 할 수가 없게된 후로 함께 산에 간지가 봄을 건너뛰어 어느새 초겨울의 문앞에 섰으니, 세월은 여지없다.

고운단풍이 지기전에 가을소풍쯤은 가야되지 않겠느냐는 한마디에, 나는 대책없이 '하늘공원'이라 문자를 보냈다.

그랬더니 양집사님이 경자집사에게 '하늘공원에라도 다녀오자'라고 하셨다고 하고, 임집사님과 필희집사는 토요일 비 소식에 둘이서 하늘공원에나 다녀와야겠다고 별렀으니, 필히 내게 먼저 운을 떼었을거라고 부부가 서로를 믿고 있었단다.

몇년간 한결같이 슬픔을 나누고 기쁨을 부풀리고, 기도하며 교제하다 보니 입을 열어 발음하지 않아도 마음에 느끼는 것이 이렇게 通하기까지 하다는 사실에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한다.

 

10월26일까지 억새축제가 끝난 하늘공원은 여전히 억새가 가을을 즐기고, 드문드문한 갈대는 지나는 가을바람에 몸을 말리며 다가올 겨울을 준비하느라 서걱이며 자신을 추스리고 있는 하늘공원앞 주차장에 들어서면서부터 우리의 감탄사는 끊어지지 않았다.

남자들은 이미 몇번을 다녀갔다고 하지만 여자 셋은 처음오는 곳이라 드넓은 공원과 공원가득하게 펼쳐진 억새와 이쁘게 꾸며진 곳곳의 풍경들과 쉴 수 있도록 만들어둔 쉼터들과 나무목들이 그저 반갑고 고마울 수 밖에 없다.

곳곳에 가족들이 도시락을 펼치고 김밥과 과일을 나누고, 노부부가 함께 오셔서 삶은 고구마, 과일을 드시는 모습이 어찌나 정답고 따뜻한지.

하늘공원으로 향하는 나무계단은 다른 여느계단과는 달리 널찍하고 완만한 경사가 되어 있어서 다리도 아프지 않고 꺾어지는 곳마다 아래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여유까지 느끼게 하니 참으로 좋다.

 

하늘공원에서 바라보이는 월드컵경기장과 공원, 쌍둥이 의지와 의연이가 할아버지와 자주 가는 노을공원이 저 너머에 있다는 생각에 혹시 오늘도 둥이들이 할아버지와 나왔으려나 싶은 기대감마져 품게 한다.

억새밭 사이사이로 나 있는 오솔길들을 거닐자니, 어쩐지 지나간 청춘이 아쉬워진다.

결혼전이라면 이런 곳에서 데이트 하면 참으로 멋지겠다는 말을 나누는 것을 보니 우리의 20대가 그립다는 것 아닌지. 

임집사님의 인도로 하늘공원을 크게 한바퀴 돌고는 억새밭 사잇길을 걷는 기분은 참으로 묘하다.

 

하늘공원을 한바퀴 돌고난 후 평화 공원으로 내려왔다.

하늘공원에서 바라보이던 호수가 물빛을 가을볕에 비추고  물가에서 아이들이 물고기를 보며 과자를 던지고 있다.

'물고기에게 먹이를 주지 마세요'라는 푯말이 바로곁에 있음에도 엄마들은 아이의 즐거움을 위해서 과자를 집어들어 몰속으로 던지고 물고기들이 입을 벌리며 과자를 향해 다가든다.

덕분에 물위로 과자에서 흐르는 기름이 번질번질하여 내 속을 타게 만든다.

 

평화공원은 데크로 길게 길을 만들어 놓아서 호수를 바라보기에 더 없이 운치가 있고, 끝나는 지점은 나무들이 고운 빛으로 물이들어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를 느끼게 해주고 복잡하던 우리마음을 평화롭게 해준다.

 

가까이 있어도 가지 못했던 하늘공원,

1시간이면 달려올 수 있는 곳을 두고 우리는 얼마나 많은 곳을 헤매었는지.

 

주현이가 왜 이곳을 추천했는지 그 마음이 느껴진다.

무엇보다 엄마를 알고 이 곳에서 나를 생각했었다는 사실에 고맙고 감사하다.

주현이가 나를 생각했듯이, 이 넓고 아름다운 하늘공원에 인아를 데리고 와서 성희랑 인아랑 가족이 함께 김밥을 먹고 손을 잡기도 하고 풀기도 하면서, 한사람은 노을공원을 향하고 한사람은 월드컵경기장을 향하고, 누군가는 억새가 흩날리는 억새숲을 사진에 담고, 나는 인아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인아만 감시해도 좋겠다.

 

11월의 첫날,

하늘에서 바로 내려온 듯한 하늘공원을 거닐며

어딘가 묶여있었던 것 같았던 나를 풀어놓은 참으로 즐거웠던 시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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