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아침을 배불리 먹고 이른 점심또한 배불리 먹고나니 양심이고 뭐시고 잠은 제주도의 빗줄기를 타고 솔솔 몰려온다.
에코랜드로 가는 한시간여 동안 택시에서 인아와 함께 까무룩히 잠이 들었다.
에코랜드에 도착을 하니 고맙게도 비가 멎는다.
지난 봄, 제주도가 들썩거릴만치 즐거웠던 자매들의 여행길에 들렀던 에코랜드,
100일이 지난 인아를 두고온 나는 에코랜드를 구경하는 내내 인아와 함께 오고싶어서 안달을 했었다.
에코랜드에 도착을 하니 성희가 무척이나 좋아한다.
6인용 기찻간에 우리 셋이서만 나란히 앉아서 제주도가 자랑하는 곶자왈을 보고 봄 여름 가을 겨울 변함없이 자생하는 푸르른 식물들을 바라보고 비 그친 후에 피어오르는 자욱한 안개도 바라보며, 무엇보다 걷지 않아서 힘이 들지 않는 에코랜드를 돌아보니 이번여행의 묘미가 저절로 다가오고 참 잘했다는 스스로에 대한 칭찬으로 자신을 토닥이게 한다.
1번 역에서 내려 2번역으로 가는 브릿지역, 언니들과 함께 웃으며 걷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내년 봄에 다시 한번 자매들끼리의 여행을 다짐하며 걷는데 성희는 자꾸 주현이 생각이 나는듯 하다.
이렇게 예쁘고 좋은 곳에 세 식구가 함께오고 싶은건 당연한 일이다. 다음에 기회를 만들어서 셋이 함께 여행하라고 성희를 다둑인다.
2번역에 도착을 하니 수제핫도그가 4500원이다.
배가 부르다고해도 이런곳에서 이런것 하나쯤은 먹어줘야 여행의 참 맛이 아닌가싶어 성희와 핫도그 하나씩을 손에 들고 먹으니 어쩐지 더욱 친근해진다.
3번역은 피크닉 가든이며 키즈타운이 있는 곳이다.
정말로 오고싶었던 곳이 바로 여기!!
인아를 안고 키즈타운으로 향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곶자왈을 택하고 어린이가 있는 부모들만 키즈 타운으로 향한다.
마치 동화속 나라처럼 자그마한 음식점이며 카페, 동물원과 여러가지 모형들이 아이들을 대상으로 만들어져 있다.
인아가 즐기기엔 무리가 있고 3세 이상의 아이들은 아주 좋아할 것 같다.
커다란 잔디밭이 개방되어져 있어서 아빠와 엄마 아이가 함께 뛰어노는 모습이 정답다.
성희의 눈길이 오래도록 그곳에 머물고 있음을 보니 어쩐지 내가 미안해진다.
4번역에서 내려 여러가지 허브꽃으로 만들어진 정원을 둘러본다.
색색의 허브들이 아름답고 진한 향기를 퍼지게 하지만 내 코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으니, 분명 장애임에 틀림없다.
2시간동안 에코랜드를 돌고 나오니 박영기씨가 우리를 맞이한다.
펜션으로 가야되나 싶은데 비자림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다시금 고맙고 감사하다.
비자림은 비자나무로만 만들어져 있으며 600년에서 800년이나 된 나무들이 많아도 한다.
800년이 된 비자나무를 보니 어쩐지 엄숙함이 서려있는 듯하다.
항톳길로만 된 길위로 제주도의 돌담이 눈에 보이고 비자림에서는 화장실도 갈 수가 없기 때문에 밖에서 볼일을 보고 들어와야 한다고 한다. 관리를 잘한 탓에 숲이 깨끗하고 나무도 온전히 보존되어 있어서 기분이 좋아진다.
도토리 처럼 생긴 비자열매가 더러 떨어져 있는데 한 알만 먹어도 건강에 좋다고 하며 비자열매는 그야말로 만병통치약이란다.
그래서인지 열매가 떨어져 있으면 모두 줍기 때문인지 열매가 보이지 않는다.
벼락맞은 비자나무는 가지를 만지면 피부병에 효험이 있어서 사람들이 가지 하나씩을 꺾어서 간다고 한다.
영기씨가 우리에게도 나뭇가지 하나씩을 꺾어주는데 다행히 마른가지여서 미안함을 가지지 않아도 좋다.
얼굴에 있는 피부병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정자언니가 생각이 나서 가방에 잘 챙겨넣는다.
비자림을 한바퀴(짧은 코스) 돌고나오니 6시다.
비자림은 6시이후엔 머물 수 없기 때문에 무조건 6시까지 밖으로 나와야 한다고 하니 명심해야 할 듯하다.
목요일 아침 8시50분 비행기라 일찍 출발했다.
공항에 도착하니 8시, 수속을 끝내고 성희와 샌드위치와 커피, 과일쥬스로 폼나는 아침식사를 해결한다.
김포공항에선 짐을 맡길때 유모차도 함께 맡겼는데 제주공항은 유모차는 비행기 탑승하는 곳에서 맡기면 된다고하니 참 편리하다. 검색대에도 아기가 있으니 별도의 곳에서 보안검색을 하는데 기다리지 않고 바로 한다. 유모차와 인아까지 보안검색을 하는걸 보니 좀 이상한 기분이 든다. 워낙 험한 세상인지라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만.
탑승을 하는데 진에어 스튜디어스와 직원들이 모두 인아를 둘러싸고 이쁘다고 얼굴을 만지고 머리를 만지고 난리다.
길게 줄을 선 중국사람들조차 인아를 보고 이쁘다고 이리저리 돌아보고 만져보고 싶어한다.
솰라솰라 하는 소리는 아마도
"아가가 이쁘다"
"할머니를 닮았다"
"엄마가 미인인데 엄마를 닮아야지"
"할머니가 너무 젊다"
"며느리야 딸이야?" 뭐 이런 소리같다는.. ㅋㅋ
당최 무슨 말인지 몰라서 도련님께 전화하려고 했다는 성희..
아무것도 모른체 활짝 웃으며 사람들의 칭찬에 인사하는 우리인아..
'성희야, 너 이렇게 여행가는거 친구들이 알고 있니?'
'네. 거의 다 알아요'
'친구들이 미쳤다고 안해?'
'아뇨, 불편하지 않겠느냐고는 했어요, 저는 좋아요'
더러는 그럴것이다.
시어머니와의 여행은 미친 짓이라고..
세월이 흘러서 고부간의 갈등이 생기기 전에 미리 일을 저지른 것은 잘한 일이다.
물론 세월이 흘러도 고부간의 갈등보다는 서로를 향한 마음이 진잔히 흐르는 물처럼 고요하길 바래본다.
더러는 돌에 맞물리고 바위에 부딪히고 각기 다른 물고랑을 만들기도 할테지만 결국엔 함께 흘러 같은 바다에 머물기를..
그때 우리 서로가 반가움으로, 기쁨으로, 함께임에 감사하기를...
행복하고 즐거운 세 여자의 제주여행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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