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문

인아 성희 진옥 세 여자의 제주도 여행

여디디아 2014. 9. 27. 08:59

 

 

 

 

 

 

 

 

 

 

 

 

 

 

 

 

 

 

 

 

 

 

 

 

 

 

 

 

 

 

 

 

 

 

 

 

 

 

 

 

 

 

 

 

 

 

 

 

 

 

나는 비교적 날씨에 대해서는 말을 하지 않는다.

천지를 주관하시는 하나님의 권한이기 때문에 내가 이렇다 저렇다 할만치의 교만함은 가지고 싶지 않은 탓으로...

수요일에 내린다던 비가 화요일에 내리는 덕분에 한림공원을 관람한 후, 제주도민들만 안다는 도축장 근처의 흑돼지 오겹살을 먹은 후 펜션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빗방울은 점점 거세어지고 은근히 내일이 염려스럽지만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한다'는 믿음으로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기로 했다.

 

요즘 주말마다 예식장을 다니고 도수치료를 받는다고 병원엘 들락거리고, 추석후 사무실이 바빠서 좀 무리를 한 탓인지,

내가 많이 지쳐있음을 느낀다. 몸도 마음도 고단하기만 하여 출발하는 날 오전에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고 약을 타서 왔다.

늦은 점심을 먹은 후이기도 하고, 가스렌지를 켜면 어찌나 요란한지 잠자는 인아가 놀라서 잠을 깨는 바람에 저녁은 건너뛰기로 했다. 모유를 수유하는 성희가 마음에 걸렸지만 성희도 저녁생각이 없다는 말을 그대로 믿기로 하고 혼자 기절할 듯이 뻗었으니..

처음에 잠을 자던 인아는 밤에 칭얼거리고 젖을 떼기 위해서 새벽수유를 금지하는 성희는 새벽에 두세번을 일어나 아기띠를 메고 인아를 달래느라 고단함을 더한다. 울고있는 인아보다 잠을 설치는 성희가 더욱 애처로운데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엄마냄새를 찾아 엄마만 찾는 인아를 업어줄 수도 없고..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우는 인아도 제쳐두고 나는 다시 잠 속으로 스민다. 한참 꿈을 꾸는데 성희가 조심스레 "어머님 괜찮으세요?"라고 흔든다.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하지 못하는 나의 꿈, 몽유병이라 의심할 정도로 꿈에서도 정확하게 발음하는 내 헛소리에 성희가 많이 놀랐나보다. 미리 주현이로부터 말은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ㅎㅎㅎ

우는 인아 때문에, 헛소리를 해대는 시어머니 탓에... 애꿎은 성희만 이래저래 잠을 못자는 제주도의 밤이다. 미안^^*

 

오전내내 빗줄기가 굵다.

여기까지 왔는데 이대로 보낼 수는 없고, 에코랜드에 가서 기차로라도 한바퀴 돌아야겠다는 생각에 박영기씨에게 문자를 보냈다.  여행동안 성희에게 먹일 우족탕을 따끈하게 데워서 아침을 먹고 늦은 출발을 했다.

다행히 빗줄기가 많이 가늘어져 있어서 에코랜드 기차여행은 별무리가 없을 듯 하다.

여기까지 와서 비로인해 제대로 구경하지 못한 우리가 안타까운지, 여전히 박영기씨는 우리에게 제주도의 어느 한 곳이라도 더 보여주고 싶어한다.

'엉또폭포'로 안내한다는 말에 진정한 마음이 느껴진다.

1박2일에서 이승기가 강호동을 제치고 골인한 엉또폭포,

비가 내리지 않으면 볼 수 없다던 엉또폭포는 나도 꼭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오늘 내리는 비는 내게 엉또폭포를 보여주기 위함이 아닐까.

 

펜션에서 그리멀지 않은 엉또폭포 근방에 다다르자물소리가 우렁차다.

눈을 들어 폭포를 보니 새하얀 물보라가 사방으로 흩어지고 우의를 입은 사람들과 우산을 든 사람들로 인해 인산인해를 이룬다. 

폭포에서 흐르는 물이 개울로 차고 넘쳐 파도를 일으키고 폭포에서 연신 쏟아지는 물줄기와 물보라가 내리는 빗줄기에 더해져서 온통 물이다.

 

폭포앞에 서니 그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제주도에 살아도 이렇게 폼나는 폭포를 보기는 어렵다고 하는데 이런 멋진 모습을 볼 수 있다니 정말이지 행운이다. 

성희와 나는 폭포앞에서 무섭고 두려운 마음에 몸이 움추려드는데 인아만이 말똥거리며 폭포를 쳐다본다.

하얀 물줄기가 쏟아져내리는 모습이 신기한지 눈을 떼지 못하는 인아,

엉또폭포의 멋진 모습에 감동하며 내려오는 길에 무인카페를 만난다.

좁은 카페안에 사람들이 꽉차 있어서 구경만 하고 발길을 돌렸다.

제주도에는 무인카페가  참으로 많다.

모두가 선한 마음으로 차를 마시고 정확한 계산으로 찻값을 치루고 나오리라.. 생각하니 아직 우리네 마음속에 양심은 심장처럼 붙어서 제 역할을 감당하는 듯해서 기분이 좋다.

 

엉또폭포에서 나와 에코랜드로 향하는 길에 지난 봄에 언니들과 먹었던 네거리식당에서 갈치국을 먹었다.

가시가 많아서 성희가 불편해 하기에 가시를 발라주었더니 조금만 먹고 남겨서 안타까운 마음이다.

입맛에 맞지 않았나.. 싶어서 마음이 쓰인다.

젖을 먹이려면 뭐든 많이 먹어야 할텐데, 배가 고프면 어쩌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뱃속이 포화상태이다.

이런 철딱서니 없는 시어머니라니...

성희에게 미안한 마음이 부른 뱃속을 헤집고 내게도 양심이 있음을 깨닫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