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계획을 짤 때는 그랬다.
토요일 지리산둘레길 1코스를 걷고, 덕산저수지에 베이스캠프를 꾸린다.
주일 낮예배후 낚시하는 서방옆, 텐트속에서 하루종일 책을 읽으며 자다깨다 먹고 싸고...를 한다.
월요일에 둘레길 3코스를 걷고 화요일엔 서방이 힘들면 혼자서 둘레길 5코스를 걷는다.
야무지다.
덕산저수지를 눈여겨 보니 두려운 생각이 든다.
낚시는 커녕 저수지에서 파도가 일고 시퍼런 물결이 진도앞바다 같이 느껴진다.
둘레길 1코스를 걷고 낚싯터를 알아보기 위해 인터넷을 검색하고, 여기저기서 물어봐도 마땅한 낚싯터가 없다.
남원을 다 돌아본다는 심정으로 돌아보아도 찾을 수 없는 낚시터를 절망할 때쯤, 눈앞에 남원자연휴양림이 있다.
성수기라 설마..하면서 들어갔더니 태풍소식에 모두들 예약을 취소하는 바람에 데크가 텅텅 비어있다.
하루에 3만원, 이틀치를 계산하고 좋은 자리를 찾아 텐트를 치고 준비해간 토종닭에 황기와 감초와 당귀, 대추, 마늘을 넣고 닭백숙을 했다. 닭 한마리를 가운데 두고 맥주 한 캔을 마시며 그칠줄 모르는 비를 바라보며 일찌감치, 오후 6시에 잠자리에 들었다.
밤새 텐트가 날아갈 듯이 바람이 불고, 텐트속에 있는 육신이 다 젖는건 아닐까 싶게 비가 내리고,
내가 앉은 이 자리가 뒤집어지는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태풍이 몰아쳤지만 잠은 달고도 맛있기만 했다.
무려 12시간을 자고 일어나니 아직도 비는 그칠줄 모르고 쉼없이, 피곤함없이 내리고 있었다.
하루종일 텐트속에서 서방은 자다깨다 먹다 마시다 다시 되풀이하기를 끝이없고, 억지로라도 잠을 자고싶은 나는 책 속으로 스미어 하루를 푹 쉬면서 보냈다.
빗속에서 하루를 쉬어가는 것, 오랫만에 하루종일 텐트속에서 듣는 빗소리는 감미롭고 달큰하기까지 했으니..
그동안 나의 일상이 피곤하기는 했나보다.
내리는 비와함께 일찍 잠자리에 들었고, 바람대신 온통 빗줄기로만 하룻밤을 채우고 아침이 오니 눅눅하다.
그래도 기분은 나쁘지 않고 묘한 즐거움을 가지게 한다.
월요일 아침,
여전히 비는 내리지만 어제처럼 세차지는 않다.
무리해서 둘레길을 걸을 수도 있겠지만 어제내린 비로 계곡이 어떤지도 모르겠고 둘레길을 걸으려면 계곡은 필수사항이라 무리하지 않기로 한다.
남원에 왔으니 성춘향이와 이몽룡이 만나 사랑을 나눈 광한루를 구경하기로 했다.
멀지 않은곳에 위치한 광한루,
깨끗하고 조용하고 질서가 정연하다.
곳곳에 청소하는 분들이 많은걸 보니 이 곳이 어떻게 관리되어지는지를 알 것 같다.
입장료 2500원에 주차비 2000원,
굳이 주차비를 받아야 하나... 싶어진다.
나오는 길에 보니 차량들은 길에 주차되어 있고 가까운 곳에 공영주차장이 있다.
외부에서 오는 사람들만 비싼 주차비를 내고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있는 것을 보니 어쩐지 형평에 어긋나는 기분이고 알 수 없는 소외감을 느끼게 되어 씁쓰레하다.
광한루는 그리 넓지는 않지만 정리가 잘 되어있어 좋다.
넉넉한 마음으로 돌아본다고해도 1시간이면 충분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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