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문

좌충우돌 순천여행 2탄

여디디아 2014. 7. 8. 12:00

 

 

 

 

 

 

 

 

 

 

 

 

 

 

 

 

 

 

 

 

 

 

 

 

 

 

 

 

 

 

 

 

 

 

 

 

 

 

 

 

 

 

 

 

 

 

 

 

 

 

 

 

 

 

 

 

 

 

 

 

 

 

 

 

아슬아슬하게 내린 순천역, 격하게 반가워하는 정심이의 마음을 우리가 왜 모를까.

여행은 뒷전이고 우리가 만났다는 사실이 오늘은 더욱 의미가 있고 즐겁고 또한 기쁘다.

 

뻔하겠지만 우리들의 인사는 시간따윈 잊어버리고, 밖에서 기다리는 버스따위는 안중에도 없고, 정심이와 인사를 나누고 느긋하게 화장실까지 다녀오는데 여행사에서 빨리 오시라는 전화가 왔는데, 이후에도 몇번 지각이라고, 떼놓고 가겠다고 협박까지 받고서야 우리는 조금 더 빠릿빠릿해졌다. ㅋㅋ

 

순천 에코 힐링 여행코스 첫번째는 선암사,

태백산맥 소설중에 등장했기에 좀 더 기대가 되는데, 조정래 선생님의 아버님이 선암사 주지스님이셨다는 가이드의 설명에 선암사는 내게 다른 모습으로 안겨든다.

깊은 산중, 너른 절, 편백나무와 소나무가 아름드리 서 있는 곳에 사찰은 칠월의 고즈녁한 햇살속에서 웅장하기도 하고, 아기자기하기도 하고, 낯익은 뒤란같기도 하고, 우람한 부처상은 여전히 으시시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예전 어느 요구르트 광고에 등장한 '해우소'가 '센뒤'라는 간판을 걸고 있기에 모두들 이참에 해우소에 들러보자고...

칸막이가 되어있어서 여럿이 함께 들어가는데 아래를 내려다보니 두려운 생각이 든다.

깊은 웅덩이 같은 바닥에서 금새라도 '빨간보자기 줄까, 파란 보자기 줄까?' 할 것 같은...

조금만 방심하면 화장실 바닥으로 떨어질 것 같아서 조마조마한 마음은 나만의 마음이 아니다.

 

선암사를 나와 선암사 입구에 있는 길상가든에 들어가 점심을 먹었다.

여기까지 오는 친구들을 위하여 점심을 대접하겠다는 정심이의 말에 그 마음이 읽혀져 굳이 거절하지 않는데, 마음약한 영숙이는 정심이의 형편이 어떤지 나에게 물음으로 친구를 배려하는 마음을 여지없이 내보인다.

정심이의 마음을 고맙게 받자는 말에 함께 고마워하며 차려진 산채정식은 역시 전라도 음식의 진수를 보여준다.

먹느라 바빠서 사진을 제대로 찍지 못해서 아쉬운데 옆식탁에 차려진 일부의 음식만을 겨우 담았다.

 

순천만, 누런 갈대가 아니라 시퍼렇게 자라는 갈대는 청보리밭을 연상시키고, 갈대밭 바닥에 꼬물거리는 짱뚱어와 꽃게들은 바닷가에서 살아보지 못한 나를 즐겁게 하고 어린아이들의 발목을 붙드는 묘한 재주를 지녔다.

갈대밭 사이를 지나 멀리 보이는 용산전망대에 이르면 순천만의 모습이 멋지게 보인다는데, 한시간의 관람시간에 택도 없는 말임을 알고, 지각으로 다시 미운털이 박히지 않으려고 순천만을 보았다는 것으로 돌아서 나왔으니...

 

순천만을 나온 남도여행코스는 순천정원으로 향한다.

각 나라를 대표해서 만들어졌다는 정원, 세계 각국을 대표한 정원들이 아름답게 꾸며져 있고, 참여정원을 빌려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나름의 정원을 꾸며놓았다.

빠듯한 시간이라 정원안을 돌아가는 장난감 같은 관광열차를 타고 한바퀴를 돌고나니 20분이 걸렸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결코 돌아볼 수 없는 시간임을 감안하면 탁월한 선택이었음을...

순천만과 순천정원을 제대로 관람할 수 없음을 아쉬워하며, 아쉬움은 각자의 서방님과 함께하기로 하는걸보니 미우니고우니 하면서도 이 땅에서의 우리의 동반자는 서방임을 기억한다. ㅋㅋ

 

순천정원에서 나오니 4시40분, 5시3분의 열차를 타기에는 빠듯해 보인다.

서둘러 순천역에 도착해 정심이와 아쉬운 인사를 나누고 기약없는 약속을 다시 해보고.. 우리는 5시3분 열차를 향하여 플랫홈을 내려섰다.

길게 놓인 철길위에 무늬가 요란한 열차가 우릴 기다린다.

권사님, 집사님인 우리는 절대로 의심같은건 하지 않는 이유로, 얼룩무늬 화려한 열차에 올라 첫칸부터 마지막 칸까지 일일이  점검하며 구경하며 신기해하며 1호차 11번에 의자를 돌린채 앉아 용산역으로 출발하기를 기다리며 또다시 수다풀기에 돌입했다.

시간이 지나도 열차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아도 우린 의심없이 기다렸다.

연착이겠지.. 하며.

역시 재바른 현숙이가 10분이 넘어도 출발할 기색이 보이지 않는 열차가 의심스러워 옆사람에게 물어보니

" 이 열차는 부산으로 가는데요, 아까 제가 용산행에서 내려서 갈아탔는데요"란다.

순간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고 하고 싶지도 않았다.

튕기듯이 일어서서 역무원에게 가서 이야기하니 일단은 잠시후에 도착하는 용산행 무궁화를 타고 역무원께 말씀드리라고...

나이를 잊어버린 재빠른 동작으로 열차에서 내린 우리는 마주오는 무궁화호가 우리를 밀쳐버릴까봐 순식간에 열차에 올랐다.

친구들이 열차안으로 들어서는걸 보고 잠시도 기다릴 수 없는 나는 역무원을 찾아가서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다.

 

쪽팔림도, 부끄러움도, 주책도 개나 물어가라지..

 

역무원은 우리가 탔던 'S-Train 열차는 단일상품이어서 열차출발 후에는 반품이 안되며, 다른 열차에는 해당사항이 되지 않음으로 다시 열차표를 사야한다'고... 뭣이라??

울상을 지은 내가 딱해 보였던지, 아니면 나를 보는순간 보호본능이 발동을 했던지, 성령님이 그 마음을 움직여 주셨는지,

역무원이 다른 데 전화를 하고 이런저런 사정을 설명하고 나더니, 이 표로 그대로 타고 가시라고, 그렇지만 입석이라고..

 

열차에 돌아와 친구들에게 설명을 하니 고마운 내 친구들 말씀하시기를..

"됐다, 이렇게 가면 되지뭐, 자리 없으면 어떠냐, 이것도 추억이다" 라고,

장로님 사모님인 현숙이만 '그냥 부산으로 가서 1박2일로 놀다올걸 아쉽다'라고...

10년 감수한 내 가슴만 콩닥거리고, 편안한 KTX의 우리가 차지할 좌석을 두고서, 용산까지 이 눈치 저 눈치를 살펴가며 좌불안석하며, 열차가 멈추는 역마다 가슴을 졸이며 집으로 오는 길이란...

역에서 손님이 오르면 손으로 훠이훠이 내쫓던 영숙이, 좌석에 드러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몇명이 타고있다를 중계하던 현숙이,

그런 현숙이에게 입석에 남의 자리에 앉아가는 주제에 자세가 너무 교만하다는 형임이...

그 모든 것을 바라보며 미안해서 쥐구멍이라도 찾고싶은 나는, 쥐구멍대신 ITX 표를 취소하고, 김기사를 불러 도농역으로 호출시키느라 바쁘기만 하다.

 

우리를 위해서 체리와 오이와 자두를 준비한 영숙, 호떡과 사탕을 준비한 현숙, 굵은 자두를 준비했던 형임, 과수원에서 바로 수확한 자두와 토마토와 오이를 준비한 정심이,

좌충우돌한 순천여행이 아름다운 추억을 남기게하고 좋은 친구들을 얻게 해줌에 감사할 뿐이다.

 

사랑하는 59년 돼지띠 친구들아,

건강 잘 지켜서 다음에 좋은 곳으로 여행하자.

정신 바짝 차리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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