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신랑인 큰아들입니다. 두 아들과 나란히 서서 하객들을 맞이하는데 든든했습니다.
새 신랑과 신부입니다.
여름내내 질리도록 내리던 비였는데,
오늘 내리는 비는 새삼 반가운 손님처럼 느껴지는건 모처럼 여유를 누리고픈 마음인가 봅니다.
무더위도 땡볕도 오늘 하루쯤은 쉬어도 좋다는 이야기고, 그동안 마른하늘에 번개치듯이 번쩍거리며 허둥거리던 몸도 마음도 오늘 하루쯤은 편안하게 쉬어도 좋다는 의미로 다가오는, 가을을 재촉하는 비인가 봅니다.
7월 13일 낮, 동생과 관음봉과 된봉을 다녀와 오랫만에 황제수산에서 모듬물회를 주문하고 텔레비젼에 눈을 주며, 동생은 미리 나온 메추리알을 벗겨 형부에게 권하고, 나는 파란 콩 껍질을 벗겨서 내 입으로 밀어넣고 있었을 때,
주현이의 번호가 찍힌 전화를 받을 때 나는 어리둥절했고 그런 내 모습을 바라보던 남편과 동생이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던 그때, 참 세상은 내 마음먹은대로 되질 않는구나.. 싶었답니다.
허둥지둥 신부측에 연락을 하고 다시 연락을 기다리던 숨막히던 시간들이 지나고 상견례를 하던 날,
개콘에서처럼 서로가 어색해져 어색한 웃음을 주고 받을 뿐이었고, '결혼은 내년에 하기로' 의견일치를 본 신부측과 '무조건 결혼부터 하자'고 의견일치를 본 신랑측인 우리부부,
서로가 최대한의 예의를 지키며 비싼 값을 지불한 식사는 반찬이 무엇인지, 맛은 어땠는지도 모른채 집으로 오는 길에 허기까지 느꼈던 시간이었습니다.
우리측(세현이 말을 빌리면 엄마의 밀어부치기~)의 주장에 설득을 당했는지, 7월 28일 주일예배를 마치고 오후찬양예배까지의 시간을 기다리며 평내광고에서 쉬고 있는데 카톡으로 8월 24일이 어떠냐고 주현이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24일이 아니라 4일이라도 좋다며 전화를 끊기도전에 남편과 함께 예식장 예약하러 도농리로 향하고 이후부터의 일은 일사천리였습니다.
방을 구하기가 어려운 것은 방이 없어서가 아니고, 위치가 어떠해서가 아니고 오로지 그 놈의 '돈' 때문이었습니다.
미친전세값은 아침마다 오르고 몇밤을 지나도 통장에는 숫자가 늘어나지 않는 현실,
역시 은행의 힘을 빌려 반전세를 구하고보니 신랑측에서 할 일은 거의 없는 듯 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했지만 어쩐지 서운해서 종로3가에 가서 반지와 목걸이와 귀걸이를 세트로 준비하고 롯데백화점에 가서 옷 두어벌도 준비하고 나니 동생이 화장품을 신부에게 선물해줌으로 아무것도가 아닌 꽉 찬 혼수준비가 되고 말았습니다.
물론 아주 작은 것으로 준비했지만 마음은 풍성하도록~~
받아놓은 날은 어김없이 다가왔고 전날밤, 큰일을 앞두고 금요밤기도회에서 늦도록 기도로 하나님께 부르짖고 집에 돌아와 잠을 청하니 쉬~ 잠이 오지 않더니 겨우 잠이 들었나 싶은데 4시가 채 되기도 전에 발딱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며칠전부터 일이 손에 잡히질 않고 허둥대더니 결국 그 날이 오고야 말았으니...
8시까지 오라는 예식장 미용실을 7시 20분에 도착하여 커피도 마시고 예식장을 군데군데 돌아보기도 했습니다.
10시가 넘어가니 영천에서 출발한 큰오빠가 대구에 계시는 오빠와 언니와 함께 도착을 하셨고 이후 속속들이 축하객들이 모였으니 당연히 12시는 12초처럼 빠른 빛의 속도로 오고야 말았습니다.
기다릴 때보다 오히려 마음 편안하게 입장을 하고 어설픈 손으로 촛불도 켜고... 그렇게 결혼식 예배를 마치었습니다.
제주도로 떠난 신혼여행에서 화요일 신부댁으로 간다던 아들이 갑자기 어제 오후에 집으로 먼저 온다는 바람에 동생을 불러들여 급히 저녁상을 차렸습니다.
저녁을 먹고 이것저것 준비한 것들을 보내고나니 이제야 무엇인가가 끝났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우리가 해줄 것은 없으니 둘이서 열심히 살아라' 는 한 마디로 신혼부부를, 정말이지 꼬마신랑 신부를 보냈습니다.
못난 아들의 결혼식을 위하여 기도해 주신 분들, 멀리서 가까운 곳에서 더위를 무릅쓰고 참석하신 분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은밀하게 축하금을 보내주신 귀한 분들...
모두모두 고맙고 감사합니다.
그럴싸한 사진이 나오면 인사드리려 했는데 사진이 언제쯤 제게 도착할지 기약할 수가 없어서 언니가 결혼식에서 찍은 사진으로 대신합니다.
깊은 마음으로 머리숙여 감사를 드립니다.
사랑합니다.
2013년 8월 29일 아들을 보내고 시원섭섭한 이 진 옥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