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정역에서 맞은편 동네어귀의 들머리 산행시작... 뽀샤시할 때 인증샷^^*
우아하게, 품위있게... 샌드위치, 너를 위해 만들었어... 너만 먹어..
산에서 원샷^^ 전문가들.. 세현아,이것먹고 우리 내려가자...꼬드기는 이모.
금병산 정상에서 바라보이는 춘천시내
"엄마, 이 맛에 산에 오는구나...'라고라??
하산하는 길 (B코스로)
금병초등학교 숲속교실...
어느 집의 예쁜 모습들... 부러워라~~
고향마을이 생각나는 개울가
춘천 금병산,
대학 졸업과 동시에 취직을 한 세현이의 여름휴가는 마음에 드는 날짜를 고를 수 있는 처지가 아니란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입사 7개월차에 '이 날이 좋으니 저 날이 좋으니, 이때는 장마 때이고 또 저 때는 폭염중이고' 를 고른 직장상사들이 알토란 같은 날을 고르고 남은 날, 장마철이라 온통 비소식이고 휴가라고 떠나는 사람들이 아직은 찾아보기도 어려운 이른 칠월에,
말단이라는 이유로 아무말도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선배들이 고르고 남은 날이 7월 16일부터 21일까지란다.
친구들과 2박3일간의 제주도 여행을 마치고 19일에 엄마랑 산행을 하자고 한 세현이의 약속이 그저 고맙고 반가워서 동생과 나는 준경이를 공략하기 시작했다.
대학원 1학기를 마치고 여름방학을 맞은 준경이는 방학동안에 영어학원에 등록하고 새벽부터 학원을 가고 낮에는 학교로 가서 교수님의 일을 거드느라 얼굴을 보기도 어렵다.
다행히 교수님 일은 친구와 일주일씩 교대로 한다고 하니 이참에 우리가 소망하던 넷이서의 산행을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하늘이 우리의 소망을 알기라도 했던 것일까.
몇날 며칠을 줄기차게 내리던 비가 그치고 파란 하늘과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고 준경이가 다니는 학원도 딱 하루만 쉰다는데 하필이면 그날이 그날이라는...
전날 11시가 되어서 들어온 세현이가 아침이 되어도 몸이 말을 듣지를 않고, 옆에사는 동생네 역시 늦게까지 공부하고 온 준경이의 몸이 말을 듣지 않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들과 딸이 엄마를 위해 모처럼의 효도에 무거운 몸을 털고 선선히 준비를 하고 따라나선다.
춘천으로 향하는 길, 전철을 타자고해도 세현이가 시간을 아끼자며 승용차를 타고가잔다.
집앞에서 이어지는 춘천고속도로를 차고 김유정역에 도착을 하니 40분이 소요되었다.
동네에다 주차를 하고 금병산을 향하여 나서는 길엔 전날 내린 비로인하여 거리가 우리를 기다린 듯이 깨끗하다.
금병산엔 몇년전에 교회팀에서 왔었는데 그때도 들머리를 찾지 못해서 헤매던 기억이다.
곳곳에 표지판이 세워져 있어서 쉽게 길을 찾아서 산행을 시작할 수 있어서 좋다.
아담하고 쉬운 능선길을 생각했는데 입구부터 오르막이고 비로인해 길이 무너져내려 돌들이 많다.
바람이 불고 햇빛이 환하지만 장마로 인해서 습기가 가득한 탓에 몸이 금세 무거워지고 땀이 뚝뚝 떨어진다.
오랫만에 산에 오른 동생이 헉헉대고 역시 오랫만에 산행을 하는 세현이와 준경이도 힘이 드는지 잠시 쉬어가자고 한다.
커피를 마시며 숨을 고르는데 동생이 세현이에게 딱 붙어 앉아서 살살 꼬드기는 소리가 들린다.
"세현아 샌드위치 이모가 너 먹으라고 만들었는데 맛있제? 우리 이거먹고 둘이서 살살 내려가서 춘천에서 맛난거 먹자"..
커피를 마시고 다시 힘을 내서 오르는 길, 어느정도 올라가니 그제서야 금병산의 진가가 나타난다.
쭈욱 뻗은 소나무와 잣나무가 이리 꼬이고 저리 비틀어져 신기함을 보여주고 오랜 친구같은 정다운 모습을 연출해준다.
황토흙과 굵은 소나무의 기둥과 듬성듬성한 바위들, 그것을 넘어서 불어오는 여름바람은 곧 가을이 오리란걸 깨닫게 함으로 장마도 폭염도 모두가 지나갈 것임을 일깨운다.
입구에서는 사람을 찾아볼 수도 없었는데 정상에 가까울수록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어느 산이든지 정상 근처에서는 힘이 들듯이 금병산 또한 마찬가지이다.
헉헉거리며 정상에 도착하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춘천시내를 돌아보고 멀리 보이는 산봉우리를 가리키며 산 이름을 들이댄다. 물론 나는 아무것도 모른채 그저 아는 척 하며 바라보고 듣기만 하는 예의를 갖춘다.
정상옆 헬기장에 커다란 데크가 있어서 점심식사를 하기엔 더없이 안성맞춤이다.
지난밤에 준비한 삼겹살 묵은지찜과 제육볶음과 골뱅이무침, 아삭이 고추와 상추 그리고 찹쌀이 넉넉히 들어간 밥,
그야말로 꿀맛이 아닐 수 없다.
기어히 세현이의 한마디,
"엄마, 아무래도 이 맛에 산행을 하시는가벼?".. ㅋㅋ
물론, 먹는 즐거움 또한 크기도 하지만 그래서 살이 빠지지 않음을 고백할 수 밖에...
하산하는 길은 B 코스를 선택했다.
처음 산행을 시작할 때는 김유정 소설의 배경이 되는 테마길을 가기로 했는데 길을 잘못 들어서 산행코스가 되고 말았다.
길게 이어지는 하산길도 여전히 아름답고 싱그럽고 선선하다.
1시간이상을 내려오니 금병초등학교 숲속학교가 나타난다.
잣나무 숲에 긴 벤치와 몸에 맞게 디자인된 벤치, 그리고 나무를 깍아서 만든 이쁘고 아기자기한 벤치들,
저녁약속만 아니라면 긴 벤치에 드러누워 한잠 자고 싶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일어나니 서운함이 가득하다.
비로 인해 곳곳이 패이고 물웅덩이가 된 길을 피해서 내려오지만 망가진 길을 보니 마음이 짠하다.
저 길이 복구되어야 농사일에도 지장이 없고 등산객들도 편안하게 길을 걸을텐데... 언제 누가 복구할지...
분주하고 복잡한 일상이지만 동생과 아들과 조카와 함께 산행을 하니 모든 일상이 잊혀진다.
어깨가 아파서 퇴사한 동생도 조카와 딸과 함께 산행을 하니 새로운 힘이 솟아나는듯 하다.
작은 몸에 공부와 일을 함께하느라 조금의 여유도 없는 준경이가 모처럼 자유롭게 산을 즐기고 오빠와 밀린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는 것도 즐겁고, 이모를 걱정하고 엄마를 걱정하고 동생에게 든든한 오빠의 역할을 감당하는 세현이가 고맙다.
효도라는 것은 해외여행 티켓을 끊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산을 오르고 커피를 마시고 사진을 찍으며 흐르는 땀을 닦아주며 배낭을 대신 들어주며 손을 잡아주는 것이 진정한 효도가 아닐까.
고백하자면 동생과 나는 우리 넷만이 하는 산행을 얼마나 사모하며 기다렸는지 모른다.
그 사모함이 이루어진 금병산 산행,
올여름 우리 자매가 함께 계 탄 날이되고 말았다.
세현이와 준경이로 하여금...
그들의 앞날이 나뭇가지를 흔드는 바람처럼 거리낌없기를, 나뭇잎을 보듬는 어룽진 소나무의 기둥처럼 든든하기를,
우리가 밟은 황톳길처럼 누군가의 삶에 뚜렷하게 놓여진 길이 되기를...
행복한 금병산 산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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