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동문회 3/4분기 모임은 계절에 맞추어 산행을 한다.
간단한 산행이지만 동문들이 모여서 함께 산에 오르며 이런저런 고향이야기와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1년 분기별로 모이는 모임이지만 2분기에는 총동창회에 참석을 하고 3분기에는 산행을 하고,
제대로 모이는 것은 1분기와 4분기 송년회때 뿐이다.
수도권에 살고 있는 동문들이 100명에 달하지만 처음과는 달리 점점 줄어들던 숫자는 기껏 20명이 조금 넘을 뿐이다.
그나마 산행이 있는 3분기에는 20명도 채 되지를 않아 임원진은 여간 힘이 빠지는 게 아니다.
이번 3분기 모임은 내게는 특별하다.
지난여름 주현이 결혼식에 재경동문들이 많이 오셔서 축하를 해주셨기에 인사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 기다리기도 했다.
얼마전 결혼을 한 진태 결혼식에도 화환과 몇몇의 동문들이 축하를 보냈기에 큰언니도 참석해서 둘이서 점심을 쏘기로 했다.
10시에 만나기로 한 수락산 수락가든에는 한치의 어긋남도 용납하지 않는 큰언니가 1번으로 도착을 함으로 우리를 달리게 했고 여전히 코리안타임에 익숙한 동문들은 회장인 대운이를 제외하고는 보이질 않는다.
우중충한 날씨가 가만히 앉아 있으려니 서늘하기도 하고 아름다운 날,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는 것 같아서 세자매가 먼저 산행을 하기로 했다.
수락가든을 둘러싼 수락산의 늦가을은 지친 단풍이 겨울을 예고하고 쌓인 낙엽이 지난 가을을 추억한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안성맞춤인 날씨를 고마워하며 큰언니와 막내와 나는 수다를 풀어내기에 바쁘기만 하다.
가을산을 배경으로 향긋한 커피를 마시기도 하고 언니가 준비해온 초코렛을 서로의 입에 넣어주기도 하며 뭇남자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기도 하며 오르는 산행은 즐겁기만 하다.
물론 남자들의 시선은 둘이 꼭 닮은 언니와 막내에게로 쏠리고 있다. ㅠㅠ
어딜가나, 늙으나 젊으나 이쁜것은 알고 이쁜 여자만 좋아하는 현실에 적응한지는 이미 오래전이다.
육십이 넘은 언니와 오십을 바라보는 동생을 향한 시선을 그들은 즐기는 것도 같다. 하긴 이쁘다는데 싫어할 사람이 있을까마는...
팔각정을 앞에두고보니 이미 12시가 되었고 약속된 점심시간이 지나고 있다.
시간이 지난다는 것보다 힘들다고 칭얼대는 막내를 어찌할 수 없어서 나이 많은 언니들이 포기를 하고 내려오는 길에 희목이와 대운이 그리고 27회 배진환이를 만났다.
지난해에도 그랬듯이 착한 내 친구 희목인 산에 오르면서 쓰레기를 줍느라 정신이 없다.
어릴적부터 착하더니 오십이 훌쩍 넘은 지금도 여전히 착하고 모범적인 생활을 하는 모습이 정말 자랑스럽다.
회사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감당하는 희목이가 직원들에게도 존경을 받으리란 것을 확신하며 덩달아 나까지 착해져서 함께 쓰레기를 줏었다는 기특한 사실이다.
수락가든에 도착하니 몇몇의 동문들이 환한 웃음으로 우리를 기다리고 오리주물럭과 닭볶음탕과 막걸리와 맥주와 소주가 함께 우리를 맞이한다.
술 앞에서는 한없이 약해지는 우리 자매들,
산행을 한 후라 막걸리 한잔씩을 마시고나니 얼굴엔 붉은 꽃이 활짝 피어난다.
그래도 즐겁다.
송년회 날짜를 정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일어나는데 대운이의 신발이 없어졌다.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는 신발,
그나마 동문회 회장이고 회사의 사장님이고, 집 또한 가까운 대운이 신발이 없어졌으니 다행아닌가.
시커먼 슬리퍼를 질질 끌고 갔을 대운이에게 미안한 생각이 든다.
수락산의 가을은 슬리퍼 끄는 소리조차 외면한채,
저 혼자 겨울속으로 스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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