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좋아라!

홍천 가칠봉

여디디아 2013. 6. 10. 12:31

 

 

 

 

 

  

 

 

 

 

 

 

 

 

 

 

 

 

 

  

 

 

 

 

 

 

 

 

평내 새마을금고에서 매월 진행하는 산행은 올해부터 좀 다른 방식으로 바꾸어졌다.

지난해까지는 매월 산행시 15,000을 내면 산행에 동참할 수 있었는데, 목적지에 따라서 참석하는 회원의 수가 들락날락했다.

아침에 떡과 물을 준비하고 돌아오는 길에 저녁까지 대접하고, 전세버스를 빌려서 다녀오는 일인데 때로는 사람이 넘치고 또 때로는 적은 사람이 참석해서 25인승 학원버스로 다녀올 때도 있었는데 그때마다 불편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거의가 산길을 들어서야 하고 작은 차에 적지 않은 인원의 사람이 타고있기도 해서 불안하기도 했고 불편하기도 했다.

해서 올해부터는 분기마다 3만원의 회비를 납부하고 회원에 한해서 무조건 관광버스로 다녀오기로 한 것이다.

4~6월까지 공교롭게도 일이 겹쳐서 6월이 되어서야 참석할 수 있었으니, 3만원이 공중분해되지 않아서 다행이다.

 

홍천 가칠봉, 1240m.

평내에서 출발한 버스는 춘천고속도로에서 이어지는 동홍천에서 내려 곧바로 산길로 들어섰다.

강원도스럽게 이제서야 아카시아와 찔레꽃이 한창 흰 자태를 드러내고 환한 향기를 품어댄다.

굽은 산길을 한시간이상 달리는 길이 가장 고역이다.

나처럼 멀미에 민감한 사람들은 이런 길이 여간 고통스러운게 아니다.

처음으로 김옥자권사와 함께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눔으로 애써 멀미를 벗어나려 해보았지만 뒤집어지는 뱃속은 번개가 치듯이 번쩍거리고 우르렁거린다. 다행이 먹은 아침이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고 꾹꾹 참아줌이 그저 고마울밖에.

 

홍천 가칠봉은 삼봉약수터앞 주차장에서 시작된다.

삼봉약수터는 1박2일에서 촬영한 곳이라 은근히 기대를 하고 한번쯤 와보고 싶어하던 곳이다.

약수터는 내려오는 길에 들리기로 하고 가칠봉을 향해 오르는 길,

처음부터 오르막 길이 시작하길래 조금만 가면 완만한 능선이 기다리겠지..하는 간절한 바램인데,

뒤에서 누군가 한마디 여름나무 그늘을 오르며 희망에 부푼 내 마음을 민망케 만들고 말았으니..

'아~ 다시는 오지 말자던 그곳에 또 왔구나~' 라고 한다.

오르막길이 많으냐는 질문에 '일단 한번 가보세요~'라고하니 점점 두려워진다.

 

가파른 오르막길이 벽을 느끼게 하지만 중간중간에 평탄한 길이 보너스처럼 기다리고 있어서 지루하거나 요란하게 힘들지는 않는 코스이다.

정상까지 2km라고 하는데 산의 높이보다는 매우 가깝게 여겨지는 것은 여기가 강원도이며 차가 우리를 어느만큼 데려다 주었기 때문이다.

서너번을 쉬고나니 금세 정상이다.

가칠봉보다 훨씬 낮은 천마산보다 오히려 꾸밈이 없어 밋밋하게 여겨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까지 왔으니 인증샷은 필수아닌가.

 

정상을 찍고  갔던 길을 잠시 내려오니 삼거리에 이른다.

선수들(마을금고 회원들)은 이미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도시락을 풀고 얼려온 막걸리를 풀어 거하게 한잔씩 권커니 잣커니 진행중이다.  넉넉한 시간이라 우리도 좋은 자리를 찾아서 준비한 도시락을 풀어헤친다.

전날 늦은 시각에도 상추를 뜯어오신 양집사님네는 벌써 오이고추까지 따오셔서 우리를 행복하게 만든다.

상추와 오이고추의 3분의 1을 먹어치운 나는 남들이 볼세라 얼른 꼭지를 산에다 휙~~ 버리는 센스까지. ㅋ(얄미워라).

 

점심식사후 내려오는 길은 반대편이다.

올라갈 때는 오르막길로 갔지만 내려오는 길은 1.7km는 산길이라 내리막길이 이어지고 나머니 1.7km는 천국의 어느 구석을 걷는 듯하다.

계곡에서 흐르는 물과 갖가지의 풀들과 눈에 익은 나물들이 지천이다.

나물하는 모습을 사진에 찍어서 신고를 하면 포상금이 300백만원이란다.

서로 나물을 하라고 부추기면서 포상금을 나누자라는 농담을 하다보니 벌금은 도대체 얼마일까.. 궁금하다.

그런 안내가 산에 오르는 모든 이들에게 선포되었을테지만  나물들의 머리는 이미 꺾여진채 무심하게 나를 바라본다.

 

길게 이어지는 계곡을 따라 내려오는 길,

처음보는 풀들과 우렁창창한 나무들, 하늘을 가린 나뭇잎 사이로 작은 하늘을 보여주는 나뭇잎들의 배려,

2시간을 내려오는 길은 전혀 힘들지 않고 즐겁기만 하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산행을 했던 무릎이 피곤하다는 신호를 보내온 것만 제외하고는..

삼봉약수터 가까이 내려오니 숲체험이라는 곳이 있어서 산행하기 힘든 사람들이 숲을 체험하기에 정말 좋은 곳이 있다.

우리는 좋은 숲길을 걸어왔으므로 통과~~

 

삼봉약수터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룬다.  

약수터에 3개의 우물이 있는데 2개는 뚜껑을 닫아 놓았고 1곳만 개봉한 상태이다.

어린이들은 물을 마시고 돌아서서 얼굴을 찌푸리며 뱉어내고 어른들은 진정한 약수라며 물병에 한병씩 담는다.

바가지로 물을 떠서 마시니 단 맛이 빠진 사이다의 맛이다.

오래전 맛본 오색약수보다 맛이 진하고 톡 쏘는 맛도 강하다.

문든 1박2일 멤버들이 약수를 마시던 모습이 떠올라 그들이 그립기도 하다.

 

산행의 피로는 '그 산에서 흐르는 계곡물에 발을 담그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약수터 아래 물가에 발을 담그는데 1분을 견디지 못하겠다.

물이 얼마나 차가운지 발이 시리다못해서 저리다.

차가운 물에 발을 마사지하고나니 오를 때의 힘겨움은 이미 기억속으로 사라지고 찬물의 상쾌함 같은 싱그러운 유월이

내 속으로 살며시 스며든다.

 

멋진 산행처럼 남은 유월도 멋진 날들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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