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좋아라!

낙산사를 가다.

여디디아 2012. 11. 18. 10:40

'아침은 적당히 건너뛰자'는 지난밤의 내 말에 까물어질 것 같은 반응을 보이던 동생들 때문에 '한끼도 굶으면 안되는' 우리는 학사평 콩꽃마을로 향한다.

다행히 리조트와는 10분안의 거리이고 속초로 들어가는 초입이라 일정에 무리는 전혀 없다.

콩꽃마을 '시골이모'집은 차량부에서 두어번 다녀간 곳이다.

여전히 아침부터 손님들이 많지만 친절하게 우리를 인도하며 메밀부침개를 서비스로 흔쾌히 대접하는 직원들이 감사할 뿐이다.

두부전골 2개를 주문하고 공기밥 6개를 주문해서 아침을 해결한다.

두부전골에 버섯과 해물이 듬뿍 들어가 시원하면서도 칼칼하여 아침식사로는 일품이다.

 

게으른 아침식사를 마치고 오늘의 목적지인 낙산사로 향했다.

낙산사는 그동안 몇번을 와 본 곳이라 익숙할줄 알았더니 웬걸, 낙산사가 이렇게난 넓은 곳인지를 알지 못했다.

주차장에서 시작한 관람은 구석구석을 돌아보고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경내를 둘러보니 마치 수학여행을 온 것 같다.

임상희집사님의 설명과 양경선집사님의 건축물 설명을 함께 들으니 더욱 좋다.

2005년에 불이난 낙산사는 아직도 공사중이지만 주말이어서인지 관람객이 가득하다.

곳곳을 돌아보며 사진을 찍고 감탄사를 내뱉다 보니 이제서야 익숙한 낙산사를 만나게 된다.

 

어제만해도 겨울비와 함께한 여행이었는데 오늘은 마치 볕 좋은 어느 날인것 같다.

아직도 들판에는 오곡이 무르익고 과수원에는 과일들의 육즙을 통해 햇볕이 자리를 비집을 것 같은 청명하고 쾌청한 날씨이다.

입고간 파카들이 모두가 무겁고 짐인듯이 느껴지니, 우리는 얼마나 간사한 인간이란 말인가.

 

낙산사를 돌아서 물치항으로 갔다.

지난번에 먹었던 방어와 고등어회가 아침부터 내 구미를 당겨 놓았으니 물치항으로 가는 길은 행복 그것이다.

남자분들이 회를 주문하고 자리를 잡을동안 어젯밤 연상퀴즈와 윷놀이 상품을 장만하러 건어물가게를 찾았다.

황태포를 집집마다 하나씩 나누니 기분이 좋다.

황태국을 끓일 때마다 웃음이 피어나리라.

오늘우리가 고르던 손길을 기억하며, 방바닥을 뒹굴며 몸으로 말로서 설명하던 어젯밤을 기억하며 우리는 웃으리라.

웃음속에 우리를 기억하며 다시 보고파지리라.

보고파지는 마음속에 서로를 향한 사랑이 골을 이루리라.

 

물치항 만복이네 집은 지난번 이경자집사네와 우리가 먹었던 그 집이다.

반가워하시는 주인아줌마는 가격보다 조금 더 풍성하게 우리를 대접하시고, 그것보다 우리는 더욱 행복해진다.

커다란 접시에 나온 회,

거짓말을 하지 말자, 나는 예수님을 구주로 영접한 하나님의 백성이니 말이다.

우리앞에 놓여진 회 접시의 3분의 2를 혼자 먹어치운 건 '나'다.

물론 아침식사를 할 때부터 '회를 먹을 때 나 한테 말 시키지마라'고 이미 협박을 해둔 상태이기도 하고..

먹는둥 마는둥한 이경자집사, 오징어회가 가장 맛있다는 남필희집사에게는 회가 나오기전에 이미 오징어를 몰아줌으로 부담을 벗어나고, 결혼해서 회를 먹기 시작했다는 김용순권사는 적당한 양으로 젓가락을 상에 놓고..

남이 한점의 회를 집을 때 두점을 집어드는 센스를 발휘한 나는 끝까지 회로 배를 채우더라는 조금 불쌍하면서도 얄밉더라는 이야기다.

 

횟값을 치루려고 보니 2만원이 부족하다.

회장님께 오늘 모든 상황을 보고하니 양집사님이 '내가 회장이잖아요'하시면 2만원을 내놓으신다.

 

저녁약속이 밀물처럼 밀려있는 일행들의 집을 향한 길은 여전히 가을하늘이 동해바다의 쪽빛같은 물빛만치 곱고 아직도 남은 단풍들은 우리를 향하는 선물인 듯 하다.

가평휴게소에서 커피 한잔씩을 나누며,. 안마의자에 몸을 맡기고 피로를 풀어내는데,

기어히 김용순권사가 호도과자 한 박스씩을 돌린다.

집을 제공하고 차를 제공하여 정말 고마운데 나도 뭔가를 보답해야지하는 섬김의 마음이 보인다.

호도과자속에 들어있는 팥알들의 달콤한 만치 달콤했던 늘사랑산악회의 송년회.

말로는 부족하고 글로는 더욱 부족한 시간들,

일년동안 건강하셔서 함께 한 그 시간들이 감사하고 고마울 뿐이다.

내년에도 모두가 건강하셔서 귀하고 즐겁고 행복한 시간들을 엮어내었으면 좋겠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간,

다시 새해를 계획하는 시간,

치밀한 계획보다 우리마음속에 '사랑'이 우선이었으면 좋겠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곳을 함께하는 이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던 그 말이 전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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