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좋아라!

춘천 오봉산

여디디아 2012. 11. 13. 20:06

 

 

 

 

 

 

 

 

 

 

 

 

 

 

 

 

 

 

 

 

 

 

 

 

 

 

 

 

 

 

 

 

춘천에 있는 오봉산,

배후령 고개에서 시작하는 오봉산은 한번도 오른 적은 없지만 내게는 의미가 남다른 산이다.

큰 아들 주현이가 군대(양구)에 있을 때, 수시로 넘나들던 고개 배후령,

또 남편이 시도때도 없이 달려가는 소양강이 시작되는 추곡낚시터로 달려가는 고개에 배후령이 있다.

지금은 춘천에서 양구까지 시원스럽게 도로가 뚫려있기 때문에 양구로 가는 시간도 단축되었고  낚시터로 가는 길도 수월해졌다.

오봉산을 가기 위해서는 시원하게 뚫려진 길 보다는 꼬불꼬불한 옛길을 이용해야 한다.

배후령에서 오르는 길이 있고  춘천 소양강에서 배를 타고 청평사를 지나서 반대로 오르는 길도 있는데 그 코스는 배후령보다 좀 어렵다.

평내새마을금고와 합류한 우리는 배후령에서 청평사로 넘어오는 길을 택했다.

 

이번 오봉산은 신청하는 사람들의 손놀림이 느려 적은 수가 신청을 했고 덕분에 전세버스 대신에 25인승 학원버스를 이용했다.

아침에 새마을금고에 도착하니 작은 학원버스가 기다리고 그나마 만원인지라 좁은 바닥에 비상의자를 놓아 어린이용 의자에 몸피 큰 어른들이 불편하게 앉아가게 되었다.

"우리교회팀은 내려서 다른 곳으로 가자"고 속살거리는데 남필희집사는 "불편하다고 우리가 내리면 이사장님이신 최희천장로님이 좀 불편하실것 같으니 참고가자"는 말에 자신을 지긋이 누르는 수 밖에..

마음속으로 불편함이 고개를 쳐들지만 '참아야 하느니라'를 외치며 가는데, 휴게소에서 도착해서야 제대로 말할 수 있는  이경자집사 역시 나와같은 마음이었다고 하니.. 

 

배후령에서 시작된 산행은 처음부터 오르막이지만 그리 힘들지는 않다.

아직은 단풍이 남아있으리라 기대를 했는데, 왠걸 이미 겨울산이 우리를 맞이한다.       

수북하게 쌓인 낙엽더미에 푹푹 빠져드는 발, 스틱끝에 매달려 끌려나오는 낙엽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겨울이었던 것 같다.

햇볕이 나질 않아 날씨는 더욱 스산한 것 같고 겨울채비를 하지 않은 몸들은 자꾸만 움추러든다.

 

가뿐히 오봉산 정상에 올라 인증샷을 하고 등산을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산행을 쉽게 하는 팀원들은 우리보다 한참을 빠르게 앞으로 전진하고 우리는 느린 걸음으로 경치를 감상하며 나누지 못한 이야기들을 나눈다.

산에서 먹는 밥은 늘 그렇듯이 꿀맛이다.

진수성찬인 듯한 점심을 먹고 잠시 비춰주는 햇빛에 몸을 말리고 청평사를 향하여 내려오는 길은 바윗길이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나는 특별히 바위와 낭떠러지앞에 약하다.

위에서 보면 아래가 전혀 보이질 않고 커다란 바위만이 아득하게 보이자 나는 꿇어 앉는다.

후들거리는 다리와 부들거리는 몸,

이장호집사님과 임상희집사님이 앞뒤에서 잡아주고 받쳐주고, 안심시키는 것도 모자라 집사님들의 한마디 한마디에 둔한 발을 움직인다.

그런 바윗길이 얼마나 길고 얼마나 아득한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몸은 긴장하고 힘은 천하장사처럼 세어져서 온 몸을 부둥켜 안았더니 오늘오전까지 허벅지가 뻐근하고 아프다.

 

평소 우리보다 한참을 뒤쳐지는 이경자집사는 여전사의 모습이다.

무릎이 아프다고 무플보호대를 하고 모자 대신에 스카프를 두르고 낭떠러지 앞의 바위조차 즐겁다고 하니 정말이지 오래살고 볼 일이다.   

힘들게 내려오다 보니 소원이 잘 이루어진다는 청평사가 눈 앞이다.

늦은 국화들이 향기를 풍기고 많은 사람들이 청평사를 찾아와 절을 하며 소원을 빌고,

노랗게 떨어진 은행알에서 풍기는 구린내조차 아름답게 승화시키는 모습들을 보니 자연을 통하여 우리는 얼마나 넓어지는지를 알게된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청평사를 돌아보고 주차장까지 내려오는 길에는 가을가 겨울이 섞이고,

계절속에 사람들 또한 섞임으로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

포장마차에서 피어오르는 김과 산에서 캐어다 팔기 위해 쌓아둔 칡뿌리,

아직도 가을임을 알려주려는 듯 고운단풍나무가 잠시 우리들 마음을 따스하게 한다.

 

늦가을의 산행,

좋은 사람들과 좋은 마음들과 좋은 산이 있어서 더욱행복한 산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