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라는 노래가 내 마음과는 상관없이 입에서 먼저 튀어나오는걸 보니,
기억은 마음보다 한발 앞선다.
'송년회'라는 말은 이미 일년을 보내고 있음과 새해를 맞이한다는 의미가 함께 내포된 것이니 말이다.
어느때보다 일찍 송년회 자리를 마련한 것은 이번 산행은 휴식을 위함이고 1박을 한다는 사실에 성급하게 '송년회'란 말을 붙였음을 고백한다.
양경선집사님이 늘사랑산악회 회장을 맡으시고, 임상희집사님이 대장을 맡으신지 일년을 보내게 되었다.
토요일마다 산을 찾는다는 것이 우리를 얼마나 행복하게 하고 건강하게 하는지.
올해는 회장님의 뜻에 따라 '산에만 가는 것이 아니고 이곳저곳 좋은 곳을 찾아서 관광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자'로 정했다.
덕분에 강화도에서 '밴댕이회'도 먹어보고 '산막이옛길'을 찾기도 하고, 충주에 계시는 양집사님댁을 찾아가기도 하고 오는 길에 메밀새싹냉면을 맛보기도 했다.
여름부터 벼르던 속초는 가을단풍이 백봉산에서부터 스러지고 이미 초겨울의 스산함이 오봉산을 둘렀을 때에야 시간을 맞추게 되었다.
평소의 산행이 열명내외이고 조금씩 모은 회비가 30여만원에 이르렀다.
양집사님이 회원으로 가입한 리조트를 선뜻하게 예약하시고, 임상희집사님의 카니발은 우리를 속초로 인도하기엔 손색이 없을터, 부탁을 드렸다.
선약으로 인하여 동참하지 못하신 최희천장로님, 교회주방 봉사팀들의 모처럼 나들이로 참석하지 못하신 이장호집사님,
숱한 날들이 있는데 하필이면 꼭 오늘 김장을 하는 최광희집사와 박금애집사 부부의 불참, 지난주부터 약속이 있으시다고 포기하신 임희택집사님이 마음에 걸리고 꼭 같이가고 싶어서 전화를 드렸더니 다행하게도 저녁약속이라 동참하시게 되었다.
산행팀의 구성원들이 교회에서 굵직한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보니 이또한 만만치가 않다.
호산나 찬양대 대장인 김용순권사님이 찬양대의 저녁약속이 6시에 맞추어져 있고, 임희택집사님 예루살렘 찬양대원들과의 약속이 오후 6시, 평내교회 차량부장을 맡고있는 신랑이 차량부들과 저녁약속이 또한 6시..
자유롭게 하는 여행보다 맞추어져서 지켜야 한다는 것은 역시 불편하고 어딘가 가려운 듯 하다.
숱한 문자와 전화와 대화로 어거지로 맞추어진 금요일 저녁 7시,
평내광고에서 만나기로 한 일행들이 하나씩 둘씩 환한 모습으로 들어서는데 빗물도 함께한다.
임상희집사님의 카니발로 움직이기에는 먼 길이라 불편하기도 하고, 토요일 약속이 부담인 일행들이 있어서 신랑이 차를 움직이기로 했다.
이번 모임의 간식은 혼자 담당하겠노라는 이경자집사의 섬기는 마음을 거절치 못하고, 작은 것 하나씩을 맡기로 했다.
김용순권사님이 과일을, 남필희집사가 커피를, 나는 약식을 담당하기로 했다.
이경자집사의 준비물이 커다란 박스에 가득하다.
저녁에 먹을 해물탕재료와 홍합, 물가 음료수와 과자와 껌, 그리고 사탕까지..
김용순권사님이 준비한 단감과 바나나와 귤 역시 푸짐하기만 한데 임희택집사님께서 귤 박스를 들고 오셨다.
내리는 겨울비와 함께 출발한 속초로 향하는 길,
두고온 가족들과 두고온 일상은 잊은채로 두시간을 달려가는 길은 겨울여행의 별미이다.
리조트가 너무 초라하다고 강조하시던 양집사님의 설명을 듣고 네비가 우리에게 목적지에 왔노라고 가르키는 곳은 제주도의 어느 호텔과 같은 분위기이다.
'이런 곳을 두고 초라하다 이 말이지? 튕겨본다는 뜻이다 이거지?'라며 놀리며 감탄하며 들어선 리조트는 복층이다.
1층에는 넓은 방과 킹 사이즈의 침대와 거실과 소파, 그리고 주방시설까지 깔끔하게 준비되어 있고 2층에는 2개의 방과 넓은 베란다와 거실이 울산바위와 뽀족한 산봉우리와 한가하고 평화로운 강원도 어느 마을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준비해간 간식을들 먹으며 몰래 준비한 음료수와 집에서 담은 임상희집사님표 포도주를 나누어 마시고 게임을 하기로 했다.
부부끼리 팀을 만들기엔 여기까지 와서도 꼭 이래야하나..하는 마음과 부부가 아닌 권사님과 집사님이 계시기에 서로 짝을 찾기로 했다.
모두들 요조숙녀로 있다가 결혼을 한 탓(?)에 짝 찾는 복불복은 마치 우리가 20대 초반의 발랄한 처녀인줄 알게 한다.
과자를 집어들고 하나씩 내놓자는 내 말에 예전에 많이 해봤구나..라며 요절복통을 하고, 이런저런 옛날 방법을 기억하고는 여자 넷이서 방바닥을 구르는 수준이 되고 말았다.
결국 1에서 4라는 숫자를 정하고 남자들과 함께 맞추기로 하고 나는 얼른 4번을 골랐다.
1조 임희택집사님과 이경자집사,
2조 김용순권사와 김인호집사,
3조 남필희집사와 양경선집사님,
4조 이진옥집사와 임상희집사님,
파트너를 정하고 보니 어느 팀이 1등을 할 것인지는 알것 같지만 교만할 것 같아서 참고 있는데 기어히 파트너인 임상희집사님이 한마디 툭~ "누가 1등인지는 다 나와있네".. ㅋㅋ
양집사님이 준비하신 연상퀴즈(스피드퀴즈),
1분동안 몇개를 맞추는지, 티브이에서 보던 게임을 우리가 하니 즐겁기만 하다.
웃느라 못 맞히고, 설명하느라 못 맞히고...
한 사람은 시간을 재고, 한 사람은 사진을 찍고, 한 사람은 문제를 들고 서 있고, 한 사람은 몇개를 맞추는지 세고..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1등을 한 팀에게는 오징어 1축을 상품으로 내걸고 시작한 게임은 당근 우리팀이다. ㅋㅋ
2번째게임은 윷놀이.
솔직히 이건 자신이 없다.
이경자집사가 평내교회 윷놀이에서 2등을 한 화려한 경험이 있다고하니 일단 기가 죽고, 이미 오징어 1축을 확보해 두었으니 빈 마음으로 시작한 윷놀이는 역시 예상대로 예선 탈락이다.
결승에서 맡붙은 1조와 3조,
잡고 잡히고, 잡아먹고 다시 잡아먹히고, 끝난 듯 하면서도 다시 시작하는 아슬아슬함이 있는 윷놀이의 별미는 역시 윷판이다.
천국과 지옥을 만들어 놓음으로 향방을 알 수 없는 묘미를 가져다 준다.
역시 실력은 실력인지라 이경자집사님네가 1등을 먹었다.
1시가 넘어서고 2시가 가까워오자 내일을 위하여 잠자리로 이동한다.
남자들을 2층으로 보내고 우리는 넓은 1층의 안방을 차지한다.
서로 양보하며 침대에서 자라는 밀당의 결과는 언니인 김용순권사와 내가 바닥에 먼저 누워버림으로 동생들을 꼼짝못하게 한다.
이 또한 즐겁다.
잠을 자야하는줄은 세상도 알고 밤을 만드신 하나님도 아시건만, 어째서 우리는 잠을 잘 생각을 않는건지.
그나마 김용순권사가 조금 일찍 잠이들고, 잠들 시간을 놓친 나는 가득한 감기와 힘든 목소리로 한마디씩 거들며 이야기를 나눈다.
3시가 넘고 4시가 넘어 어느집 현관앞에 우유곽이 놓이고, 어느 학생이 신문을 밀어 넣을 시간이 지나고, 새벽기도를 나서는 권사님들의 발길이 이미 교회에 도착을 한 시간까지 우리는 즐겁고 유쾌하고 신이난다.
"까만 밤을 하얗게 새우네"라고 말한 것이 경자? 필희? 누구였나 모르겠다.
이른출근을 하는 누군가가 대문을 열며 면도기의 칼날 자국에 초겨울바람이 닿는 시간이 되어서야 우리도 잠이 들었다.
자는둥 마는둥 눈을 뜨니 6시 48분, 내 기척에 이경자집사가 기상을 하고는 멀리서 들리는 닭울음소리를 확인하고 하루를 시작하는 커튼을 걷음으로 아침이 이미 시작되었고 속초에서 이튿날의우리의 하루도 시작되었음을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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