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좋아라!

천마산

여디디아 2013. 6. 3. 12:08

 

 

 

 

 

 

 

 

 

 

 

 

 

 

 

 

 

 

 

 

 

 

 

 

 

 

 

 

 

                                                                           2013. 5. 25 동생이랑 관음봉과 된봉을 지나온 길

                                                                    

 

 

 

 

 

 

 

 

 

 

 

 

 

 

 

 

 

 

 

 

 

 

 

 

산을 타기에 더없이 좋은 계절이다.

얼마전까지만해도 여리여리하던 이파리들이 이젠 제 모습을 갖추고 초록으로 변해 당당하게 바람에 몸을 맡기는 날들,

당당한 모습처럼 오월의 땡볕에 시원한 그늘까지 만들어 산을 오르는 이들에게 시원함을 선사하기도 한다.

파란하늘과 서늘한 바람. 곳곳에 피어있는 쪽동백꽃과 때죽나무의 하얀꽃들이 시커먼 우리 마음을 빼앗기도 하는데

난데없는 살인진드기가 주춤거리게 하는 날이기도 하다.

 

5월 26일,

동생과 함께 천마산기도원에서 시작하여 관음봉을 지나고 된봉을 지나서 우리가 다니는 길을 걷기로 하고 나선 시간은 9시,

비교적 평탄한 산길엔 천마산기도원을 감싸는 잣나무숲과 항토흙이 우리를 여유롭게 만들고 피곤한 몸이지만 정말 잘왔다라는 생각을 입으로 꺼내게 하고 나누게 한다.

천마산기도원을 내려다보며 커피를 마시고 다시 오르기 시작한 산,

컨디션이 좋지 않으니 쉽게 걷자는 동생을 생각해서 어느순간 오르막길을 버리고 오붓한 산길을 지나며 모퉁이를 돌아서면 만나는 길이라 큰소리치며 걸어가는데, 어쩌자고 까마득한 내리막길이 우리를 기다리는지,

'정말 이상하다, 이런 길은 없었는데..' 속마음으로 중얼거리며 낯익은 그 길이 나올거란 희망으로 자꾸만 걸어가다 보니,

아뿔싸, 어쩌자고 호평파라곤 아파트로 내려오고 말았다.

2시간을 걸었으니 아쉽기도 하고 아침일찍 준비한 찰밥을 사무실에서 먹을 생각을 하니 어쩐지 밥 맛이 적을 것도 같아서 다시 위로 오르기로 했다.

비탈진길을 내려왔으니 오르는 길 또한 숨이 컥컥 막히게 한다.

다시 오른 것을 후회하는 동생과 관음봉과 된봉을 지나오니 4시간의 코스가 6시간을 넘기고 말았다. ㅋㅋ

동생과 같이가면 왜 자꾸 길을 잃어 헤매는지 모르겠다. (물론 나의 심한 길치를 짚고 넘어가긴 해야겠다).

주일과 월요일, 동생은 쭉~~~~ 뻗다못해 몸살이 나고 걷지도 못했다는 슬픈소식을 지난 월요일에 영문도 모른채 왜냐고 물었었다. 나는.

 

6월 1일,

5월의 마지막 날에 동생에게 문자를 보냈다.

'내일 쉬운 코스로 산행하자. 이쁘게 하고 8시까지 우리집 앞으로 총총...'

지난주에 고생한 덕분에 1kg이 빠졌다는 동생은 지난주에 잃어버린 길 대신에 오늘은 제대로 가리라는 어설픈 언니를 믿고 아침일찍 준비를 하고 나와 만났다.

8시30분에 교회팀이랑 천마산에 가기로 했기에 여전히 천마산기도원 입구에서 일행을 기다리는데 동생이 한마디한다.

"언니, 우리 저기서 홍어회 한접시사서 둘이서 산에서 먹으면 맛있겠지? 한접시 살께"란다.

"사실은 오늘 교회팀이랑 천마산 가기로 했다"는 내 말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동생은 속아도 아주 제대로 속았음을 알고

역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채 교회팀들이 들어서는 바람에 발을 내딛고 말게 되었다.

 

정상적인 산행이 채 시작도 되기전에 헥헥거리며 힘들다는 동생을 애써 모른척 한다.

뒤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모른척 하고 오르는 천마산,

몇번을 왔지만 여전히 천마산은 힘들고 어려운 코스임에 틀림없다.

돌아가야하나, 계속 가야만하나 속으로 갈등을 수없이 하지만 혼자서 돌아갈 용기도 없는 동생을 두고 앞으로 앞으로 전진했다.

다행히 경자집사와 필희집사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말벗도 되어주고, 임상희집사님이 아무리 못 걷더라도 언니는 이겨야지, 연식이 달라도 한참이나 다른데..라고 부추긴다.

처음으로 합류한 정옥자집사는 남의 속도 모른채 정상을 가려면 올라가야지 왜 자꾸만 빙빙돌아가느냐고 성화이다. ㅋ

 

몇번을 쉬다가 도달한 천마산 정상,

눈앞에 펼쳐진 기가 막힌 경치를 보고 동생의 얼굴이 환해진다.

고생은 했지만 정말 잘왔다..며 인증샷을 찍느라 정신이 없다.    

천마산 정상에서 내려다보이는 평내와 호평과 마석과 가곡리까지,

어디가 우리집인지 도무지 감이 잡히질 않는다.

오래된 표지석을 뜯어내고 새롭게 단장한 표지석앞에서 단체사진도 찍고 끼리끼리의 사진도 찍다보니 오를 때의 고생은 이미 잊은지 오래이다.

 

하산하는 길은 임상희집사님이 좋은 곳을 보여주신다며 선택한 계곡 길,

편안하고 좋은 길을 두고 이 길을 택한 것은 틀림없는 지옥훈련이다.

비탈진 길과 돌 덩이가  예고없이 구르고 바위가 드문드문 심심하지 않을만치 기다리는 길,

한순간도 방심은 금물이라는 것을 깨우쳐 주는 길 같지도 않은 길,  

그런 길을 내려오니 천마의 집이 눈 앞이다.

 

피곤한 몸으로 내려오는 길에 천마산 꼬부랑 고뫼길 설치미술전을 하고 있다.

지난해에 평내광고에서 전단지를 해간 적이 있는 목원대 조각과 교수님이 앞서서 학생들과 함께 천마산의 꼬부랑길을 아름답고 재미있게 꾸미고 있다.

며칠전 내린 비 때문에 계곡엔 맑은 물이 소리없이 흐르고, 바위위에서 폭포를 만들고 다시 사라지곤 한다.

휴일이라 가족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물가에서 쉬는 모습이 참으로 평화롭기만 하다.

같은 6시간의 산행을 했는데 동생이 오늘은 그다지 힘들지 않는다고 한다.

지난주에 나와 함께했던 훈련의 결과물이 아니겠는가. ㅋㅋ

 

오랫만에 오른 천마산,

여전히 하늘은 높은 곳에 얹혔고, 새들은 제 자리를 잃어버리지 않은채 노래하고,

우둑우둑한 바위도 그 모습 그대로 우릴 기다리고 지난겨울의 모진 추위를 견딘 나무들도 다시 우두커니 서서 잎을 키우고 그늘을 만드는 곳,

지난번 보다는 조금 더 못된 모습으로, 조금 더 피곤한 모습으로 찾아든 나를 말없이 받아주는 천마산,

그래서 든든하고 행복한 산행이었음을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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