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석 창현 수레로의 봄날 (2013. 4. 20 아침)
제주에서 보내온 고사리와 달래, 그리고 더덕
고사리는 삶아서 냉동보관
북한강변의 벚꽃..(2013. 4.21 아침)
천마산에 기대어 있는 된봉(2013. 4. 27)
내 인생에 몇십번 있을 봄날 하나가 지나고 있다.
슬퍼해얄지, 절망해얄지, 아니다, 아쉽고 허전한 상실의 계절일 뿐이다.
겨울처럼 추운 기온속에서도 봄꽃은 눈치보듯이 피어나더니 봄비에, 봄바람에 도둑처럼 슬그머니 지고 마는 시간이
그저 아쉽고 허전하고 가능하다면 붙들어 두고싶은 것은 특별한 봄 사랑 때문이고 아련한 기억들의 조각들 때문이다.
진달래를 지게 가득히 꺾어다 주시던 아버지를 추억하며 지난 토요일 동생과 된봉을 오르며 우리는 모처럼 세월에 맞지 않는 아버지의 자상함과 세련됨, 인간적인 모습들을 추억하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단 한번도 '아버지 보다 엄마가 더 좋다'는 나의 어린날의 생각들을 뒤집고 동생은 '단 한번도 엄마보다 아버지가 좋다'는 생각을 뒤집어보지 않았다는 소리에 깜짝 놀라기도 했다.
비가 내리는 여름 날에는 달력을 찢어서, 새농민 책장을 찢어서 어린 세 딸들에게 종이배를 만들어 주시던 아버지,
집 앞 개울물에 종이배를 띄우고 한참을 달려가며 따라가던 비 내리던 날의 그 여름날..
지금처럼 환한 봄날에는 이른아침 나뭇단에 진달래를 가득히 꺾어 오셔서 댓병가득히 꽂아서 교실에 가져가게 하시고 집안 곳곳에 진달래를 꽂아두게 하셨던 아버지,
조밥처럼 하얗고 자잘한 조팝꽃을 꺾어다 엄마에게 건네면 엄마는 이듬해 새로운 조팝꽃이 필 때까지 부엌구석에 까만 재를 뒤집어 쓰도록 모셔놓았던 마음들.. 두 분의 사랑표현이었음을 이제서야 깨닫게 된 우리의 무심한 마음까지..
지난번 제주에 갔을 때, 친절하게 우리를 안내해 주시던 박영기 기사님,
고마움을 카톡으로 인사했더니 어느날 고사리와 달래와 더덕과 두릅 몇개까지 택배로 보내오셨다.
그뿐인가,
언니가 금연을 권했음으로 담배를 끊고 금단현상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과
교회에 나가시라는 나의 권면에 교회에 나가서 등록하고 신앙생활을 시작했다는 소식은 얼마나 반가운 소식인지.
사람은 언제 누구를 만나고 누구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것인가를 깨닫게 해 주신 분이다.
또한 하나님은 준비된 영혼을 언제 어디에 두시는지 우리는 알 수가 없으므로 언제 어디서나 전도해야 하는 이유를 또한 깨닫는 특별한 계기가 되었음은 말할 수가 없다.
고사리를 꺾어서 보내주신 그 마음이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지.
말로 할 수 없는 고마운 마음을 마음에 담으며, 박영기 기사님 역시 영혼구원으로 인하여 우리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지시길 진심으로 기대한다.
더디게 온 남양주의 봄,
잦은 봄비속에 봄꽃들이 사라지는 것이 아쉬워 지난 토요일에 동생과 함께 된봉에 올랐다.
시린 봄비속에서도, 변덕스런 봄바람의 새침함속에서도 남아있어 우리를 기다려준 진달래가 고마웠다.
내년 봄이 되어야 만날 수 있는 봄꽃이기에 아쉬운 마음을 담은채로 보고 보고 담고 또 담았다.
창현 수레로의 봄꽃..
봄비 내리는 아침에 우산을 쓰고 벚꽃과 개나리와 새순을 바라보며 걷는 길은 행복할 뿐이다.
깨끗하게 정돈된 길, 어둡지 않아서 언제라도 기분좋은 모습으로 걸을 수 있는 길,
골목마다 벚꽃이 흐드러진 모습이 고맙고 감사할 뿐이다.
앞으로 과연 몇번의 봄날을 맞이하게 될지는 하나님만 아신다.
그러기에 지나는 이 봄날이 더욱 그립고 소중할 뿐이다.
더디게 온 남양주의 봄날이 빠르게 다가올 여름에게 쉽게 물러나고 말겠지만 아직은 봄이라는 사실이 좋다.
이 봄의 속도만큼 내 인생의 봄날도 그렇게 지나가는건 아닐까.
멀리 보이는 산에 희븀한 산벚들이 나를 부르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