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그대와...

봄...

여디디아 2013. 4. 8. 18:27

 

 

봄,

더디게 오는 봄은 '아차'하는 순간 저만치 흩어지고 없다.

남쪽에는 이미 봄이 깊어져 봄꽃이 난분분히 흩어지고 있지만 남양주의 봄은 아직, 정말 아직이다.

가끔 혀가 꼬이고 말이 더듬어지듯이 더듬거리다가는 새봄을 놓칠 것 같은 조바심이 나를 바지런하게 만든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은 분주하고 요란하고 그래서 피곤하고 더러 짜증나는 시간이라 이대로 나를 방치하다가는 

종내 무슨 일이건 저지를 것 같은 불안함이 엄습한다.

 

가고픈 산에도 자주 가질 못하고, 밤이면 동생과 열심히 걷다가 커피를 마시고 다시 걷던 시간들도 점점 줄어드는 날들,

이래선 안되겠다는 생각에 아침산행을 하기로 했다.

30분 일찍 집을 나서기 위해서 전날 밤은 30분 늦게 자야하지만 아침은 여전히 아침일 뿐이다.

아침 밥을 밤에 해둘 수도 없고, 점심준비를 밤에 해둘 수도 없는 일이라  결국 30분간의 아침잠을 줄이고 곤한 몸을 일으켜야

아름답고 활기찬 이 봄을 확인할 수 있고 쌓여가는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고, 요즘 유행하는 나 자신을 힐링할 수도 있기에

아침 잠을 포기하고 아침 산행을 실행하기로 했다.   

 

8시에 집에서 나와 호평IC에서 내려 천마산 기슭을 오르기 시작한다.

오솔길을 걸으며 봄산과 봄 나무와 간간히 피어나는 봄꽃들을 바라보며 나를 돌아보기 보다는 이 시간을 즐긴다는 사실에 행복해 하며 걷고 걷고 또 걷는다.

높지 않은 산길을 한시간 반을 돌아오면 마음은 뭐라할 수 없이 행복하기만 하다.

며칠전까지 암담하며 침묵하던 천마산,

어제 내린 비 탓인지 촉촉한 땅을 뚫고 봄 나물이 돋아나기 시작하고 바알간 진달래가 하나씩 피어나기 시작하는 봄산의 봄길은 나를 오롯이 나이게 하고 일상의 모든 스트레스를 잊게 한다.

누구를 떠올리지 않아도 좋고 지난 시간을 되짚지 않아도 좋고 다가올 시간들을 예측하지 않아도 좋다.

그냥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하고 즐거울 뿐이다.

 

지난 금요일,  

산 입구에 있는 화살나무에 새잎이 돋아나오는 걸 눈여겨 봐두고 오늘아침 산길에는 비닐봉지를 준비했다.

어릴적 햇닢이라고 불리던 홑잎나물,

사람들이 왜 홑잎이라 하는지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

얼마전 제주여행에서 언니와 동생과 함께 홑잎나물 이름을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친정인 영천군 자양면 보현동에서는 '햇님'이라 불리우는 나물이 서울사람들은 홑잎으로 부르는 이상한 사실과

우리가 스스로 해석하는 햇닢의 뜻이 모두가 다르다는 사실에 함께 웃었던 기억이다.

언니가 기억하는 이름은 '햇잎'이고 내가 기억하는 이름은 '햇님'이다.

언니의 설명은 年을 의미하는 '햇'이며 그래서 '햇 것'의 잎이기에 햇잎이라고 했다.

내가 들어도 가장 정확한 설명이고 모범답안이 확실하다.

또한 내가 알고 있는 햇님은 다분이 추상적이고 감성적이다.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던 '햇님'은 '봄 햇살을 받으며 가장 먼저 피어나는 나물'이기에 '햇님'으로 알고 있었다고 했더니 언니또한 그렇게 알고 잇다는 사실에 놀라운 표정이다.

그리고 막내는 서울에서는 '홑잎', 고향에서는 '햇잎'으로만 알고 있었노라고..

더우기 정확한 잎의 모양새도 모르고 있었다는, 촌 것이 도시 것인것 처럼 말을 했다. ㅋ

블로그를 통해서 '햇님'은 화살나무의 잎이라는 사실을 자매들에게 설명을 해주니 문득 내가 꽤 유식한 듯이 여겨졌다. ㅋ

 

오늘아침 산길에서 봄 나물인 햇님을 훑어왔다.

긴 겨울을 지나고 바야흐로 찾아온 새봄인데, 산에서 뜯은 나물 한점은 먹어봐야 진정 봄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이다.

'봄 나물은 말캉하게 삶아야 한다'던 엄마의 목소리를 기억하며 파란 햇님을 삶아서 새봄을 만끽해야겠다.

 

봄이다.

향긋하고 화사하고 생기발랄한 봄이다.

봄 속에 내가 있다.

행복하고 환한 모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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