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다.
누구나 겨울이면 한번쯤 거쳐가야 하는 과정통(?)이라고 할까?
어릴때부터 잔병치레가 잦았던 나는 청년시절에도 감기로 인해 겨울이면 한두번 결근을 하곤 했다.
결혼후에도 감기를 늘 달고 살았던 것 같다.
그러다가 운동(걷기)를 시작하고는 감기는 거의 연중행사로 섭섭하지 않을만치 일년에 한두번 가볍게 넘어가고는 한다.
요즘 시부모님과 함께 살다보니 운동도 전에처럼 하지 못하고 산에도 제대로 가지를 못한다.
아침마다 국을 끓여야 하고 찬밥을 먹어야 하고...(왜 어른들은 찬밥은 드시질 않을까. 갓지은 따끈한 밥을 먹어보는 것이 소원이 되어 버렸다. 저녁까지 해놓고 나오면 늘 조금씩 남기신다. 군것질하시느라.. 그렇다고 밥을 모자라게 해놓을 수는 없다).
어제아침부터 감기기운이 온 몸을 감싸고 돌았다.
어머님 병원에 모시고 가야하는 날인데 푸지게 내린 눈 때문에 서방이 대신 병원에 가겠다고 하기에,
병원에 갔다가 약국에 갈 때 '머리아프고 콧물이 줄줄 흐르니 감기약 좀 사오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출근했다가 다시 집으로 가서 어머님을 모시고 병원에 다녀온다는 서방은, 11시가 조금 지나서 점심을 먹고온다는 문자를 보내왔다.
아버님과 함께 해장국을 먹고왔노라고 의기양양하게 들어선 서방 손에 감기약은 보이지 않는다.
잊어버렸다나.. 약국에서 준 쌍화탕은 자기가 먹었대나 어쨌대나...
어이가 없어서 웃고 넘어갔다.
저녁 퇴근길에 들른 약국은 눈 때문인지 셔터가 굳게 내려져 있었다.
어젯밤, 잠을 자려는데 콧물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주르르 흘러내리고 머리는 누군가 도끼로 내리치듯이 쪼개지듯 아픈데
옆에있는 서방은 코까지 골면서 잔다.
해빙기의 눈이 녹아 내리듯이 흐르는 콧물을 닦노라니 코밑이 따가워서 손을 댈 수가 없는데도 미친 콧물은 눈치없이 계속, 하염없이 대책없이 흘러내린다.
아침에 눈을 뜨니 머리맡에 허연 휴지가 산을 이루고 손수건은 말리 비틀어진 식빵조각처럼 딱딱하게 굳어있다.
옆에서 잠을 자는 서방을 보니 '오지게 한대 갈겨주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자기 엄마 약은 중요하고 허구헌날 부려먹는 마누라 감기약은 생각하지도 않은 인간'이 꼴보기 싫고 짜증이 밀물처럼 확~ 밀려온다.
정말 저 웬수를 어찌해야할지.
5분전에 기어히 염장을 지른다.
"지금쯤 그 사람들 출근했겠지?"
"누구?"(몰라서 묻는 것이 아니고 이미 아침부터 벼르고 있던 일이다.
"약국"이라고 의기양양하게 대답하는 서방 ㄴ..
"도대체 당신 아이큐는 얼마냐? 이미 약국 약으로 처방하기에 늦은거 안보여? 콧물은 줄줄이고 눈은 퉁퉁붓고 기침까지 해대는걸 보면 모르겠어? 이럴땐 병원가라고 하는거야. 한심한 인간같으니.."
하고 싶은 말 다하고 싶지만 여기서 끝을 냈다.
정말이지 꼴보기 싫은 저 인간..
서방인지 웬수인지.
한 마디로 쥑일 ㄴ 이다.
모범답안 댓글은 사양합니다.
지금의 마음 그대로 욕을 확~~ 해주시면 속이 시원할 듯 합니다.
즐거운 하루되시고 집에 계시는 '아내'를 섭섭하게 하지 마세요.
그래야 형통하고 오래 살 수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