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주현에게

감사^^*

여디디아 2012. 6. 25. 15:35

 

 

 

 

 

 

 

 

 

주현아!

더운 날씨이다.

세련되지 못하고 가난한 너네 사무실엔 에어컨이 돌아갈까?

역시 가난한 우리 사무실엔 에어컨 대신에 선풍기 2대가 아침부터 하루종일 빙빙 돌고 있다.

시원한 아침에는 시원한 바람을 데려다주고, 더운 한낮엔 더운 바람을 데려다 준다.

더운 바람이라도 일으켜주니 견딜만 하다.

 

비가 오지 않은 겨울과 봄과 여름은 잔인하다.

쩍쩍 갈라진 땅바닥과 먼지가 폴폴 날리는 산길, 화사한 꽃들마져 수명을 다하지 못하고 비틀거리며 환한 여름볕을 이기지 못하고 

스러져가는 모습이 애처롭다.

하물며 농사를 지어 먹고 살아야 하는 농부들의 마음은 어떠할지.

농사를 짓는 부모님을 보고 자란 나는 어느새 그 마음들이 내 마음으로 이어진다.

그러면서도 물을 아껴쓰지 않는 생활을 하는걸 보니 분명 이중적이다.

물이 소중하다는 것을 앎에도 물을 물 쓰듯이 쓰는 우리 국민들이 반성을 하지 않으면 어느날 불쑥 우리는 물을 마음대로 쓰지 못하는 물 부족국가에서 비싼 댓가를 치르며 물을 마셔야 할지도 모르겠다. 

 

사랑하는 우리 큰아들 주현아^^*

양산 고맙다.

내 아들이 아니랄까봐, 아주 예전부터 엄마의 성격을 알고 있는 네가 참 든든하구나.

네가 다녀온 곳이 내가 좋아할 것 같은 장소이면 꼭 가보라고 추천해주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온 후에도 추천을 해주는 네가

여전히 내가 좋아할 색상으로 선택해서 건네준 네 말처럼 우/양산,

우산 겸 양산으로 사용하고 핸드백에 넣어 다니기 좋게 작은 사이즈로 접을 수 있는 것을 고른 네 마음씀씀이가 얼마나 기분좋은지.

 

주현아 그거아니?

나이가 들면서 나도 점점 '여우'가 되어간다는 것..

여름이 되고보니 밖으로 나갈때마다 햇볕을 가릴 무엇이 필요하더라.

물론 내 손으로 양산하나를 살 수도 있지만 넌즈시 네게로 미루었지.

"주현아, 사장이 밖에 심부름을 시키는데 양산이 없어서 밖에 나가기가 싫더라. 양산 하나 사야하는데.."

내 아들 주현이는 이 정도의 귀뜸이면 이미 알아듣겠지... 싶기도 하고,  어차피 쓸 돈 엄마 양산하나 사주는게 뭐어때서.. 싶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며칠이 지나도록 감감한 소식이었고, 그보다는 그렇게 말한 내가 먼저 잊어버렸다.

 

그리고 며칠전, 롯데마트에 가는 길에 까만 양산 하나를 샀지뭐.

양산을 산 지 이틀째 되던 날,

식탁위에 웬 안경이 있나 싶어서 자세히 들여다보니 양산이 곱게 접혀져 있더구나. 

색상도 마음에 들고 가지고 다니기에도 정말 편리하게 만들어진 양산,

고맙다는 내게 "엄마, 우/양산이니 핸드백이 넣고 다니면서 비올때도 아끼지 말고 쓰라"는 말에 입이 귀에 걸리고 말았다.

 

사랑하는 주현아^^*

딸 가진 엄마들이 침이 고이도록, 허연 거품이 입가에 묻어나도록 하는 딸 자랑이지만  '아들도 아들나름' 아니겠니?

사실 난 딸이 별로 부럽지 않단다.

물론 두 아들이 맨날 싹싹하고 야들야들한건 아니란거 알지?

팅팅 부은 얼굴로 얼굴을 찌푸리기도 하고 엄마에게 골을 내기도 하고.. 더 큰 상처를 안기기도 하지만

이런 작은 기쁨으로 모든걸 한방에 날리는 센스도 발휘하니 말이야.

 

시골 외할머니 소모품 바구니엔 몇십년된 빗이 들어 있단다.

결혼전 내가 쓰던 빗이 어느날 외할머니 바구니에 들어 있어서 깜짝 놀랐단다.

너와 세현이가 선물을 해주는 것은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버리기 싫은 내 마음이 외할머니로부터 이어졌다는 것을 어느 순간 알게 되었단다.

그것이 부모의 마음이더구나.

 

주현아!

오래오래 간직하고 쓸께.

양산을 고르며 색상과 무늬와 실용성까지 더듬은 나를 향한 네 마음을 잊지 않을께.

 

너를 내게로 보내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며

사랑하고 축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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