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정말 살을 빼기 위해서 기를 쓰고 악을 쓴다.
누가뭐래도 열심히 운동하고 먹는 것에 조심을 한다고는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은 빠질 생각은 커녕, 한눈 파는 사이에 도둑처럼 다가와 몸에 찰싹 붙어버린다. ㅠㅠ
봄이오고 겨울동안 참았던 감기가 오고, 날씨도 변덕스럽고 해서 운동을 조금 게을리 한건 사실이다.
채 한달도 되지 않은 동안에 살은 어김없이 붙지 않아야 할 곳까지 찾아들어 자신을 실망시킨다.
개나리와 진달래와 벚꽃이 형형색색으로 피었다가 지는 자리에 초록이 짙어지는 모습을 가만히 두고볼 수만은 없다.
새싹들이 파릇하게 돋아나는 모습과 잎이 자라는 모습과 그 사이로 바람난 여인처럼 유영하는 앙큼한 봄바람을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아야 하겠고, 마음에 새겨두어야 여름이 자나 가을이 오고 다시 겨울이 오면, 새로운 봄을 그릴 수 있을 것 같다.
원하지 않은 살덩어리의 침입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고 여겨진 날,
다시금 각오를 다졌다.
아침출근시간에 남편과 함께 자동차로 오다가 호평IC에서 내려서 사무실까지 걸어오기로 했다.
그러던 어느날, 눈앞에 봉긋한 산을 두고, 낯설다는 이유로 지나치는 것이 약이 올라서 오르기 시작했다.
한시간 반,
호평동 성당에서 평내동 개울까지 이어지는 산길은 기대보다 훨씬 이쁘고 다정다감하다.
횡재한 기분으로 아침마다 등산화를 신고, 커피를 챙기고 산으로 들어서는 순간, 몸도 마음도 어느새 자유이다.
눈에 익은 나물을 비닐봉지에 뜯어다 담기도 하고 봄식탁에 봄나물을 흉내내며 접시에 올려도 보는 것은 축복이다.
아름답고 좋은 길을 혼자만 걸을 수가 없어서 동생 현숙이를 끌어들여 꺼이꺼이 같이 오르기도 했는데
시험을 끝낸 준경이와 세현이, 말년휴가를 나온 종복이를 불러들여 기어히 산에 오르는 기쁨이란..
평소의 걸음대로 걷는대 젊은피를 지닌 이 청춘들의 뒤를 따라가려니 달음박질이다.
속도를 줄이며 함께 걸어가는 길은 희망이며 출발이며 기쁨이다.
바위에 걸터앉아 커피를 마시는데, 지나던 아줌마(내 또래)가 "어머나, 부러워라, 정말 보기좋아요"라고 하며
부러운 마음을 숨기지 않는다.
그 마음을 알 것만 같아서 "그래요, 아이들과 함께오니 참 행복하네요"라고 답한다.
세현이와 종복이와 준경이에게 "너네도 어른이되면 지금 아줌마와 나의 마음을 이해할거야"라고 하니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착한 저 녀석들이 나의 마음을 알거야' 싶으니 또한 흐뭇하다.
낮은 산에 올라 여기저기 둘러보며 푸르른 오월에 감탄하며 인증샷을 하느라 바쁜 아이들을 바라보니
아름다운 자연보다 더 아름다운 청춘이 묘하게 부럽다.
엄마의 부탁에 선뜻 나서는 착한 세현이,
이모의 전화에 흔쾌히 따라나서는 준경이, 준경이의 말에 또한 선선히 따라나온 말년병장 종복이..
행복하고 즐거운 오월의 하루였다.
중간고사 치르느라 수고한 세현이와 준경이,
군생활하느라 고생한 종복이를 위해 점심은 박상원의 신토오리에서 거~~하게 쐈다.
생색은 있는대로 내고.. 계산은 남편 카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