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좋아라!

연천 고대산

여디디아 2012. 3. 14. 10:01

 

 

 

 

 

 

 

 

 

 

 

 

 

 

 

 

 

 

 

 

연천 고대산!

평내새마을금고 3월 산행은 연천에 있는 고대산,

산악대장님의 설명에 의하면 천마산(830) 정도의 높이니만큼 별로 어려울 것은 없노라고..

그저 뒷산에 다녀온다는 생각으로 가면 될 것이라고..

전세버스안에서 그런 설명을 들으며, 오늘 시산제를 드리는 새마을금고에는 떡과 적당하게 삶은 돼지머리 수육과 과일들이 가득하게 실려 있을테고, 지난번 어중간한 시간으로 저녁식사를 하지 않았다고 이번에 제대로 저녁을 대접하겠다고 약속을 해두었고, 이틀전에 평내교회 최희천장로님이 당당히 새마을금고 이사장에 취임했겠다...

단단히 별르고 온 마음에 산도 쉽겠다, 느긋한 마음으로 여행하는 기분으로 창밖을 내다보며 가는 길은 새봄이 저만큼이다.

 

연천 고대산,

넓은 주차장엔 이미 전세버스 몇대가 내가 왔노라~고 버티고 섰고, 일산 새마을금고에서는 부지런히 천막을 치고 시산제를 지내고 산행을 시작한 후였다.

일산새마을금고의 천막을 빌려 평내새마을금고가 시산제를 시작한다.

관심이 없는 김용순권사와 둘이 근방을 둘러보며 급한 일을 해결하고 돌아오니,

돼지머리 대신 빨간 돼지저금통을 앞에두고 과일과 떡과 막걸리를 올린 제사상엔 이미 끝이 난 분위기다.

 

평내교회 산악회를 위해 따로 준비한 떡과 과일을 장로님이 직원들 눈치채지 않게 건네주시고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떡과 고기가 속으로 차곡하게 쌓인다.

 

든든한 속으로 산행을 시작하는데 겨울과 봄의 자리다툼이 질척거리는 진흙으로 우리르 맞이한다.

발을 옮기기 어려울 정도로 질척거리는 땅을 올라가며 여유로운 농담도 하고, 이쁜 웃음으로 사진도 찍어본다.   

 

여유로운 마음도, 질척거리는 산길도 잠시,

갑자기 봄에서 겨울로 옮겨가는 현실과 만났다.

하얗게 쌓인 눈, 반질반질한 얼음, 그리고 직각으로 세워진 저 높은 곳...

오솔길옆으로 커다란 밧줄이 매여 있는걸 보니 얼마나 위험하고 가파른지 실감이 난다.

쇠줄로 칭칭 감겨진 밧줄은 몇천명이 매달려도 끄떡없을 것 같다.

지난 토요일, 백봉산엔 눈은 커녕  마른먼지가 폴폴 날려 겨울은 이미 예전에 지난것 같았기에 오늘아침 아이젠을 챙기지 못했는데.. 난감하기 이를데가 없다.

오르막길에 얼음과 눈길에..

다행히 김용순권사가 아이젠을 준비해와 한짝씩 신고는 오르는 수 밖에 없다.

아이젠을 착용한 발에 힘을 주어 얼음길을 오르는것으로 끝난 줄 알았는데..

내려오는 그 험한 길을 상상이나 했으랴.

 

능선을 따라 걷는 길은 철원평야가 한 눈으로 보이고 펼쳐진 산자락은 하얀 눈으로 덮혀 위대해 보인다.

강원도라함은 첩첩이 산으로 둘러싸인줄 알았는데 저렇게 넓은 평야가 펼쳐져 있을 줄은 좁은 소견으론 상상도 못했다.

너른 평야를 보니 슈퍼마켓에 즐비하게 쌓여진 '철원 쌀' 이 떠오르고, 윤기흐르는 철원쌀의 고향을 알게되어 오히려 반갑다.

 

고대봉에 도착하여 점심식사를 하고 인증샷을 찍고 하산하는 길,

에효.. 에그머니.. 세상에...

정말 정말 죽는줄 알았다.

여전히 직각인 길엔 눈과 얼음과 누군가 미끄러진 흔적이 비켜날 수 없게 한다.

튼튼한 동앗줄에 몸을 의지하고 진땀을 흘리며 내려오는 길은 왜그리도 멀기만 한지.

죽기 살기로 잡은 밧줄, 의지와는 다르게 미끄러지는 발,

벌벌 떨면서 내려오는 길은 그야말로 죽을 맛, 바로 그것이다.

얼마나 용을 썼던지 아직도 어깻죽지가 아프다.

 

멋진 고대산,

멋진걸 보여주기 위하여서는 가는 과정이 너무나 험난하고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고대산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정말 멋지다.

그리고 오가는 산행은 두번다시 가기 싫은 고달픔이었다.ㅠㅠ

 

고생한 산일수록 기억에 남는다는 말처럼 오래도록 눈길과 얼음길과 직각인 오르막과 집에 두고온 아이젠을

잊을 수 없으리라.

"4월까지 아이젠을 챙겨라" 

소중한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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